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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의 머릿속 - 세계적인 심리학자 엄마가 밝혀낸 아이 마음의 비밀
앨리슨 고프닉 지음, 김아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요즘 뇌과학이 유행인거 같다.
나도 사람의 말과 행동, 생각과 심리 상태를 뇌로부터 해설해놓은 글들이 재미나게 읽힌다.
사람이 기계와 같다는 유물론적 사고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어쨌든 공감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의 사고 체계나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말과 행동들을
머릿속을 살펴보는 방법 즉, 뇌를 분석해 이해를 돕는 앨리스 고프닉의 이 책이 나한테는 참 재미있었다.
특히, 아이를 인간 종의 아이디어 개발자, 즉 회사의 연구팀에 비유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앨리스 고프닉에 의하면 아이는 아직 어른에 이르지 못한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다.
아이는 오히려 인간종을 진화시키고 발전시키는 연구 개발팀과 같다고 얘기한다.
어른은 먹고 사는 문제에 치여 기발한 발상이나 새로운 시도를 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늘 익숙한대로 행동하고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일상을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은 인간 종의 마케팅팀 혹은 영업팀에 해당하는 것이다.
기업에서 영업팀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꼭 필요한 팀이지만 영업만 잘한다고 회사가 성장하는게 아니다.
회사가 질적으로 성장하려면 연구 개발에 투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 연구 개발에 해당하는 작업을 아이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앨리스 고프닉은 우리 인간 종의 질적인 발전은 아이들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아이들의 말랑말랑한 뇌에서 시작되는 각종 쓸데없는 생각과 행동들의 일부가 현실이 될 때 우리 인간종은 한단계 더 진화한다는 것이다.
아이와 어른의 뇌를 비교해놓은 부분도 재미있었다.
아이의 뇌회로는 파리의 뒷골목처럼 복잡하게 연결되있는 개미집같은 형태이고
어른의 뇌회로는 대도시의 쭉쭉 뻗은 고속도로처럼 생겼다고 그런다.
다시 말하면 아이가 어른이 되는 성장이란 거미줄처럼 생긴 뇌회로를 재정비해
대도시의 고속도로처럼 길을 닦는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이때, 어쩔수 없이 뇌회로의 많은 부분을 가지치기로 쳐내면서 수많은 뇌의 연결들이 끊어지게 된다.
그래서 아이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이 꼭 발전이나 성장, 성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오히려 아이가 어른이 되면서 중요한 연결을 끊어버리거나 어쩌면 의미있었을 수도 있는 어떤 부분을 잃어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아이가 어른보다 미성숙하고 발달이 덜 되있는 것이 아니고
마치 애벌레와 나비가 다른 것처럼 아이와 어른은 다르다는 것이다.
어른의 머리는 잘 정돈되어있고 속도가 빨라서 효율적이지만
아이만큼 창의적인 발상이 떠오르기에는 불리하다.
왜냐하면, 창의적인 생각이란 연결되리라 생각지 못한 의외의 부분이 연결되어 있어야
떠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수학을 풀때 대개 왼쪽 앞부분 뇌가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엉뚱하게 시각적인 부분을 관장하는 곳이 활성화된다든가
클래식을 작곡하고 있는데
엉뚱하게 후각적인 부분을 관장하는 뇌의 부위가 활성화된다든가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생각지 못한 곳의 뇌가 활성화될때
사람은 창의적인 발상이 떠오르고 아주 획기적인 발명이나
예술적으로 가치있는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에는 어른의 뇌보다 아이의 뇌가 훨씬 유리하다.
이런 내용들을 알고나니까 진정으로 아이를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나보다 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내가 잃어버린 많은 것들을 아직 가지고 있는 소중한 존재들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런 내용들을 다시 돌이켜보면 아이들을 너무 빨리 키우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의 복잡하게 엉켜있는 뇌회로를 그런대로 발달하도록 놓아두다가
서서히 길을 닦고 조심스럽게 가지치기를 해나간다면
훗날 아이의 머릿속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빠지는 길이 하나도 없이 꽉 막히고
속도만 빠른 고속도로가 아니라
언제든지 다른 길로도 가 볼수 있는
더 재미있고 근사한 도로들을 많이 가지면서 성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욱이가 말과 한글깨치기가 느리다고 조급해하지 말기!
세상을 보는 방식에는 말과 글이 아니고도 여러가지 통로가 있는 법이니 말이다.
아무튼,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해보게 해준 재미있는 책..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