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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반역인가 - 우리 번역 문화에 대한 체험적 보고서
박상익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번역, 그것은 창문을 열어젖히고 빛을 들이는 것이요,
껍질을 깨고 알맹이를 먹게 하는 일이요,
장막을 걷고 가장 성스런 곳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요,
우물 뚜껑을 열고 물을 얻게 하는 일이다.
-1611년판 <제임스 왕 성경 King James Bible>, ‘독자들에게 보내는 서문’에서
책읽기를 좋아하다 보니, 번역글을 통해 속상하고 아쉬웠던 점을 직접 풀어보고 싶었고, 어떻해 하면 번역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욕심에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글은 수요에 따라 대량 날림 생산된 번역테크닉 따위의 상업적인 책이 아니다. 양질의 재료로 얼마나 정성껏 차려진 '건강밥상'인지, 읽는 순간에도 즐겁고 읽고나서도 흡족하다.
모든 글읽기란, 아니 모든 지식이란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배우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우리가 읽는 것으로 만들어진다.
-마틴 발저, <어느 책 읽는 사람의 이력서>에서
이 글은 번역의 역사에서 그 사회적 문화적 의미, 한국 번역계와 출판계의 문제와 미래, 지식인의 역할과 의무, 번역의 실제적 이슈들, 번역과 인문학의 총체적 의미와 미래를 집고 있다.
각 주제와 논의에 따른 다양한 예문과 역사적 사례들도 매우 흥미롭고 알차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저자의 이야기방식과 문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번역은 궁극적으로 정보의 대중화, 민주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글을 읽으면서 이와 같은 저자의 가치관과 양심에 반하게 되었다. 또한 이 글을 쓰기까지의 지식인으로서의 고민과 성찰, 자료와 인용문 등을 연구한 성실함과 책임감에 감복했다. 신뢰하고 읽을 수 있는 번역가를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기쁘고 든든한 것인지!
또한 표정훈이나 강유원과 같은 '독립연구가'들을 소개 받고 지지하게 되었으며, 유명 번역 작가들의 실상에도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 글은 번역 지망생들은 물론, 책읽기를 사랑하고, 출판계와 인문학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필독해야 할 교양서이다. 현대와 같은 '문화전쟁'에 살아 남을 문화강국이 되는 길이 따로 있겠는가. 책을 쓰고, 만들어내고, 또 읽는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2007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