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그녀의 가슴속, 한(限)의 아름다움이 보이나요?

 

 


전생에 자신은 황후였다는 여자가 있습니다. 소녀 시절에 스스로 지어 붙인 “경자”라는 이름을 자신의 본명인 “천옥자” 앞에 두었지요. 그 뒤 그 이름은 인생의 아름다움과 슬픔, 외로움들을 신비롭게 표현할 줄 아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여류화가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천경자 화백은 어려서부터 독특한 감수성을 가지고 화가가 되기를 꿈꾸었습니다. 그녀가 자랄 당시 대부분의 여자는 소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 없었던 일제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천 화백은 교육과 문화에 열린 가정환경 덕분에 광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칠 수 있었지요.

고등학교를 마칠 때 즈음 집안에 혼담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림을 공부하고 싶었고 일본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물론 집안의 반대가 심각하였지요. 천 화백은 정신병자 흉내를 내면서까지 부모님께 유학을 보내달라고 졸랐습니다. 미친듯이 웃다가, 울기도 하고, 중얼거리면서 집안을 돌아다녔지요. 결국 부모님은 허락하셨고, 그녀는 배를 타고 일본으로 떠날 수 있었습니다.

동경여자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돌아온 천 화백은 유학 중 만난 남편과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후 다시 신문기자였던 두 번째 남편을 만났지만 곧 헤어졌습니다. 진주를 품은 조개처럼 쉽지 않았던 인생의 고개들이 그녀의 가슴 속에 쉽게 식지 않는 예술혼을 잉태한 것입니다.

“나물 캐러 갔던 동네 소녀가 허리띠인 줄 알고 꽃뱀을 집으려다가 물려 죽은 일이 있었어요. 무서우면서도 이상하게 마음 끌리는 그 장면이 어렸을 때부터 머리에 남아 언제가 그림으로 그리고 싶었지요. 그러나 내가 처음 그린 뱀은 꽃뱀이 아니라 한 뭉텅이의 푸른 독사였어요.”

인생의 실패와 좌절을 맛보고 그녀가 자신의 삶에 저항하기 위해 택한 소재가 뱀이었습니다. 그녀는 전남여고 미술교사로 재직하면서 뱀에 대한 이미지를 탄생시켰습니다. 6.25로 인하여 부산으로 피난을 갔던 천 화백은 그 곳에서 자신이 그린 뱀 그림 전시회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젊은 여자가 뱀을 그렸다’면서 신기해하였구요. 그것이 “천경자”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한 것입니다.

또한 그녀의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등장하는 이미지는 꽃과 여인입니다. 아마도 가장 일반적인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것이 꽃과 여인이기 때문인 듯 합니다. 그녀의 작품 속에는 아름다움이 주로 보여지고 있지만, 그 아름다움은 외롭기도 하고 슬퍼보이기도 하지요. 고독의 미와 아픔의 성숙이 천경자의 예술을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던 1974년, 18년간 재직하던 홍익대 교수직을 버리고, 문득 천 화백은 아프리카로 떠났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남태평양과 유럽, 남아메리카까지 계속되었지요. 그곳을 돌아보고 그 여행에서 느낀 선명한 색감과 원시적 인상을 자신의 작품 세계에 반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서 보여졌던 안타까운 인간의 또 다른 모습들을 아름답고 평화로운 자연에 비추어서 그림으로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얼마 전이었던 1991년 천 화백은 힘든 일을 겪기도 했습니다. 국립 현대 미술관 소장의 “미인도”에 대한 진품 시비 사건 때문이지요. 천 화백은 끝까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말하였지만, 사람들은 듣지 않았습니다. 많은 감정사들이 그녀의 작품이라고 판결하였고, 입장이 난처해진 미술관에서도 천 화백의 작품이라 주장하였지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천 화백은 자신의 작품들을 서울 시립 미술관에 기증하고, 큰 딸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그 뒤 진품 위조 사건은 범인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천 화백은 한국에 다시 돌아오지 않은 채 지금도 스케치북을 옆구리에 끼고 중남미를 여행하고 있다고 하네요.

