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 개정증보판
한국문화인류학회 엮음 / 일조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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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서 책을 구입하고 읽게 되었다.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해주는 착한 제목이다. 
 

문화인류학이란 분야에 대한 호기심도 한 몫 했다.
그러나 이 책은 문화인류학에 대한 이론적 개론서가 아니라,
문화인류학이 무엇인가 감을 잡을 수 있는 사례모음집이라 할 만하다. 

 
그 사례를 통해 진정 독자는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게 된다!


책을 읽기 전에는 서구인(문명인)의 입장에서 비서구 문명(원시인)을 해석한 낭만적 감상이나, 우월적 편견을 염려했었다.
그러나 이 책의 사례들은 오히려 치열한 문제의식과 문제제기로 낭만적 감상을 거부하고 있으며, 포용적인 자기성찰을 통해 우월과 열등의 경계마저 무너뜨린다.
무엇보다 인간과 인간의 환경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시선들이 감동적이다. 

 
나는 오지에서 <인디에나 존슨>의 모험을 상상하게 되는 인류학자와 인류학연구에 대한 고정관념을 대폭 수정해야만 했다.
예를 들어 수술실 이야기나, 교장선발과정에 관한 글은 인류학에 대한 일반적 선입견을 가볍게 쓰러뜨린다. 
특히 나시르마Nacirema 사람들에 관한 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나에로크Naerok 사람들에 대한 글도 기대해 본다.

 
흥미롭고, 교훈적이며, 시사적이고 정치적이며 문화적인... 문화인류학이라는 학문 그 자체처럼 매우 총체적인 글 읽기였다.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그와 동시에 나 스스로도 타문명에 대한 낭만적 감상이나 우월감, 또는 열등감을 경계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많이 배웠다.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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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유재원 교수의 그리스, 그리스 신화 타산지석 2
유재원 지음 / 리수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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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아테네가 당신 눈에 초라하고 무질서하게 보인다 하더라도

역사가 당신을 속인 것이지 아테네가 당신을 속인 것이 아니다.

인간은 덧없고 무력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 본문 36 페이지

 

그리스 역사, 언어, 문화에 대한 지은이의 해박한 지식과 수려한 문장과 문체.

다른 문화와 역사를 보는 포용적이고 낭만적인 시선.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사진들.

특히 신화와 인간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독자를 안내하며 글을 풀어가는 방식이 참 맘에 들었다. 

이쯤되면 유재원씨가 쓴 다른 신화 이야기들도 꼭 한번 읽어 보고 싶어진다.

 그리고....당장 그리스로 달려가고 싶다.

그 작열하는 지중해의 햇살 속으로....

먼지처럼 켜켜이 싸인 신화와 역사의 현장으로!!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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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타산지석 1
이식.전원경 지음 / 리수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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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산지석이라는 출판사 리수의 시리즈 물. 적어도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보면서 나름 배우고 우리 나라를 돌아보게 되는 것은 맞다. 

 공동저자 중 남편(화학 전공자)의 이직과 아내(주로 글을 쓴)의 영국유학기가 그 3년의 핵심이다. 그들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 사람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이니 어디까지나 그 점을 감안하고 글을 읽는다면 흥미롭고 유용한(?) '영국 유학기' 정도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책의 뒷편에 영국 유학에 대한 정보를 실은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한 타이틀에 부합한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이 세번째 개정판을 내고 장수한 것이 이해는 간다)

 다만 앞서 읽었던 또 다른 타산지석 시리즈 <그리스>가 너무나 근사했던 때문일까? 이번 책은 상대적으로 실망스러웠다.

<그리스>를 읽고 리수 출판사의 모든 '타산지석' 시리즈를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영국>을 읽고 조심스럽게 모두 보관함으로 옮긴 내가 너무 극단적인가? 

