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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5월
평점 :

한 달에 열 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꽤 괜찮은 독자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세계적인 뇌과학자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는 내 독서의 익숙한 안락함을 단숨에 깨뜨렸다. 스마트폰 화면을 스크롤하며 단편적인 도파민 자극에 중독되어 스스로 인지기능의 퇴화를 허용하고 있는 시대, 이 책은 우리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서늘하고 강력한 경고다.
저자는 "인류는 본래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문해력은 후천적으로 형성된 뇌의 회로이며, 어떤 매체로 읽느냐에 따라 뇌의 신경회로 자체가 재구성된다. 문제는 쉴 새 없이 자극이 폭발하는 디지털 환경이다. 하루 평균 34기가바이트, 10만 단어에 달하는 찰나의 정보를 소비하는 스크린 환경에서 뇌는 지그재그로 스팟만 훑어보는 ‘스킴(Skimming)’ 방식에 길들여진다.

디지털 읽기의 표준이 된 훑어보기는 세부 맥락과 논리적 구조를 파악하는 힘을 빼앗아간다. 실제 실험에서도 종이책으로 읽은 학생들이 스크린으로 읽은 이들보다 사건의 순서와 인과관계를 훨씬 정확하게 재구성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뇌의 가소성 때문에 디지털 매체로 많이 읽을수록 인쇄물을 읽을 때조차 듬성듬성 건너뛰며 읽게 된다는 점이다. 읽는 뇌의 최고 권위자인 울프 본인조차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를 다시 읽다 길고 복잡한 문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뇌 회로의 퇴화를 경험했을 정도다.
스마트폰의 도파민 자극 속에서 우리의 ‘깊이 읽기’ 회로는 파괴되고 있다. 깊이 읽기 능력의 상실은 단순한 독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문장의 행간을 읽는 공감 능력,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비판적 추론,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 능력의 박탈을 의미한다. 외부 검색 엔진에 지식을 온전히 의존하는 뇌는 스스로 유기적인 배경지식을 쌓지 못하며, 이는 결국 '정보는 넘쳐나되 참된 지혜와 사고력은 빈곤해지는' 기이한 현상으로 이어진다.

교사로서 이 경고는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교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엄청난 정보에 둘러싸여 있지만, 정작 한 편의 글에 담긴 논리를 끝까지 따라가지 못하고 생각의 깊이를 잃어가고 있다. 교육이 해야 할 일은 더 많은 디지털 정보를 쥐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한 편의 글을 오래 붙잡고 생각할 시간을 돌려주는 것이다.
《다시, 책으로》는 단순히 과거의 종이책으로 돌아가자고 말하지 않는다. 디지털 매체가 주는 신속한 정보력과 종이책이 주는 깊은 사고력을 모두 갖춘 '양손잡이 읽기 뇌(Bi-literate Brain)'를 키워내어 인지적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 책은 묻는다. 당신은 지금 스스로의 뇌를 깊이 생각하는 존재로 남겨두고 있는가, 아니면 찰나의 자극에 길들여진 정보 소비자로 퇴화시키고 있는가. 스마트폰의 표류 속에서 나 자신과 우리 아이들의 지성을 지키기 위해, 이제는 한 문장 앞에 오래 머무는 '깊이 읽기'의 힘을 다시 회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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