 

[ 자살의 미 (1968) ]
누구보다 많은 열정을 품었기에 또한 그만큼의 한(限)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했던 여인. 그녀의 인생에 자살이란 단어가 들어왔을 때 느꼈던 나름대로의 차가운 미학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잿빛 푸른 색으로 그려진 꽃과 구름으로 자살이라는 가장 극한 감정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청춘의 문 (1968) ]
천경자 화백을 유명하게 만든 작품 중 하나 이지요. 죽은 사람인양 회색빛 여인의 얼굴은 꿈을 꾸고 있는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한 그녀의 얼굴은 전통적 한국 여인과는 다르지요. 환상적인 여인의 얼굴과 분위기에서 천화백이 바라는 이국에의 동경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 여인은 천 화백의 꿈이자 이상인 듯 합니다.

 

 

 꽃과 나비 (1973) ]
한 무더기 아름답고 화려한 꽃다발 아래에 반라의 여인이 한가롭게 누워있습니다. 그녀의 피부색은 그녀가 여기 한국의 사람은 아니라고 느끼게 하고 있네요. 그리고 화려한 공작새와 꽃들도 먼 이국의 정서를 물씬 풍기게 합니다. 여느 천 화백의 그림처럼 색감과 구성이 화려합니다.

 

 

 이탈리아 기행 (1973) ]
1960년대 말에 시작된 천 화백의 유랑은 많은 작품의 소재를 만들었습니다. 1969년에 갔던 이탈리아에 대한 감흥을 3년 동안 이 작품으로 완성하였지요.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열었던 보티첼리의 그림과 멋진 건축물이 찍힌 사진, 여인의 장갑 그리고 양주병과 꽃으로 화폭을 채웠습니다. 몇 안 되는 소재들이지만 화려하게 표현된 이 작품으로 그녀는 자신의 느낀 이탈리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孤 (1974) ]
머리에 가득 꽃을 꽂은 이 여인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그 큰 눈과 처연한 입술의 끝은 한없이 슬퍼보입니다. 무심한 듯 허망한 듯 바라보는 여인의 시선이 그녀의 짙은 피부색보다 더 내 가슴을 더 막막하게 합니다. 늘상 외로움을 품고 살았다는 천화백은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여인에게 자신의 외로움을 덧입혀주었습니다.

 

 

 사월 (1974) ]
1974년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돌아온 뒤 그린 그림 속 갈색 피부 여인의 머리칼에는 연보랏빛 등꽃들이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사월의 신비로움과 화사함이 꽃잎 끝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네요. 강렬한 호랑 나비의 무늬보다 여인의 연보랏빛 입술에 먼저 시선이 가는 것은 왜일까요.

 

 

 

[ 인도 올드 델리 (1979) ]
올드 델리는 수 천년 동안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많은 성곽들과 모스크,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는 인도의 오래된 도시입니다. 우리의 옛 시골 장터처럼 형성된 올드 델리 길가의 사람들의 모습을 풍경화로 담아내었네요. 인도의 전통 의상인 사리를 입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에서 이국적 정서를 느끼게 됩니다.

 

 

뉴욕 센트럴 파크 (1981) ]
맨하탄 중심부에 있는 센트럴 파크는 뉴욕을 대표하는 공원이지요. 그 곳을 대표하는 공원을 그리면서 자신이 느꼈던 또 다른 이국의 정서를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네요. 한가로운 공원의 한 켠에는 다람쥐가 놀고 있구요, 마차를 몰고 있는 마부는 또 다른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듯 합니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무들의 가지들이 배경을 가득 채운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두상 (1982) ]
너무나 강하고 화려하여 슬프고 애처로운 이 그림은 천경자 화백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지요. 그녀가 느끼는 아름다움은 슬픔의 애상에서 시작된 것임을 뼈 속 깊이 사무쳐 느끼게 하지요. 쏟아지는 꽃비 속, 처연한 눈망울의 여인은 차가와 보이지만 사랑이 필요한, 누군가를 바라고 있는 천 화백의 또 다른 얼굴인 듯 합니다.

