'세계를 열광시킨 아름다운 사랑' 영화라고?

 세계, 열광이라는 낱말이 안 들어가면 영화든, 영화평이든. 저널리즘이든, 도대체 장사가 안 되는 모양이다.

 좋은 영화다. 그러나 도리어 그 호들갑이 영화가 주는 감동을 반감시킨다.
 난 그런 평과는 상관 없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인간관계의 내밀한 단면에 주목한다.
 영화는 여인의 치매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그 그림자 속엔 '가까운 인간관계가 주는 상처'가 숨어 있다. 관계는 서로에 대한 책임을 동반한다. 그 관계가 주는 무게가 곧 인생의 짐이 된다.
 너무 가까워도 병이다. 상대에 대한 사소한 섭섭함도 '상처'라고 치부하며 가슴에 꼭꼭 담아둔다.

 그 상처는 소유욕에서 온다. 내 것, 내 남자, 내 여자, 내 아이, 내 재산......
 대체 사랑이란? 부부란? 인연이란?
 서로에 대한 소유욕에서 해방될 때 그 상처는 치유된다.
 여자는 치매를 통해 한 남자에 대한 소유욕을 떨쳐버렸지만, 다른 한 남자에 대한 심한 소유욕(연민, 사랑으로 포장된)으로 다시 방황한다.
 우여곡절 끝에 남자는 여자에게 바로 그 '다른 남자'를 다시 만나주게 함으로써아내로부터 해방된다. 영화 속에서 해방된 계기가 흥미롭다. 그 다른 남자 아내와의 동침. 그러나 심각하진 않다. 자기 아내, 즉 이전 관계에 대한 집착에서 해방되는 순간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멀어지는 과정을 참 잔잔하게 그렸다. 현실에선 얼마나 폭력적인가. 살인, 폭력, 자살, 집단자살......
그 깊은 배경엔 자본주의제도의 결혼과 가족시스템이 지닌 모순과 불안전성이 있다.

 한편, 여자는 죽을 때까지 생물학적으로 관계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존재인가. 아름다운 사랑으로 포장된......이런 생각을 해본다.

 치매에 걸리지 않아도 우린 살아가면서 가까운 사람을 많이 만난다. 관계 속에서 사랑하고 상처주고받고 떠나길 반복한다. 그리고 잊는다. 잊지 않는 게 병이다.
 사랑하는 여자로부터 떨어지는(Away from her) 건 가슴아픈 일이지만 우주에서 먼지같은 존재, 어차피 모든 게 스쳐가는 인연이다. 

 닥터 지바고(1965년)에서 지바고(오마 샤리프 분)의 연인 라라 역으로 나왔던 줄리 크리스티. 그녀가 다시 이 영화로 어필했다. 무려 40년이 넘었다.
파릇파릇한 젊은 여성 역에서 이제는 치매 걸린 노인역으로.......정말 세월은 무상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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