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말말말] 바지 내리면 믿겠나 … 땅을 사랑한 것일 뿐 … 예스 위 캔 [중앙일보]


 


지난 무자(戊子)년은 곡절 많은 한 해였다. 의욕적으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정치적 갈등과 미숙한 현안 처리로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거친 인터넷 문화가 한 연예인의 목숨을 빼앗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위기의 진원지 미국은 첫 흑인 대통령을 뽑으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세대 스포츠 스타들은 올림픽 등 세계 무대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올 한 해 사람들의 입에 회자한 말들을 추렸다.



MB 1년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뺏지 말아야 한다.”=이명박 대통령, 10월 13일 라디오 연설에서 경제위기 속에서 흑자 도산하는 기업이 없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하는 것일 뿐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2월 22일 절대농지 보유로 투기 의혹을 사자 이를 해명하면서(박 후보자는 닷새 뒤 자진 사퇴했다).

◆“저는 속았습니다. 국민도 속았습니다.”=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3월 25일 국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4·9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의 공천이 “무원칙의 결정체”라고 주장하며.

 ◆“저한테 숨겨진 키다리 아저씨가 한 분 있다.”=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 10월 29일 18대 총선을 앞두고 기업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자꾸 말썽이 생겨 동생에게 미안하다.”=노건평씨, 12월 1일 대검 중수부의 조사를 받은 뒤 귀가 중 기자들에게 혐의를 부인하며.

◆“진실의 문을 끝내 열지 못했다.”=외교통상부 당국자, 12월 11일 중국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제6차 6자회담 3차 수석대표회의가 끝난 뒤 북한의 과거 핵활동을 검증하는 데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며.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 내 부자가 된다.”=이명박 대통령, 11월 25일 미국 LA에서 열린 동포 리셉션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10월 19일 금융위기와 관련해 “ 우리가 이 상황을 버텨내면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며.

금융 위기

◆“지금의 위기는 100년에 한 번 있을 신용 쓰나미다.”=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의장, 10월 23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자신의 저금리 정책이 거품을 불러왔다는 비판에 대해.

◆“망했다.”=샌드라 맨즈크 미국 맥스암 캐피털 매니지먼트 회장, 12월 12일 희대의 금융사기를 친 버나드 메이도프에게 2억8000만 달러를 물렸다며.

◆“미국의 무책임한 금융 시스템이 전 세계 경제위기를 불러왔고, 그런 무책임 때문에 미국은 신뢰를 잃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10월 1일 내각 회의에서.

◆“지금까지 (펀드) 환매를 못한 것은 개인의 탐욕이나 기대심리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한상춘 당시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 10월 16일 한 TV 토론에서 주식·펀드가 반토막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세계를 전대미문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대미문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이명박 대통령, 11월 22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16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중에 열린 ‘CEO 서밋’에서 아시아 경제 부상의 시사점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지금 투자하지 않는 건 노년을 위해 성욕을 아끼는 꼴이다.”=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9월 24일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이 금융위기 와중에 골드먼삭스에 투자한 이유에 대해.

미국 대선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버락 오바마, 11월 4일 대통령 선거 승리 연설에서 경제위기와 분열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위대한 미국인들은 현재의 난국을 극복할 능력이 있다며.

◆“정부는 ‘갓 블레스 아메리카(미국에 축복을)’를 노래하라고 하지만 흑인은 ‘갓 댐 아메리카(빌어먹을 미국)’를 외쳐야 한다.”=오바마의 정신적 스승이던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 미국 역사는 흑인에 대한 박해의 역사라며(3월에 한 이 설교로 일파만파).

◆“나는 여러분과 같은 하키 맘 이다. 하키맘과 싸움 개의 차이는 립스틱을 발랐다는 것뿐.”=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 9월 공화당 부통령 후보 지명 직후 자신도 억척스러운 보통 엄마의 한 사람이라며(이 발언으로 백인 여성층의 인기를 얻었음).

◆“경제가 회복되기 전에 더 나빠질 것이다.”=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 12월 19일 회견에서 경기 부양책을 준비 중이지만 이 조치의 효과가 나려면 시간이 필요 하다며.

◆“내 최대 장점은 겸손함이고, 약점은 지나치게 잘났다는 것이다.”=10월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농담과 풍자를 하는 자리에서 자신이 명문대와 변호사를 거쳐 40대에 상원의원에 오른 경력을 이야기하며.