 

 

 황금의 비 (1982) ]
황금색 꽃들이 비처럼 내리고 있는 공간. 그 속에 있는 갈색 피부의 여인이 아름답습니다. 그림을 바라보는 내 자산의 가슴 속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그녀의 눈동자가 인상적이지요. 그녀의 인상은 너무 강렬해서 그림을 내려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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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 2005-05-01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3학년때 이던가. 천경자의 그림과 글에 한때 심취했던 적이 있었다. 그녀의 그림에선 유달리 한을 가진 듯한 여자들이 많이 등장했던것 같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책들을 알라딘에서 구하려니 다 절판 되었네..
 
 전출처 : 감각의 박물학 > 신현림의 시

신현림의 산문은 몰라도
어떤 시들은 잘 읽힌다
시인의 자의식은 시로서 드러날 때 읽을 만한다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아그네스 발차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신현림

슬퍼하지 마세요
세상은 슬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니까
자살한 장국영을 기억하고 싶어
영화 「아비정전」을 돌려 보니
다들 마네킹처럼 쓸쓸해 보이네요
다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 해요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워하고
아프지 않기 위해 아픈 사람들
따뜻한 밥 한 끼 먹지 못하고
전쟁으로 사스로 죽어가더니
우수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자살자들
살기엔 너무 지치고, 휴식이 그리웠을 거예요
되는 일 없으면 고래들도 자살하는데
이해해 볼게요 가끔 저도 죽고 싶으니까요
그러나 죽지는 못해요 엄마는 아파서도 죽어서도 안 되죠
이 세상에 무얼 찾으러 왔는지는 아직 모르잖아요
마음을 주려 하면 사랑이 떠나듯
삶을 다시 시작하려 하면 절벽이 달려옵니다
시를 쓰려는데 두 살배기 딸이
함께 있자며 제 다릴 붙잡고 사이렌처럼 울어댑니다
당신도 매일 내리는 비를 맞으며 헤매는군요
저도, 홀로 어둠 속에 있습니다
 
   자화상
       -신현림
 
울음 끝에서 슬픔은 무너지고 길이 보인다
울음은 사람이 만드는 아주 작은 창문인 것
창문 밖에서
한 여자가 삶의 극락을 꿈꾸며
잊을 수 없는 저녁 바다를 닦는다
 

립스틱과 매니큐어
   -신현림

가을에 슬픔으로 충만했으니
겨울엔 기쁨이 너를 원하므로
비누처럼 거품을 물고 즐거워하라
립스틱과 매니큐어를 바꾸고
'사랑을 할 거야'를 부르며
사람들에게 열심히 꽃 바치고
해 지고 술 고프면
한번쯤은 치사량에 가까운
술을 마셔도 좋을 것이다
웬만하면 좌석버스로 시내나 돌며
정신 차리고 돌아와 밝은 방에서
책 읽는 게 최고의 희열이라
올 겨울엔 나도
빨랫줄에 간신히 매달린 흰 치마 같은
금욕의 처절함을 해제하고
이글이글한 정사를 치뤄볼 것이다
   어떻게-슬픔의 체위를 바꾸면서
   어디서-헤어지지 않을 곳에서
   누구랑-헤어지지 않을 사내랑
   왜-해실해실 웃는 아기를 가질까 해서
 

사랑이 올 때
         - 신현림 -
 
달은 찻잔 속에 떠 있고
그리운 손길은
가랑비같이 다가오리
황혼이 밤을 두려워 않듯
흐드러지게 장미가 필 땐
시드는 걸 생각지 않으리
술 마실 때
취하는 걸 염려않듯
사랑이 올 때
떠남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봄바람이 온몸 부풀려갈 때
세월가는 걸 아파하지 않으리
오늘같이 젊은 날은 더 이상 없네
아무런 기대없이 맞이하고
아무런 기약 없이 헤어진대도
봉숭아 꽃물처럼 기뻐
서로가 서로를 물들여가리
 
