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토종] (19) 토하
 

“30년 전만해도 논두렁 어디를 가도 널린 게 토하였어! 하지만 지금은 금값이여.”
토하젓으로 유명한 전남 강진군 병영면 5일장에서 토하젓을 팔던 한 젓갈상인이 내뱉은 아쉬움 섞인 한마디다.
1급수의 깨끗한 물에만 서식하는 토하는 수십년간 마구 뿌려온 농약과 화학비료 탓에 그 개체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도랑만 치면 가재와 민물새우가 흔히 잡히던 시절, 시골 그 어디서나 흔하게 잡히던 토하가 이제는 ‘친환경’이란 수식어가 붙은 논과 양식장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귀하신 몸’이 되어버렸다.


 
▲ 수풀 사이를 유영하는 토하(오른쪽). 겉껍질이 투명한 토하는 평상시 연한 갈색을 띠지만 먹이에 따라 몸 색깔이 변한다. 특히 젓갈을 만들기 위해 숙성시키면 빨간색으로 변한다(왼쪽).
토하는 징거미새우와 줄새우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토종새우다. 그 크기가 2~3㎝에 불과하다.
암컷은 몸 빛깔이 갈색이고, 갑각(甲殼) 중앙 배 부분에 노란빛을 띤 갈색 무늬가 있다. 수컷은 몸빛깔이 암컷보다 연하고 무늬는 희미하다. 하지만 서식지와 먹이에 따라 투명한 껍질의 색깔이 변한다. 그래서 토하가 보호색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상처치유 기능 ‘키틴’ 함유…소화젓으로 불려
생이,또는 또랑새우로 불리기도 하는 새뱅이과의 토하는 젓갈로 더욱 유명하다. 약 500년 전부터 살아 있는 토하를 껍질째 소금에 절여서 젓갈을 만들어 왔다고 한다. 특히 전남 강진 옴천면의 토하젓은 조선시대에 궁중 진상품으로도 유명했다고 한다. 이후 자유당 시절에는 경무대 식탁에 오를 만큼 맛이 좋아 별미식품으로 손꼽혔다.


 
▲ ①수생식물 전문판매업체 ‘그린피쉬’의 박상태 팀장이 택배로 보낼 토하를 건져내고 있다.
②전남 강진 옴천면 주민 황정숙씨가 2년간 숙성시킨 녹차진액을 이용해 만든 토하젓을 선보이고 있다. 양념 토하젓에는 찹쌀죽·생강·마늘 등 17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③전남 강진군 옴천면에 자연상태의 서식지를 조성해 토하를 키우는 김동신(맨 오른쪽) 씨가 얼음이 언 도랑에서 토하를 채취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토하의 껍질에는 상처의 치유와 항균 등의 기능을 가진 키틴(chitin)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발효, 숙성시 그 효과가 배가된다. 전남 강진의 토하젓 제조가 황정숙(59)씨는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토하젓 한 숟갈만 먹으면 싹 낫는다고 하여 일명 ´소화젓´으로도 불렸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담백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해 각종 음식과 어우러져 입맛을 찾아 주는 밥도둑”이라며 토하젓을 예찬했다. 실제로 토하에는 소화를 돕는 성분이 들어 있을 뿐 아니라 중금속 흡착능력 또한 뛰어나다는 각종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식도락가를 유혹하는 토하젓의 은은한 흙내는 이름이 왜 ‘토하’인지 가장 잘 말해 준다. 토하가 서식지의 흙 속에 있는 영양분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토하한테는 물만큼 중요한 것이 흙입니다.” 전남 강진군 옴천면에서 자연상태의 서식지를 만들어 10년째 토하 양식업을 하고 있는 김동신(61)씨. 그는 “옴천지역의 토양은 규석· 맥반석· 석화질 등으로 구성돼 있고 물 흐름이 좋아 언제나 깨끗함을 간직하고 있다.”면서 명품 강진토하를 한껏 자랑했다.  


●어항 이끼 제거·관상용으로도 인기
최근에는 토하가 어항의 이끼를 제거해 주는 ´생물병기´로, 또한 관상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수중 생물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그린피쉬’의 박상태 팀장은 “최근 몇년간 토하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면서 “어른들에게는 어릴 시절의 향수를 달래주고, 아이들에게는 환경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교육자료로 사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토하는 물에 포함된 이끼와 플랑크톤 등 미생물을 먹고 살기 때문에 어항을 정화하는데도 한몫을 한다.”며 토하의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글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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