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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재생
승재우 지음 / 부크크(bookk) / 2023년 6월
평점 :

줄거리
과거로 돌아왔지만 인생의 흐름을 바꿀 수 없는 남자가,
되돌아온 이유와 숨겨진 법칙을 추적하는 시간여행 소설.

Review
“다시 살 수 있다면, 이번엔 다르게 살 텐데.”
이 문장은 수많은 회귀물이 공유하는 출발점이다.
대부분의 작품은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이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무기로 삼아 인생을 재설계하는 데 집중한다.
'반복재생'은 그 익숙한 클리셰이자 클래식을 정면으로 비튼다.
돌아왔지만 바꿀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바꾸지 못하도록 설계된 세계다.
이 소설의 가장 잔인한 설정은 자신의 의지와 행동으로
삶을 바꿀 수 없다는 ‘자유의 박탈’이다.
"난 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어. 어떻게든 이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이 빌어먹을 인생은 도대체! 어째서 이런 기회에서도 바꿀 수가 없는 거야?!"
p.104
이미 겪어본 가난과 실패, 무력감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다시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회귀는 축복이 아니라 형벌에 가깝다.
“평범하게 산다는 게 얼마나 대단하고 어려운 일인지”라는 문장은
이 작품이 다루는 삶의 무게를 정확히 드러낸다.
작품은 인간의 기억을 ‘데이터’로 취급한다.
과거의 기록을 읽을 권한은 주어지지만, 이미 기록된 데이터를 함부로 바꾸지 말라는 경고가 뒤따른다.
이 설정은 이 이야기가 단순한 감정 서사가 아니라,
회귀물이라는 장르 안에서 ‘과거는 바꿀 수 없다’는 법칙과
정면으로 맞서는 이야기임을 분명히 한다.
누군가를 구하려는 선의조차 오류가 될 수 있고,
착한 의도는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여기서 소설은 질문을 던진다.
결과를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의 인생에 개입할 자격이 생기는가.
소설 '반복재생'은 “다시 산다면 더 잘 살 수 있을까”라는 판타지를 쉽게 만족시켜주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되묻는다.
당신이 바꾸고 싶었던 것은 과거인가,
아니면 그 과거에 발목 잡혀 있는 현재의 당신인가.
이 소설은 시간을 되돌리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삶의 구조를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든다.
다시 사는 인생이 아니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