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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ㅣ 타산지석 1
이식.전원경 지음 / 리수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타산지석이라는 출판사 리수의 시리즈 물. 적어도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보면서 나름 배우고 우리 나라를 돌아보게 되는 것은 맞다.
공동저자 중 남편(화학 전공자)의 이직과 아내(주로 글을 쓴)의 영국유학기가 그 3년의 핵심이다. 그들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 사람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이니 어디까지나 그 점을 감안하고 글을 읽는다면 흥미롭고 유용한(?) '영국 유학기' 정도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책의 뒷편에 영국 유학에 대한 정보를 실은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한 타이틀에 부합한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이 세번째 개정판을 내고 장수한 것이 이해는 간다)
다만 앞서 읽었던 또 다른 타산지석 시리즈 <그리스>가 너무나 근사했던 때문일까? 이번 책은 상대적으로 실망스러웠다.
<그리스>를 읽고 리수 출판사의 모든 '타산지석' 시리즈를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영국>을 읽고 조심스럽게 모두 보관함으로 옮긴 내가 너무 극단적인가?
지난 책 <그리스>는 그리스 전문가인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낭만적 감성, 수려한 문체가 어울어져 단순히 개인적 주관과 선입견의 문턱을 훌쩍 뛰어넘어 독자를 그리스의 신화와 인간의 품안으로 이끌었다.
(물론 이 역시 나의 주관적 감상이라는 비난은 벗기 힘들 것이다)
반면 <영국>은 월간지 기자였고, 예술비평과 경영학 석사를 공부했다는 저자의 문장은 가끔 눈에 거슬릴만큼 매끄럽지 못했고 '다르다'와 '틀리다'도 구분해 쓰지 못한 문장에서는 실소가 터졌다. (특히 영어를 공부하며 영어권 국가에 산 흔적이 남은 '영어식 한국어 표현'이 가장 문제였던 것 같다. 그런면에서 나 역시 자유롭지는 못하고 항상 주의해야 할 점이다. )
게다가 3판이나 개정해서 낸 책 속에 '쉼표'와 '마침표'를 구분하지 못한 문장이 꽤 많았다. 이런 문법적 실수는 글의 신뢰성도 무너뜨리게 하는 데 일조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남의 글을 비판하고, 오타와 오문을 찾아내는 것은 직접 글을 쓰는 것 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기 마련이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오문과 비문으로 '막쓰기'에 익숙해진 우리세대는 절대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형식적인 이유 못지 않게, 내용면에서도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영국이라기 보다는 런던과 캠브리지 일대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이며 저자도 인정하듯이 20대 후반 3년간의 유학생활로 영국을 아는체 한다는 것이 자못 민망하다.
'과연'하고 의문을 품게 되는 '성급한 일반화'에서부터, '카드내밀기 오류' (유리한 카드만 내밀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그래 맞아..'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공감적 부분과 무릎을 탁 치며 '아하'할 만큼 가려운 곳을 긁어준 정보들까지...이 책은 '나쁜 책 '또는 '좋은 책'으로 이분화 할 방법은 전혀 없어 보인다.
다만 영국 전문가도 아닌 그들이 책을 쓰기 위한 구체적 정보와 디테일을 신경써서 '공부'를 많이 했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건 외국에서 살면서 그에 대한 감상을 쓰려다가 부딪히는 구체적 통계와 공식정보의 벽에 부딪혀 본 사람은 알 수 있다)
7년간 장수의 비결은 이 글 자체보다는 '영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의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국을 그리워하거나, 꿈꾸는 일반 대중의 입맛과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준 글임엔 틀림없기 때문이다. 한겨레 21보다는 씨네 21일 잘팔리고, 씨네 21보다는 필름2.0이 잘 팔리는 이유와 같지 않을까?
나를 만족시켜준 '글'은 아니었지만, 나를 다시 '영국'으로 데려갈 글임엔 틀림없다.
2007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