 

지난 책 <그리스>는 그리스 전문가인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낭만적 감성, 수려한 문체가 어울어져 단순히 개인적 주관과 선입견의 문턱을 훌쩍 뛰어넘어 독자를 그리스의 신화와 인간의 품안으로 이끌었다.
(물론 이 역시 나의 주관적 감상이라는 비난은 벗기 힘들 것이다)

 반면 <영국>은 월간지 기자였고, 예술비평과 경영학 석사를 공부했다는 저자의 문장은 가끔 눈에 거슬릴만큼 매끄럽지 못했고 '다르다'와 '틀리다'도 구분해 쓰지 못한 문장에서는 실소가 터졌다. (특히 영어를 공부하며 영어권 국가에 산 흔적이 남은 '영어식 한국어 표현'이 가장 문제였던 것 같다. 그런면에서 나 역시 자유롭지는 못하고 항상 주의해야 할 점이다. )

 게다가 3판이나 개정해서 낸 책 속에 '쉼표'와 '마침표'를 구분하지 못한 문장이 꽤 많았다. 이런 문법적 실수는 글의 신뢰성도 무너뜨리게 하는 데 일조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남의 글을 비판하고, 오타와 오문을 찾아내는 것은 직접 글을 쓰는 것 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기 마련이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오문과 비문으로 '막쓰기'에 익숙해진 우리세대는 절대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형식적인 이유 못지 않게, 내용면에서도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영국이라기 보다는 런던과 캠브리지 일대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이며 저자도 인정하듯이 20대 후반 3년간의 유학생활로 영국을 아는체 한다는 것이 자못 민망하다.

 '과연'하고 의문을 품게 되는  '성급한 일반화'에서부터, '카드내밀기 오류' (유리한 카드만 내밀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그래 맞아..'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공감적 부분과 무릎을 탁 치며 '아하'할 만큼 가려운 곳을 긁어준 정보들까지...이 책은 '나쁜 책 '또는 '좋은 책'으로 이분화 할 방법은 전혀 없어 보인다. 

 다만 영국 전문가도 아닌 그들이 책을 쓰기 위한 구체적 정보와 디테일을 신경써서 '공부'를 많이 했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건 외국에서 살면서 그에 대한 감상을 쓰려다가 부딪히는 구체적 통계와 공식정보의 벽에 부딪혀 본 사람은 알 수 있다)

 7년간 장수의 비결은 이 글 자체보다는  '영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의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국을 그리워하거나, 꿈꾸는 일반 대중의 입맛과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준 글임엔 틀림없기 때문이다. 한겨레 21보다는 씨네 21일 잘팔리고, 씨네 21보다는 필름2.0이 잘 팔리는 이유와 같지 않을까? 

 나를 만족시켜준 '글'은 아니었지만, 나를 다시 '영국'으로 데려갈 글임엔 틀림없다.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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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2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물농장 삼지사 명작영한대역
조지 오웰 지음 / 삼지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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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구입한 동기는 간단했다.
오디오 시디로 명작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

책 읽을 시간이 부족했던 직장생활 중, 그나마 하루 서너시간 씩 운전하는 시간을 활용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영어감각도 이어갈 겸, 관심가는 작가의 유명한 클래식 명작도 한 권 읽을 겸.

그렇게 겸사겸사 운전을 하는 중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 챕터별로 듣고 또 들었다.

오디오를 녹음한 성우는 목소리도 좋았고, 글도 짜임새 있고 설득력있게 잘 읽어나갔다. 그렇게 네 다섯 번은 족히 들었을 거다. 그 동안 나는 수 없이 눈물이 핑 돌았고, 콧웃음을 쳤으며,  혀를 끌끌 차기도 하고, 화가나고 억장이 무너지기도 했다.  

2년이 지나고서야 처음으로 원본 텍스트를 읽었다. 
여전히 나는 눈물이 핑돌았고, 콧웃음을 쳤고, 혀를 끌끌 찼으며, 억장이 무너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신랄한 풍자의 미학이 고스란히 담긴 조지오웰의 뛰어난 문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큰 보람이었다.