 
내 혀의 타올로
  -신현림

당신의 눈은 얼굴은
슬픔의 피빠는 노을
눈보라치는 정거장이야
당신을 삶는 상처의 휘발유
내 혀의 타올로 닦아줄게
나도 함께 흐느낄게
 

키스, 키스, 키스
   -신현림

떠드는 말이 부딪쳐
상처와 이별을 만들고
따뜻한 수증기로 스미면
마음의 키스가 되지
키스, 키스, 키스!
번역해서 뽀뽀는 얼마나 이쁜 말이니
삶이 아프지 않게 시원하게
말은 사려 깊은 타월이 돼야지
매순간 모든 이로부터 버려질 쓰레기까지
뽀뽀하는 마음으로
"네 일은 잘 될 거야 네 가슴은 봄 바다니까!"
인사하는 바로 그것,
삶이 꽃다발처럼 환한 시작이야
 

가질 수 없는 건 상처랬죠
   -신현림

가질 수 없는 건 다 상처랬죠?
닿지 않는 하늘 닿지 않는 바다
돈이 없어 닿지 않는 외투
벌릴 수 없는 방 두 칸짜리 집
닿지 않는 사랑
절망의 아들인 포기가 가장 편하겠죠
아니, 그냥 흘러가는 거죠
뼈처럼 흰구름이 되는 거죠
가다보면 흰구름이 진흙더미가 되기도 하고
흰구름이 배가 되어 풍랑을 만나고
흰구름 외투를 입고
길가에 쓰러진 나를 발견하겠죠
나는 나를 깨워 이렇게 말하겠죠
<내가 나를 가질 수 없는데
내 것이 아닌것을 가져서 뭐하냐>구요
 
 
너에게로 가는 손
     - 신현림

나날은
떠나는 새처럼 떠나지 못하고
흐르는 물처럼 흐르지 않고
거친 파도처럼 고동치지 않았다
아무 위안도 없고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없는 슬픔에 갇혀
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너와 함께 하는 희망이
수레바퀴처럼 구르지 않아도
먼 마을의 개가 짖듯이
백일홍이 울부짖듯이
나의 손은 너에게로 간다
 
 
창 1
- 신현림

이상하지요 비통하도록 아름다운 것을 보면
온몸이 대책없이 부풀어올라요
터질 것 같은 애드벌룬처럼 말이죠
적요한 방과 흰 에나멜로 칠한 문, 가구의 나무냄새
오후 여섯 시 회사복도에서 본 창 밖의 세계
이미 없는 푸른 물의 기억이라든가
장례식 행렬 더럽혀진 작업복
겸손히 흐느끼는 굽은 등과 빵 같은 아가
아, 은밀한 침묵에 쌓인 책장 그리고
몸서리치는 은사시나무 나뭇잎
상실에 저항하는 것들....
모두 말아먹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갖고 난 후의
무서운 허탈감을 상상하면 견딜 수가 없어요
끌어안은 사람이나 사물이 갑자기 서류뭉치처럼
구겨져버리거나 내 자신이 고드름처럼 녹아버리거나
삼십센티만 떨어져 앉지요
저는 이 거리를 집착해요 안전하고 자유롭지요
닭갈비를 뜯다보면 제가 닭이 되는 기분입니다
털이 몽땅 뽑힌 비밀이 없는 슬픔
생계의 짐, 추억과 죽음의 짐, 정욕의 짐
운명의 갈빗대가 휘지 않도록 개갈비 돼지 쇠갈비로
영양보충한다는 슬픔
오늘 밤하늘이 서럽도록 작렬하네요
 
