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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 : 운명을 읽다 - 기초편 ㅣ 명리 시리즈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5년 12월
평점 :
가끔 태어난 연월일시를 가지고 사주팔자를 해석해 놓은 것을 보면 그럴 듯 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사실 혈액형으로 성격을 분석해놓은 자료라든지 띠로 이달의 운세를 뽑아놓은 내용을 봐도 비슷한 느낌이긴
하다. 사주팔자로 운명을 읽는다는 게 과학적으로 얼마큼 검증이 된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런 호기심으로 예전부터 사주팔자나 역술 이런 책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뽑아서 몇 장 들춰보곤 했었다. 대개는 너무 어려워서 내려놓곤 했지만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은 고미숙씨의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한인도서실에 있다—와 <엄마가 풀어보는 내 아이 사주>라는 책 정도다.
강헌이란
분이 쓴 이 <명리>라는 책도 이런 호기심으로
집어 들었다. 책 날개에 저자에 대한 설명이 아주 자세히 나와있는데 강헌이란 분은 똑똑하면서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분인 것 같다. 서울대 국문과로 입학했다가 같은 대학 음악대학원으로 졸업을 하고
독립영화를 찍다가 시나리오를 만들기도 하고 오랫동안 음악평론을 하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43세에 대동맥이 찢어지는 중상을 입고 쓰러져서 사경을 헤매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나서 11년간 명리학에 몰두하셨단다. 모든 것을 잃고 황폐해진 상황에서
운명 앞에 겸허해졌고 그로 인해 명리학에 올인하게 되었다나... 평범하지는 않은 인생인 듯 하고 재주도
많은 분이시다 보니 이 어려운 학문을 독학으로 이만큼 이해하게 되신 것 같다.
이
분이 책에 쓴 내용 중에 두 가지가 마음에 들었다. 첫째는 ‘만인의
명리학자화’를 외치면서 모두가 사주팔자의 기본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쓸데없이 돈을 받고 남의 운명을 읽어준다든가 혹은 돈을 내고 내 운명을 남에게 물어본다든가 하지 말고
자기 운명에 대한 이해는 본인이 하고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재구성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태어난
절기나 시간이 사람의 성격에 만약 영향을 미친다면 자기가 자기의 사주팔자를 뽑아서 스스로를 이해하는데 활용한다는 개념이 괜찮은 것 같다.
또
하나는 명리학은 철저하게 ‘관계의 이해학’이라고 설명한 부분이다. ‘운명’이라는 말 자체가 운영하다,
운전하다 할 때의 ‘운’에 목숨 ‘명’자로 이루어진 말이란다. 그래서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란다. ‘운명’이라는 말 자체에 명이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한다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리학으로 내 혼자만의 사주를 통해 운을 점쳐본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명리학은 나와 너의 관계, 나와 우리의 관계, 나와 우주의 관계를 이해하는 학문이라는 거다. 운명이 하나로 정해져
있다는 것보다는 관계에 의해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내용이 더 맞는 말 같고 그런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이라는 게 그럴 듯하게 들렸다.
아무튼 나도 이 책을
읽고 나름 내 운명에 대한 이해를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여덟 글자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경우들에 질려버렸다. 복잡하지만
왠지 그래서 더 그럴듯한 것 같기도 하고 재미는 있는데 이해는 안됐다. 도서실이 있어서 좋은 이유가
이런데 있는 것 같다. 읽고도 이만큼 이해가 안 되는 책을 내 돈 주고 샀으며 아까웠을 거다. 재미 삼아 도서실에서 빌려 읽기 딱 좋은 책 강헌의 <명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