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부(李盛夫)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인가 싶으면 늦추위 시샘땜에 주춤하고 , 아직인가 하면 어느새 옆에 와버린 기다리던 손님처럼, 봄은 새침떼기소녀 마냥 그렇게 우리곁에 온다. 먼데서 오실 손님 기다리는 분주한 마음을  봄은 알까?

  난 봄을 싫어 했었다 .학교시절엔 겨울 방학의 끝자락에서 새학기 시작이 초봄이어서 새롭게 시작하는 부풀음 보다는 불안함이 더했던 시기였다 . 봄추위를 겨울보다 더 탔다 .봄이라고 난방도 적게하고 옷도 가볍게 입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 암튼 여러가지 이유로 봄이 싫었었다.

그런데 이제 제법 많은 나이를 먹고 보니  겨울이 싫어지고 얼른 화창한 봄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 신년초 부터 생기곤 한다. 봄만 되면 몸 더피곤하고 힘들어 하지만 그래도 봄이 기다려지는 건 지나버린 내 인생의 봄이 그리워서가 아닐까?   지니간 청춘을 그리워하는 내 나이가 가끔은 서럽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