 글의 내용 자체나 영어 원문 자체는 그다지 까다롭진 않다. 때문에 영어에 자신이 없어도 한번 도전해볼만하다. 영한대본이기에 아리송한 문장이나 낯선 단어를 금방 금방 확인하며 읽을 수 있어서 매우 편리했다. 

오히려 대역은 실망스럽다.

'대역은 정확하고 세련되어 있으며, 직역과 의역의 중간을 택한 표준적인 모범 답안이다'라고 쓴 편자. 그러나 번역자의 이름도 밝히지 않은  번역 수준과 신뢰도에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다.

번역자의 이름도 밝힐 수 없는 번역글은 그 태도부터가 '모범답안'이 아니다.
(게다가 '세련되어 있으며'란 도대체 무슨 상태인가.... ㅡㅡ;;)
대역문장을 영어원문을 이해하는 도구로서만 활용한다면 부족함이 없겠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같은 달에 서점에 진열 된 <동물농장>. (물론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단순한, 그리고 흔한 역사적 아이러니, 역사적 우연의 순간이다)


글 뒤의 정치적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고 작가의 냉소주의와 풍자의 대상을 읽어내는 것은 영어문장의 해석하는 이상의 지성과 감성을 요한다. 

형식과 내용 모두에 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운 훌륭한 문학 작품이었다.
특히 오디오를 통해서 접한 것도 꽤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단순히 영어 듣기 연습이 아니라, 글에 대한 새롭고 흥미로운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좋은 작품을 영어 원작으로 읽고, 또 듣고 싶어하는 자에게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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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반역인가 - 우리 번역 문화에 대한 체험적 보고서
박상익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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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그것은 창문을 열어젖히고 빛을 들이는 것이요,
껍질을 깨고 알맹이를 먹게 하는 일이요,
장막을 걷고 가장 성스런 곳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요,
우물 뚜껑을 열고 물을 얻게 하는 일이다.

 

-1611년판 <제임스 왕 성경 King James Bible>, ‘독자들에게 보내는 서문’에서

책읽기를 좋아하다 보니, 번역글을 통해 속상하고 아쉬웠던 점을 직접 풀어보고 싶었고, 어떻해 하면 번역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욕심에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글은 수요에 따라 대량 날림 생산된 번역테크닉 따위의 상업적인 책이 아니다. 양질의 재료로 얼마나 정성껏 차려진 '건강밥상'인지, 읽는 순간에도 즐겁고 읽고나서도 흡족하다.

모든 글읽기란, 아니 모든 지식이란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배우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우리가 읽는 것으로 만들어진다.

-마틴 발저, <어느 책 읽는 사람의 이력서>에서

이 글은 번역의 역사에서 그 사회적 문화적 의미, 한국 번역계와 출판계의 문제와 미래, 지식인의 역할과 의무, 번역의 실제적 이슈들, 번역과 인문학의 총체적 의미와 미래를 집고 있다. 

각 주제와 논의에 따른 다양한 예문과 역사적 사례들도 매우 흥미롭고 알차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저자의 이야기방식과 문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번역은 궁극적으로 정보의 대중화, 민주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글을 읽으면서 이와 같은 저자의 가치관과 양심에 반하게 되었다. 또한 이 글을 쓰기까지의 지식인으로서의 고민과 성찰, 자료와 인용문 등을 연구한 성실함과 책임감에 감복했다. 신뢰하고 읽을 수 있는 번역가를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기쁘고 든든한 것인지!

또한 표정훈이나 강유원과 같은 '독립연구가'들을 소개 받고 지지하게 되었으며, 유명 번역 작가들의 실상에도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 글은 번역 지망생들은 물론, 책읽기를 사랑하고, 출판계와 인문학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필독해야 할 교양서이다. 현대와 같은 '문화전쟁'에 살아 남을 문화강국이 되는 길이 따로 있겠는가. 책을 쓰고, 만들어내고, 또 읽는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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