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봉학 “용산 참사에 가슴 먹먹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 글 강병한·사진 남호진기자

“용산 참사 현장을 보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MBC 인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 아버지 역을 맡았던 탤런트 맹봉학씨(46)가 용산 철거민 참사를 계기로 다시 촛불을 들었다. 맹씨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 참여한 후 연예인으로서는 유일하게 경찰 조사를 받았다.

TV를 통해 끔찍한 참사 장면을 본 맹씨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맹씨는 참사 현장에서 매일 열리는 희생자 추모집회에 참석해 다시 촛불을 켰다.

22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맹씨는 참사의 책임을 철거민에게 떠넘기는 정부에 화가 나 있었다.

“쥐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고양이를 뭅니다. 최소한 퇴로를 만들어 놓아야지 망루 아래서 특공대원이 올라가고 위에서 컨테이너로 짓누르면 그냥 ‘너희들 죽어봐라’는 것 아닙니까.”

그는 “철거민이 농성한다고 하루 만에 특공대를 투입하는 나라가 세계에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참사의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다”면서 “철거민들이 부당한 처우와 용역 깡패의 폭력에 시달리면서 궁지로 내몰린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맹씨는 고교 졸업 후 연극계에 입문해 25년간 연기자 인생을 걸어왔다. 연예인으로서 불이익을 감수하고 거리에 나오게 된 것은 마음 한 쪽에 남아 있는 죄책감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1980년대에 연극을 한다는 이유로 거리에 나가지 않았다. 그게 평생 부채의식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불효자로 살았는데 지난해 노모의 팔순잔치를 해드린 후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다”면서 “이제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맹씨는 “특공대원도, 철거민도 모두 자신의 꿈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힘 있는 자들이 베풀고 서로 나눌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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