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
캐스 선스타인 지음, 박세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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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 셰익스피어, 아인슈타인, 밥 딜런. 우리는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들의 성공을 보며 뛰어난 재능이 결국 세상을 알아보게 만든다는 '능력주의적 필연성'을 신봉한다. 재능은 결국 빛을 발하며 대중은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본다는 믿음은 오랜 지적 위안이었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의 거장 캐스 선스타인은 신작 페이머스를 통해 이 공고한 신화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그들은 처음부터 특별했기 때문에 유명해졌을까, 아니면 우연히 유명해졌기 때문에 비로소 특별한 존재로 격상된 것일까. 이 책은 명성을 개인의 영웅적 능력이 아니라, 사회적 역학이 만들어내는 정교한 집단적 착시로 설명하는 흥미로운 사회과학 탐구서다.

 

선스타인이 이 책에서 가장 눈부시게 증명하는 것은 우리가 '행운'이라 퉁치던 영역의 내부 메커니즘이다. 명성의 탄생은 결코 신비로운 우연이 아니다. 사람들은 타인의 선택을 이정표 삼아 눈치껏 합류하고(정보 폭포), 집단의 압박 속에서 내 주관을 다수의 평판에 일치시킨다(평판 폭포). 이 동조 현상이 네트워크 효과라는 파도를 타고 눈덩이처럼 불어날 때, 부유할수록 더 부유해지고 유명할수록 더 유명해지는 마태 효과라는 잔인한 누적 이익의 법칙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최초의 아주 미세한 우위나 주목이 거대한 명성으로 증폭되는 동안, 비슷한 재능을 지녔던 수많은 이들은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소멸한다. 우리가 걸작이라 칭송하는 모나리자조차 1911년의 도난 사건이라는 우연한 평판 폭포를 타지 못했다면 루브르의 평범한 미술품으로 남았을지 모른다.

 

결국 성공은 운이지만, 그 운은 무작위가 아니라 사회적 조건들이 맞물리며 형성되는 결과다. 2부에서 소개하는 시대의 아이콘들은 이를 생생하게 증명한다. 비틀스는 불멸의 음악성을 지녔지만 브라이언 엡스타인이라는 전무후무한 매니저를 만나지 못했다면 무명의 밴드로 남았을 것이며, 밥 딜런과 후디니 역시 시대정신과 후원자, 대중의 선택이라는 톱니바퀴가 완벽히 맞아떨어졌기에 비로소 '신화'가 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선스타인이 무대 위의 승자보다 무대 뒤로 사라진 패자들에게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인종, 성별, 가난 등 구조적 한계와 억압 때문에 인생의 복권을 긁어보지도 못한 수많은 '잠재적 아인슈타인''제인 오스틴'들이 역사 뒤편에 잠들어 있다. 자전거를 도둑맞지 않아 체육관을 찾지 못했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무하마드 알리의 사례처럼, 인류의 위대한 유산은 우발적인 불운으로 쓰러진 실패자들의 거대한 무덤 위에 세워진 편향된 기록일지도 모른다.

 

책을 덮으며 우리는 제목의 질문을 다시금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비틀스가 비틀스가 된 것은 필연이었을까, 우연이었을까. 선스타인의 대답은 명쾌하다. 재능은 단지 출발점일 뿐, 그것을 명성으로 완성하는 것은 사회가 설계한 기회의 그물망이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명성의 본질은 유명한 개인의 비결을 분석하는 데 있지 않다. 지금도 우리 곁에 있지만 아직 발견되지 못한 수많은 가능성을 우리는 얼마나 놓치고 있는가. 페이머스는 결국 누구에게 유명해질 기회를 허락하는 사회인가를 묻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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