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아메리카 - 무일푼 청년의 미국·캐나다·멕시코 낭만 자전거 여행
정우창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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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120만 원이라는 작은 자본으로 8,240km의 아메리카 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한 스물넷 청년의 여정과 그 속에서 마주한 문화, 사람,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기록.


 Review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추천사 속 문장은 '그 여름의 아메리카' 책이 시작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향성을 설명한다.


이 책은 청춘의 낭만적인 여행기처럼 보이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느끼듯

이 청춘들의 이야기도 마냥 푸른빛의 즐겁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다.


작가는 미국에서 사막과 산맥, 도시와 국경을 넘으며

그 땅덩이만큼 정말 많은 난관들을 만난다.

그가 마주한 것은 ‘넓은 미지의 세계’라는 모험이 아니라,

문화와 언어 등 모든 것이 다른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다.


평범한 동양인 유학생이던 작가가 이 모험을 마음먹은 계기는

그동안의 삶이 얼마나 좁았는지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한국에서 성적과 안정적인 진로를 중심으로 굴러가는 청년의 삶이 있다면,

미국에서는 경험과 이야기가

그 사람의 매력과 가치를 드러내는 자산과 같았다.

이 대비는 그제서야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삶을 단순하게 평가해왔는지를 깨닫게 만든다.


믿을건 몸뚱이와 자전거밖에 없는 이들의 여정에는

매일같이 극단적인 상황들이 다가온다.

하수구와 마굿간에서의 하룻밤, 사막의 갈증, 야생동물들의 위협.

하지만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런 위험상황이 아니라,

그 위험상황을 마주할 때와 이후의 방식이다.


이 고난들은 오히려 아무리 괴롭고 두려워도

목표를 향해 계속 움직여야만 하는

청춘의 절박함을 드러낸다.


특히 여정을 이어가며 마주하는 사람들을 통해 경험하는

문화적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꽂힌다.


시험과 성적을 중심으로 대화하는 한국의 청소년과,

경험과 이야기로 세상을 확장하는 미국의 청년들.

이 장면은 묘한 불편함을 남겼다.


우리는 왜 늘 ‘정답’에 익숙해졌을까.

왜 '도전'을 '불확실하고, 비효율적인 수단'으로 여기게 되었을까.

선택한 지금의 길만이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발전과 만족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혹은 둘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결국 이 책은 여행의 기록을 넘어

‘삶의 방향’을 되짚는 과정에 가깝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보상 없이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무언가가 내 삶에도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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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운동으로 키 커지는 홈발레
오은하 지음 / 펴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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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성장기 아이를 위해 집에서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발레 동작을 사진과 함께 정리한 안내서.


 Review

이 책은 발레에 대한 지식을 공부하듯

읽어야 하는 깊이 있는 책이 아니라,

바로 펼쳐서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다.


'하루10분 운동으로 키 커지는 홈발레'는

발레 자세를 잡은 아이의 모습이 먼저 나온다.

아이들이 직접 발레 동작을 하고 있고,

곁에는 자세에 대한 간단한 안내가 붙어 있다.


발레를 잘 몰라도, 운동 지식이 없어도 상관없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복잡하지 않다.

책을 펼쳐두고, 아이가 그대로 따라 하게 하고

주의사항만 짚어주면 된다.


책 초반에 언급되는 ‘유전 23%, 환경 77%’란

짧은 인용은 이 책의 방향을 확실히 보여준다.


👨‍👩‍👧

'부모의 키가 작아서, 우리 아이도 키가 작으면 어떡하지?'

이런 고민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책은 '발레 잘하는 법'이나,
'키 크는 법' 같은 이론을 공부하기보다,
지금 당장 [아이의 키성장]에 초점을 둔다.


발레 동작을 활용한 스트레칭, 점프, 자세 잡기 같은 구성은

성장기 아이들이 무리 없이 따라 할 수 있도록,

그리고 발레의 문외한인 부모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이루어진다.


아이 입장에서 이 책은

따분할 수 있는 운동이라기보다

흥미로운 움직임 놀이에 가깝다.


