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의 힘 - 능청 백단들의 감칠맛 나는 인생 이야기
남덕현 지음 / 양철북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 충남 보령 사위

- 자이랑식품, 자이랑숲연구소

 

약사가 노래 부르듯 혼잣말로 '반반'을 되뇌이며 약을 고른다. "이거 잡숴유. 한 번에 두 알썩." "두 알씩이요?" "첨엔 씨게 조지야 되니께 두 알썩. 엥간해지믄 한 알썩 잡숫구."(29)

 

"성님! 지 말은 기잘 안다는 게 아니라 테리비에 나왔다 이거유! 지가 지어낸 말이 아니라!! 성님은 매사가 이런 식이유. 매사가! 뻬뜨콩 빤스를 입은 규? 노상 사램 말을 그 지경으루 의심을 헌데유? 야?"... "정성은 갸륵헌디, 암만 그려두 멧돼지가 닭 모양으루 짬뿌헌다는 것은 나를 무시허는 말이지 참말은 아녀!" "아, 됐슈!" "얼래? 별것두 아닌 거 가지구선 승질이여?" "됐대니께유. 인자 서루 침묵허믄서 빠스나 지둘려유."(34)

 

"월매나 똥을 몸부림치믄서 푸지게 싸질렀으면 지갑이 다 삐져 나간댜? 그라구 똥 누믄서 지갑은 원 초칠 맛으루다가 봉창에 넣어 가지구 들어가는 겨? 돈두 벨루 읎어 보이드만."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램이 둔혀두 저 모양으루 둔할까. 나는 봉창에서 탑시기(먼지) 하나만 삐져나가두 느낌이 팍 오는디 남 서방은 아녀? 지갑이 똥통에 빠져두 아무 느낌두 못 느낀 겨?"(38)

 

"나는 역마살이 독허게 낑겨서 암만 좋아두 한군데서는 오래 못 사는 출신이여. 이 집구석, 저 집구석 싸돌아댕기야 숨 쉬구 살지, 안 그러믄 하루두 못 산다니께. 천국이 암만 좋아두 가끔은 극락으루 마실 댕기구 혀야지! 안 그려? 우덜 동네 국회의원들은 야당, 여당 번갈아 댕기믄서 월급 처받구 노는디, 나는 내 돈 내구선 왔다리 갔다리 허갔다는디 그거 안 된다구 허믄 안 되지. 안 그려? 히히히." 아, 신실한 믿음이여...(44)

 

"어~ 구지다...(허전하다) 오뎅 몇 개만 줘 봐, 호떡하구." "거 있는 거 잡숴유. 팅팅 불어서 씹기에두 편할 틴께." "근디 꼬불탱이가 맛난가 아니믄 민자가 낫은가?" "거서 거기쥬 뭐. 꼬불탱이 먹는다구 똥까정 꼬불꼬불 싸지는 안잖유? 안 그류?"(61)

 

서루 빤히 아는 겨! 아~ 저놈은 제비, 아~ 저 아줌씨는 아싸루비아. 아싸루비아가 뭐냐구? '남편이 돈 벌러 싸우디아리비아 갔다~. 그르니께 난 외로워 죽겄다~' 그것두 몰러?(82)

 

"그래도 이제 담배 끊으세요! 친구 분들 중에 더러 끊는 분들 계시죠?" "많지..." "건강도 좋아지고 입맛도 돌고 좋다고들 하시죠?" "글씨... 물어보기가 좀 그려." "왜요?" 노인이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다들 숫가락 집어던진 지 오래구 나만 꼴랑 남았는디 워찌케 물어? 담배 끊으니께 몸띵이가 가뿐허다 워쩐다 연설들 허더니 나보덤 먼저 가두 엄청 서울러 가데?"(93)

 

"서둘러 갔으야 허는디 팔자에두 읎는 똥물을 들이켰드만 질게 살었네! 니 사정 봐서는 가두 벌써 갔으야 허는 것인디 나두 헐만큼 허구 갈라니께 이 모양으루 심들어두 오래 먼문 줄만 알어 잉? 그나저나 니두 엥간히 똥물을 들이킨 걸 보믄 니두 허구 가야 헐 일이 산데미인 모양인디 진 세월을 다 어쩐다냐? 참말루 서룹겄다."(108)

 

