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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ㅣ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래, 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생명의 위협도 마다하지 않는 마흔일곱 살의 샐러리맨이어야 했다. 그렇게 믿었다. 그날이 찾아오기 전까지는.'(p 13)
'마흔일곱'까지 쉬지는(^^;) 않았지만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해보거나, 아이들이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에 대한 묘사가 어떠할지 미리 경험해보아도 나쁘지는 않을 듯해서 책을 들었다.(40대도 이런 책을 읽나? 하고 의아해하지 마시길.. 저자의 어려웠을 성장과정과 그 안에서 다듬어낸 작품에 대한 관심은 보편적이겠죠)
사뭇 긴장감 어리는 전개로 시작되는 이 소설의 흐름은 거침없이 빠르다. 소설 첫머리에서 진행되는 서사에서 많은 독자들이 쉽게 예측하는 결과로 사뭇 '치닫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거침없다.(영화로 만드는데 따로 첨삭이 필요없을듯한 전개) 그리고 예상한 결과의 당연스런 확인.
비약이 큰만큼 다소 희화화된 '주인공' 스즈키의 모습에서 얻을 수 있는 생각들은 선명하다.
JR에서 보았던 숱한 샐러리맨들... 그리고 늦은 밤까지 술잔을 나누던 샐러리맨들의 모습이 겹쳐지는 건 어쩔 수 없고, 그때 홀로 되어 '왠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다행스럽다'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던 기억...
하긴 비교라는 건 상대적인 것이고, 다른 세대에서 보면 그들이나 우리나 다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자각이 내 앞에 버티고 서있다.
읽으면서 돌부리에 걸린 것처럼 막히던 대목은 두세 번 반복되는 "나를 죽일 수 있겠어, 일본인?"(133쪽) 하는 박순신의 대사. 마치 80년대 김홍신의 <인간시장>의 장총찬을 연상케하는 인물 설정. 한글로 번역된 책을 읽는 우리 독자들은 일종의 '대리만족'도 가능하겠지만, 이제는 충분히 그 어두운 시절의 <인간시장>을 뛰어넘는 여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지... 그래서 외려 가네시로 가즈키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또한 우리와는 다를 수 있는 그들의 사회현상을 제대로 구현한 덕에 '나오키문학상'을 수상했을 다른 작품에 대해서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내용은 이 작가와 작품에 대한 관심이 요즘의 화제거리인 이준기 주연의 영화화라는 화제와 결부된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다음에서야 가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