◆“미국 경제의 기초는 튼튼하다.”=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 9월 중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는 상황에서도 경제가 문제 없다는 식으로 발언해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며 대선에서 오바마에 역전당해.

올림픽

◆“축구장에 물 채워라. (박)태환이 수영하게.”=네티즌,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자 축구대표팀이 졸전을 거듭했지만 남자 수영의 박태환이 금메달을 따내자.

◆“두려움을 버려라(No Fear).”=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제리 로이스터 감독, 1월 10일 선수단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상위권으로 도약하려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이승엽? 그게 누구냐?”=일본 야구대표팀 호시노 센이치 감독, 8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일본은 베이징 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에서 이승엽에게 결승 홈런을 맞고 패했다).

◆“은메달 따니까 애국가가 안 나오던데요.”=박태환이 베이징 올림픽 남자 수영 자유형 200m에서 마이클 펠프스에 이어 은메달을 딴 뒤 환하게 웃으면서(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젊은 선수들은 성적에 연연하기보다 올림픽 자체를 즐기는 신세대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림처럼 완벽했다.”=피겨스케이트 전문 인터넷 사이트 라이프 스케이트, 김연아 선수가 10월 26일 미국 워싱턴주에서 열린 그랑프리 시리즈 1차 대회에서 우승하자.

◆“성적은 꼴찌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기에 꼴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남자 역도 이배영, 8월 12일 올림픽 69kg급 경기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뒤.

사건·사고

◆“(바지를) 내려서 5분간 보여드리겠다. 아니면, 믿으시겠는가.”=1월 25일 가수 나훈아, 자신과 관련된 소문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신체 훼손설을 언급하다가.

◆“화기(火氣)를 막기 위해 세운 숭례문을 불로 잃었다.”=숭례문 화재 직후 풍수지리학자인 김두규 우석대 교수, 숭례문의 유래를 설명하며.

◆“당신들의 고통이 곧 우리의 고통입니다. 한순간이라도 앞당겨 생존자 구조에 나설 것입니다.”=원자바오 중국 총리, 5월 14일 최대 지진 피해지역인 쓰촨성 베이촨(北川)을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하며.

◆“나를 살린 건 줄기세포가 아닌 IT 기술이었다.”=교통사고로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된 서울대 이상묵 교수, IT 기술로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일을 하다 과로로 죽었단 얘기는 있어도 학생이 공부하다 피곤해서 죽었단 얘기는 들은 적 없다.”=서울시의회 교육문화상임위원회 정연희 전 위원장, 3월 13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학원 심야 교습 제한시간을 24시간으로 바꾸는 내용의 조례안이 반대 여론에 부닥치자.

◆“대한민국(The Republic of Korea)이라고 하지 말고 서울공화국(The Republic of Seoul)이라고 부르지요. ”=김범일 대구시장, 4월 4일 본지 ‘지방이 국가 경쟁력’ 시리즈 인터뷰 중 수도권에 대한 과도한 집중 현상을 비판하며.




경제인

◆“남과 다른 생각과 방식으로 과감히 도전하라.”=구본무 LG 회장, 7월 대학생 해외 탐방 프로그램인 ‘LG 글로벌 챌린지’ 발대식에서 “젊은 날의 도전과 열정이 나라의 미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인 만큼 LG가 젊은이들의 꿈과 도전을 도울 것”이라며.

◆“어둠이 걷히기만 기다리지 말고 어둠 속에서 길을 떠나 새벽녘 기회의 강을 건너자.”=김승연 한화 회장, 10월 9일 창립 56주년을 맞아 임직원에게 현재의 경기 불황이 분명 큰 시련이지만 이를 기회로 이용하자며.

◆“슬리퍼에 서비스 정신을 담아라.”=신격호 롯데 회장, 올여름 롯데호텔에서 서비스 업체는 불황일수록 고객 중심의 정신을 강화해야 한다며(호텔 투숙객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게 객실 슬리퍼”라고 말함).

◆“ 기업가 정신은 아무리 험난해도 기생(寄生)을 거부하고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것이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11월 3일 경제5단체 주최로 열린 ‘기업가 정신 국제 콘퍼런스’ 에서.

◆“기업 경영과 포커 게임은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게 베팅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10월 22일 EBS CEO 특강에서.

◆“즐겁게 마시면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고, 마실 수 있으니 건강한 것이다.”=윤종웅 진로 사장, 9월 말 새 소주 ‘J’ 출시 간담회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