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 - 청소년을 위한 첫 돌봄 수업 ㅣ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최유나 외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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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학생들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이 아이들 중 누군가는 집에 돌아가 아픈 부모를 돌보고, 어린 동생을 챙기며 가사를 혼자 감당하고 있을지 모른다. ‘영 케어러(Young Carer)’. 아직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에 돌봄의 무게를 짊어진 이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네 명의 저자 모두 영 케어러 출신이다. 이들은 청소년기의 돌봄이 단순히 삶을 갉아먹는 비극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삶을 지탱하는 거대한 ‘돌봄 역량(생존 기술)’을 체득하는 과정이기도 했음을 증언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전환은 돌봄을 개인과 가족의 희생에서 ‘사회의 공적 기본값’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돌봄을 가족의 책임, 특히 여성에게 집중된 사적 노동으로 치부해 왔다. 그러나 인간은 전 생애에 걸쳐 다양한 취약함을 지닌 채 살아가는 존재다.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보장하는 배리어프리와 유니버설 디자인이 모두를 위한 공공재이듯, 돌봄 역시 특정 가족의 짐이 아니라 누구나 존엄한 일상을 누리도록 보장하는 사회의 기본값이어야 한다.

 

사회가 돌봄을 기본값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평등한 악순환은 반복된다.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깎아 돌봄을 제공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희생 위에서 무임승차하며 편리함을 누린다. 누구나 돌봄을 주고받는 존재라는 전제 아래 사회의 제도와 역할을 재구성하는 ‘보편적 돌봄 제공자 모델’은 돌봄을 모든 시민의 권리이자 공동의 책임으로 재정의하게 한다. 돌봄을 개인의 선의나 효심에 맡기지 않고,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바꿔내야 하는 이유다.

 

교사로서 이 책은 두 가지 과제를 남겼다. 교실에서 조용히 돌봄의 부담을 감당하고 있을 영 케어러 학생들을 알아보는 눈을 기르는 것, 그리고 돌봄을 주제로 한 시민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다. 청소년을 단순한 보호 대상에 가두지 않고, 기꺼이 돌보고 존엄하게 돌봄받는 '돌봄 시민'으로 바로 세우는 시선이 절실하다.

 

나아가 돌봄의 출발점에는 '자기 돌봄'이 있다. 자기 자비(Self-Compassion)는 힘든 자신을 탓하는 대신 스스로의 편이 되어 주는 태도다. 특히 영 케어러가 돌봄을 멈추거나 '돌보지 않을 권리'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무능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실패임을 직시해야 한다. 스스로를 돌볼 여백을 주는 일 역시 사회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기본 조건이다.

 

《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는 돌봄을 사적 선행이나 가족의 의무에서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원리로 확장하는 책이다. 누구나 취약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취약함을 함께 감당할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것. 돌봄이 특별한 희생이 아니라 당연한 사회적 기본값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안녕을 지키는 단단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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