동작의 난이도가 높지 않아

어린이도 쉽게 따라할 수 있고,

세심한 설명대로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세교정과 유연성이 향상된다.


부모가 기대하는 건 키성장이고,

아이가 경험하는 건

바른 자세로 몸이 변화하는 시간이다.

부모에게도 부담이 적다.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고,

따로 준비할 것도 없다.

준비물 없이도 집에서 가볍게 시작해볼 수 있는 선택지로

'키크는 발레'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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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재생
승재우 지음 / 부크크(book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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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과거로 돌아왔지만 인생의 흐름을 바꿀 수 없는 남자가,

되돌아온 이유와 숨겨진 법칙을 추적하는 시간여행 소설.




 Review

“다시 살 수 있다면, 이번엔 다르게 살 텐데.”


이 문장은 수많은 회귀물이 공유하는 출발점이다.

대부분의 작품은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이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무기로 삼아 인생을 재설계하는 데 집중한다.


'반복재생'은 그 익숙한 클리셰이자 클래식을 정면으로 비튼다.

돌아왔지만 바꿀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바꾸지 못하도록 설계된 세계다.

이 소설의 가장 잔인한 설정은 자신의 의지와 행동으로

삶을 바꿀 수 없다는 ‘자유의 박탈’이다.


"난 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어. 어떻게든 이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이 빌어먹을 인생은 도대체! 어째서 이런 기회에서도 바꿀 수가 없는 거야?!"

p.104


이미 겪어본 가난과 실패, 무력감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다시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회귀는 축복이 아니라 형벌에 가깝다.

“평범하게 산다는 게 얼마나 대단하고 어려운 일인지”라는 문장은

이 작품이 다루는 삶의 무게를 정확히 드러낸다.


작품은 인간의 기억을 ‘데이터’로 취급한다.

과거의 기록을 읽을 권한은 주어지지만, 이미 기록된 데이터를 함부로 바꾸지 말라는 경고가 뒤따른다.


이 설정은 이 이야기가 단순한 감정 서사가 아니라,

회귀물이라는 장르 안에서 ‘과거는 바꿀 수 없다’는 법칙과

정면으로 맞서는 이야기임을 분명히 한다.


누군가를 구하려는 선의조차 오류가 될 수 있고,

착한 의도는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여기서 소설은 질문을 던진다.

결과를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의 인생에 개입할 자격이 생기는가.


소설 '반복재생'은 “다시 산다면 더 잘 살 수 있을까”라는 판타지를 쉽게 만족시켜주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되묻는다.

당신이 바꾸고 싶었던 것은 과거인가,

아니면 그 과거에 발목 잡혀 있는 현재의 당신인가.


이 소설은 시간을 되돌리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삶의 구조를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든다.

다시 사는 인생이 아니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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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쓰는, 마음 흔적
변수아 / 마음연결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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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부모가 자신의 삶을 자녀에게 기록으로 남기고,

그 기록을 통해 가족의 대화와 이해가 이어지도록 구성된 참여형 에세이.





 Review

우리는 '나'의 삶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한다.

 그저 하루를 넘기고, 또 하루를 버티다 보면 인생은 언제나 '지금'만 존재하는 현재형으로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어 쓰는, 마음 흔적'은 그 흘러가는대로 따라가는 흐름에 제동을 걸고,

 이 책은 독자에게 묻는다.


 “삶을 자녀에게, 이 세상에 남겨줄 수 있다면, 얼마나 귀한 기록일까.”


 이 에세이는 잘 정리된 인생 교훈집도, 감동을 끌어올리는 가족 이야기도 아니다.

 살다 보니 부모가 되었지만 여전히 삶이 서툰 한 사람이, 자녀를 키우며 뒤늦게 자신의 부모를 이해하게 되는 시간의 기록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확신보다 망설임의 순간들이 많다.


방황이 아들의 잘못 때문이라고 믿었던 건 커다란 착각이었다.

매 순간 '왜 그럴까' 이해하기 보다는 '왜 그러냐'며 다그쳤다.

p.150


 특히 인상 깊은 지점은 ‘부모의 자리’에 대한 실수들과, 이해다.

