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덴티티 - 공유된 정체성으로 성장하고 협력하며 조화를 이루는 법
제이 반 바벨.도미닉 패커 지음, 허선영 옮김 / 상상스퀘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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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흔히 나 혼자만의 고유한 본질을 떠올린다. 그러나 제이 반 바벨과 도미닉 패커의 《아이덴티티》는 되묻는다. 그 ‘나’는 정말 나 혼자 만들어낸 존재일까? 저자들은 우리가 흔히 나만의 영역이라 믿었던 인지, 판단, 선택의 과정이 사실 ‘사회적 정체성’이라는 렌즈를 통해 깊게 매개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두운 방에 들어설 때 안경을 바꿔 끼듯 상황에 따라 정체성을 전환하며, 지식 역시 개인의 머릿속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망 속에 존재한다.

 

이 책의 뛰어난 미덕은 밀그램 실험이나 스탠퍼드 감옥 실험 같은 고전 심리학 연구를 ‘공유된 정체성’이라는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실험의 가설·설계·결론을 차근차근 풀어내며 논리적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의 뇌는 인종차별주의를 추구하도록 준비되었다기보다는 사회적 정체성을 추구하도록 준비된 것”이라는 지적처럼, 정체성은 편견과 반향실 효과, 당파적 분열을 낳는 위험 요소인 동시에 연대와 희생,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선의의 비판자가 보장될 때 집단이 혁신으로 나아간다는 원칙과 리더십에 대한 제언은 조직을 이끄는 이들에게 유용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다만 아쉬운 지점도 존재한다. 모든 사회 현상을 정체성이라는 단 하나의 렌즈로 설명하려다 보니, 갈등의 뿌리에 있는 경제적 이해관계나 구조적 요인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뤄진다. 또한 정체성의 역학에 대한 낙관적인 결론에 비해, 개인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은 다소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이 현장에 던지는 시사점은 매우 무겁다. 특히 교사의 역할을 다시금 성찰하게 만든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머물지 않고, 학생 스스로 건강한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돕는 동시에 그 정체성의 감옥에 갇히지 않도록 이끌어야 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 맹목적으로 동조하기보다, 정체성의 작동 원리를 깨닫고 성찰하며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덴티티》가 전하는 최종 메시지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과거 지향적 질문을 넘어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나아가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미래 지향적 주체성의 회복이다. 어떤 집단에 속할지는 온전히 통제할 수 없더라도, 어떤 가치를 나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일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사회적 정체성을 이해하고 선한 방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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