 창 2
- 신현림
마음이 다 드러나는 옷을 입고 걷는다
숨어 있던 오래된 허물이 벗겨진다
내 허물은 얼마나 돼지처럼 뚱뚱했던가
난 그걸 인정한다
내 청춘 꿈과 죄밖에 걸칠 게 없었음을
어리석음과 성급함의 격정과 내 생애를
낡은 구두처럼 까맣게 마르게 한 결점들을
오래도록 괴로워했다
나의 등잔이 타인을 못 비춘 한시절을
백수일 때 서점에서 책을 그냥 들고 나온 일이나
남의 애인 넘본 일이나
어머니께 대들고 싸워 울게 한 일이나
실컷 매맞고 화난 주먹으로 유리창을 부순 일이나
내게 잘못한 세 명 따귀 때린 일과 나를 아프게 한 자
마음으로라도 수십번 처형한 일들을
나는 돌이켜본다 TV 볼륨을 크게 틀던
아래층에 폭탄을 던지고 싶던 때와
돈 때문에 조바심치며 은행을 털고 싶던 때를
정욕에 불타는 내 안의 여자가
거리의 슬프고 멋진 사내를 데려와 잠자는 상상과
징그러운 세상에 불지르고 싶던 마음을 부끄러워한다
거미줄 치듯 얽어온 허물과 욕망을 생각한다
예전만큼 반성의 사냥개에 쫓기지도 않고
가슴은 죄의식의 투견장도 못 된다
인간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변명의 한숨을 토하고
욕망의 흔적을 버린 옷가지처럼 바라볼 뿐이다
고해함으로써 허물이 씻긴다 믿고 싶다
고해함으로써 괴로움을 가볍게 하고 싶다
사랑으로 뜨거운 그 분의 발자국이
내 진창길과 자주 무감각해지는 가슴을 쾅쾅 치도록
나는 좀더 희망한다
그 발자국이 들꽃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나
나를 깨워 울게 하도록.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신현림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
  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멀어져서 아득하고 아름다운
  너는 흰 셔츠처럼 펄럭이지
  바람에 펄럭이는 것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
  내 눈 속의 새들이 아우성친다
  너도 나를 그리워할까
  분홍빛 부드러운 네 손이 다가와 돌려가는
  추억의 영사기
  이토록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구나
  사라진 시간 사라진 사람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해를 보면 해를 닮고
  너를 보면 쓸쓸한 바다를 닮는다 
 

아무것도 아니었지
    -신현림

너는 아무것도 아니었지
순식간에 불타는 장작이 되고
네 몸은 흰 연기로 흩어지리라
나도 아무것도 아니었지
일회용 건전지 버려지듯 쉽게 버려지고
마음만 지상에 남아 돌멩이로 구르리라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도 괜찮아
옷에서 떨어진 단추라도 괜찮고
아파트 풀밭에 피어난 도라지라도 괜찮지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의 힘을 알아
그 얇은 한지의 아름다움을
그 가는 거미의 힘을
그 가벼운 눈물의 무거움을
아무것도 아닌 것의 의미를 찾아가면
아무것도 아닌 슬픔이 더 깊은 의미를 만들고
더 깊게 지상에 뿌리를 박으리라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낄 때
비로소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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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신실하게 믿음의 글들 191
이재철 지음 / 홍성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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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이재철 목사님의 책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맑고도 예민한 영성과 신실한 믿음, 그리고 예리하고도 깊이 있는 성경에 대한 통찰력에 존경과 감사가 우러 나왔다. 이책에는그가 유럽에서 목회하면서, 그곳 지역의 청년, 장년들과 함께 ,기독교의 구원과 믿음이란 무엇이며   크리스쳔으로 살아간다는것이 진정 어떤것인지에 대해 묵상했던 신앙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들이 실려 있다. 그리고그 묵상의 가장 핵심은 신앙이란 신실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다면서도 하나님의 진정한 뜻과는 무관 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자신을  돌아보며, 참으로 신실한 신앙이란 어떤것인가를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하나님께 간절히 처해진 어려움에서의 구원을 간구하면서도,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는것은 즐거워 하지 않은 신앙인들,이런 신앙의 이중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 기독교인들이 꼭 읽어봐야할 책이라 생각한다.

< 그대가 정녕 포도나무이신 그리스도의 가지 된 크리스쳔이라면.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그대 인생의 농부이심을 믿으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천지가 그대를 위한 하나님의 역사의 마당임을 믿으라 . 만사의 때를 하나님께 맡기는 삶을 훈련하라. 신실하고 참되신 주님의 이름에 힙당한 바른 기도의 삶을 훈련하라. 이세상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밑가지가되는 삶을 훈련하라. 그리할때 의심의 여지없이, 변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진정한 믿음의 사람이 될것이다. 웬지 아는가? 그 같은 믿음으로 살아가는 그대를, 그대의농부이신 하나님께서 친히 가꾸어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중> 하나님은 농부시고 예수님은 포도나무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포도나무에 붙어있는 가지이다.그러므로 우리가 그 포도나무에  붙어있을때 하나님이 경영하시는 그 포도나무는 하나님의 성실하시고 섬세한 손끝에 의해  온전하게 자라게 되는 것이다.