희한허게 그때 생각허믄 그 말만 생각나구, 그 말만 생각허믄 시방두 맴이 쌍그러니 눈물이 날라구 혀. "고새 자유?" "고새 잠든 겨?" 딱 두 마디. 시방 내가 똑바루 살았다구 말허는 거 아녀..., 왜 허나구? 기냥 내가 워찌케 살았다는 사실만 말허는 겨. 나두 헐 만큼 허구 가야 쓰니께. 그래서 이라는 거니께 그란 줄만 알어.(111)

 

"술 냄새두 안 나는디 술 처묵은 눔 모양으루 눈깔은 뻘겋구, 잠을 못 잤는지 낯짝은 탑시기(먼지) 앉은 거맹키루 썩음썩음허구, 외박허구 온 날은 왼종일 송장 시늉허드끼 밥두 안 처먹구 천장만 쳐다보구 자다 깨다 허드라구." "영락읎는 노름병인디?"(113)

 

"택시 타믄 월매나 깨지는 겨?" "월전리에서 시내 나올라믄 못 줘두 만 원 이상은 주야 쓰구, 야동에서 나올라믄 칠판 천 원은 줘야쥬?" "그랴, 내가 밥 먹자구 불러 갖구 못 깨져두 돈 만 원썩은 깨지믄서 나오는 사램덜인디, 암만 못 사두 따불루다가 밥을 사야지 꼴랑 만 원짜리 멕일 수 있겄어? 안 그려? 돈 깨져, 시간 깨져, 나오는디 성가셔, 그란디 본전치기루다가 먹구 가라구 허믄 밥 사구두 욕먹는 겨! 근디 갸는 기껏 불러 갖구선 노상 오천 원짜리 뻬다구 해장국 한 그릇이여. 본전치기두 안 된다니께? 사램덜이 말은 안 혀두 속으루는 월매나욕을 혔겄어. 안 그려?" "성님이 말씀하시니께 하는 말이지만서두, 지두 속으루는 엥간히 흉봤슈!" "그려! 그르니께 인자 더 욕먹구 살믄 진짜루 욕보는 거니께 그만 살구 오라구 제수씨가 델꾸 간 겨! 인색헌 출신이 처복은 있다니께."(148)

 

"덥다 더워!" "얼래? 미쳤나 벼! 그 나이 처묵구두 여태까정 더위를 다 타구!" :"원판 더우야지! 나잇값두 못하게 드럽게두 덥네 참말루!" "금년만 참어." "잉?" "아, 내년에두 여름 날라구? 생각만 혀두 징하구먼 참말루! 인자 고만허구 가야지. 안 그려?"(188)

 

"우덜 사는 꼬라지는 이 지경인디 '여섯시 내 고향' 같은 거 보믄 시골 사램덜 죄다 부자여, 부자! 우덜 고향은 고향두 아니래니께? 우덜만 빙신인 겨, 빙신!"(216)

 

"노상 지자리에 앉은 눔의 콤퓨타가 워딜 싸돌아댕기믄서 쥐약을 처묵는댜?" "지가 댕기믄서 주워 먹간디? 큰눔 말루는 콤퓨타는 앉아 갖구선 전기 빨아먹는디 워떤 눔들이 전기에다가 쥐약을 쳐 갖구선 멕이니께 헐 수 읎이 지두 모르는 새에 샘킨다구 허데?"(224)

 

"말 한번 션하게 잘혔네! 지랄허구 시골 가믄 맨날 늙은것덜 천지라구 흉봐 쌓는디 우덜이 젊은것덜 못갈게 구박혀서 쫓가낸 겨 뭐여? 가만히 듣구 있으믄 꼭 우덜이 나라 골치덩이 된 것맹키루 기분이 드럽다니께!" "솔직한 말루 늙은이덜이 시골 조지구 농사 조진 겨? 우덜 모냥으루 벌거지마냥 나라에서 시키는 거 꼬박꼬박 토 안 달구 헌 눔 있으믄 나와 보라구 혀! 쥐약두 먹으라믄 먹은 우덜인디 그런 건 몰라주구 멜깡 농촌에 노인들만 득실댄다구 허니께 참말루 섭혀!"(227)

 

"조직 강화? 허야지! 애국적으루다가 우덜이 맬깡 새장가 들어 갖구선 새끼 치는 겨! 젊은것덜이 요새 애를 안 낳아서 나라 근심이 천근만근이라메? 워쩌겄어 늙은것덜이래두 나서야지! 새끼 쳐 갖구선 시골적으루다가 잘 키우는 수 밖에는 읎다니께?"(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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