 아이의 방황 앞에서 '왜 그럴까' 이해하려 하기보다 '왜 그러냐'며 다그쳤던 순간들,

남편의 부재 앞에서 혼자 감당해야 했던 공포,

그리고 말없이 가족을 떠받치다 외로워진 아버지의 뒷모습까지.


 저자는 그 장면들을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기억을 글로 옮겨 그대로 남겨둔다.

기록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이어 쓰는, 마음 흔적' 에세이를 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독자가 직접 손글씨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 쓰도록 설계되어 있다.

 결국 이 책은 독자가 읽고 함께 할 때 까지 완성본이 아니다.

 읽는 순간마다 계속 수정되는 책이다.

 부모에게는 고백의 공간이 되고,

 자녀에게는 언젠가 돌아와 읽게 될 마음의 지도 한 장이 된다.


 부모가 된다는 건 삶의 해답을 얻는 일이 아니라,

질문을 하나 더 안고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부모가 된 것은 그저 살다 보니 얻은 이름일 뿐, 삶의 정답을 안다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세상은 달라졌고,

우리가 믿던 길이 틀린 길로 바뀌었을 수도,

더 나은 선택이 생겼을 수도 있다.

자녀가 지나고 있는 길을,

우리도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했기에,

아이들도 직접 겪으며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지켜보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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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은 날의 의미 범필로그 산문시집 4
양범 지음 / 북랩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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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들이 왜 충분히 의미 있는지,

한 남자가 멈춰 서서 삶을 되돌아본 기록.




 Review

정말, 열심히 살았다.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고, 가장 늦게 잠들었다.

청춘을 통째로 갈아 넣었고,

몸이 부서져라 페달을 밟았다.

그러면 언젠가, 빛나는 결승선에 닿을 줄 알았다.

(...)

나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달려왔을까.

성실함이 때로 배신하는 세상.

p.17


이 문장은 양범 작가의 고백이자, 회고록의 중심이며,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고, 가장 늦게 잠들며, 성실함을 미덕처럼 등에 업고 달려온 사람의 숨 고르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은 날의 의미는 잘 살아내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잘 버텨온 날들을 스스로 인정해주는 데서 출발한다.


이 책의 문장들은 조급하지 않다.

당장 뭔가를 해야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삶이 숙제처럼 느껴질 때”의 마음을 정확히 짚는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

실수하면 안 된다는 불안.

그 틈에서 스스로에게 가장 불친절해진 사람의 목소리가 조용히 흐른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다는 느낌보다 작가의 곁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든다.


 1부와 2부는 멈추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반성이다.

번아웃은 엔진이 고장 난 것이 아니라 잠시 쉬어갔으면 됐을거란 깨달음,

항상 110%를 요구받던 세계에서 90%만 발휘하는 오늘을 허락하는 용기.

이를 담담히 얘기하면서도, 저자는 성실함을 배신하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는다.

대신 그 성실함을 오랫동안 견뎌온 자신을 처음으로 따스히 바라본다.


 3부와 4부로 갈수록 문장은 곁의 관계와 일상으로 옮겨간다.

“밥은 먹었냐”라는 말의 속 뜻, 잔소리로 포장된 사랑, 오후 세 시의 그림자 같은 사소한 순간들.

 행복은 증명할 필요가 없어질 때, 소란이 가신 자리에 이끼처럼 조금씩 차오른다는 문장은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태도를 정확히 말해준다.



행복은 더 이상 무언가를 증명할 필요가 없을 때,

삶의 소란이 잦아든 자리에

이끼처럼, 조용히 차오르는 것이었다.

p.135


 크지 않아도, 선명하지 않아도, 충분한 것들.


 마지막으로 이 책이 건네는 가장 큰 위로는 단순하다.

오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 평소처럼 열심히 살았단 증거라는 것.

멈춰 섰다는 이유로 뒤처진 게 아니라, 다시 나아가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쁘게 흘러간 하루 끝에서 이 책을 덮을 때 독자는 스스로 묻게 된다.

나는 오늘 나에게 조금이라도 다정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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