  저가 비록 근심케 하시나 그 풍부한 자비대로 긍휼히 여기실 것임이라. 주께서 인생으로 고생하며 근심하게 하심이 본심이 아니시로다(애 3: 32~33)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고난과 어려움을 주시는것은 그분은 본심이 아니라는 것.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시간은 하나도 헛된 것이 없고 모든것을 통치하시는 그분께서, 한치의 오차도 없으신 그분께서 나를 성숙시키고 온전케 하시려는 의도가 계시다는것, 알고는있는 말씀이지만 어려움에 처하면 그런 믿음 또한 흔들리게되는 인간인데, 다시한번 믿음을 지켜가리가 다짐을 하며 글을 읽었다 . 또한 성경을 읽으면서 알긴 했지만 그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넘어가지 못했던 부분들을 이책을 통해 깊은 의미를 알수 있었다.

책의 마지막 장, 삶 그현장성에서 말한바와 같이 믿음이 현장에로 옮겨질때 참된 지식이고 참된 믿음이 되듯이,  글을 읽는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이 나의 삶으로 연결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리뷰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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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현근 2005-04-30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은님의 리뷰에 감사하며 thnks to를 클릭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리뷰 많이 부탁합니다.

리안 2005-04-30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현근님의 서재를 통해 알게된 책이었습니다. 너무나 은혜로운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오즈 2005-05-04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동생이 읽고 보라고 준 책인데..이제 막 읽을 참이었습니다. 괜찮은 책 같군요. 기대됩니다.
 

중년을  지혜롭게 사는방법


집에서 누워 있지말고 끊임없이 움직여라.
움직이면 오래살고 누워있으면 일찍 죽는다.
하루에 하나씩 즐거운 일거리를 만들어라.
하루가 즐거우면 평생이 즐거울 수 있다.

돈이 들더라도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라.
젊은 기운이 유입되면 활력이 넘치고 오래살수 있다.
성질을 느긋하게 가지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라.
조급한 사람이 언제나 손해보고 세상을 먼저 떠난다.

좋은 책을 읽고 또 많이 읽어라.
마음이 풍요해지고 교양이 쌓이면 품위있는 중년이 된다.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며 대우를 받을려고 하지말라.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지하철 경로석을 좋아하지 말라.
섣불리 행동하면 치매 초기로 오해 받는다.
매일 목욕으로 몸을 깨끗이 하라.
그래야 사람들이 냄새나는 중년이라고 피하지 않는다.

병을 두려워하지 말라.
한가지 병은 장수하고 무병을 과시하면 단명이될수 있다.
지혜로운 사람과 어울려라.
바보같은 사람과 어울리면 어느새 바보가된다.

무엇을 남기며 얼마나 가치있게 살것인가를 생각하라.
내가 가지고 떠날 것은 하나도 없다.

- 행복한 중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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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조(候鳥) / 김남조 당신을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마주 불러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오랜 이별앞에 섰다 갓 추수를 해들인 허허로운 밭이랑에 노을을 등진 긴 그림자모양 외로이 당신을 생각해온 이 한 철 삶의 백 가지 간난을 견딘다해도 못내 이것만은 두려워 했음이라 눈 멀듯 보고지운 마음 신의 보태심없는 그리움의 벌이여 이 타는듯한 욕망 당신을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우리 다같이 늙어진 어느 훗날에 그전날 잠시 창문에서 울던 어여쁘디 어여쁜 후조라고나 할까 옛날 그 옛날에 이러한 사람이 있었더니라 애뜯는 한 마음이 있었더니라 이렇게 죄없는 얘기거리라도 될까 우리들 이제 오랜 이별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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