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시티피케이션 - 똥이 되어버린 플랫폼의 해부학
코리 닥터로 지음, 박희원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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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 플랫폼 부패, 쓰레기화, 개똥화. 디지털 플랫폼이 수익을 추구하며 사용자 경험을 점점 악화시키는 현상을 뜻하는 이 낯설고도 불쾌한 단어는 미국방언학회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가 되었다. 페이스북, 아마존, 아이폰, 구글, 트위터. 한때 세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겠다며 등장했던 플랫폼들은 왜 지금은 광고와 구독, 알고리즘과 독점으로 사용자를 지치게 만들고 있을까. 엔시티피케이션은 그 변화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책이다.

 

저자 코리 닥터로는 플랫폼의 타락을 네 단계로 설명한다. 처음에는 사용자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람을 끌어모은다. 이어 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사용자의 편익을 조금씩 희생한다. 충분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면 이번에는 사업자마저 압박해 양쪽 모두에게서 이익을 빨아들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용자도, 판매자도, 플랫폼도 함께 망가지는 '거대한 똥 더미'가 된다. 시장을 독점한 뒤 최혜 대우 정책으로 검색 결과를 조작하는 아마존, 지식재산권을 무기로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를 제한하는 애플, 알고리즘으로 임금을 통제하는 우버의 행태는 사용자와 공급자가 서로를 인질 삼아 갇히는 네트워크 효과의 덫 속에서 이 부패 과정이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임을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플랫폼은 사용자를 가둬 두고 경험과 가치를 뻔뻔하게 빨아먹는다. 문제는 기업의 탐욕이 아니라 그 탐욕을 견제할 수 없게 만든 구조다.“

 

이 책이 단순한 빅테크 고발서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이처럼 탐욕의 이면에 숨은 '구조적 모순'을 정조준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플랫폼을 비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다시 좋은 인터넷을 만들기 위한 조건을 차분하게 제시한다. 그 해법은 네 가지 축으로 모인다. 먼저 경쟁이다. 독점이 해체되어야 플랫폼은 다시 사용자를 붙잡기 위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이유가 생긴다. 다음은 규제다. 반독점법과 개인정보 보호법, 그리고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은 빅테크 권력을 견제할 현실적인 가능성을 보여준다. 세 번째는 상호운용성이다.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사용자가 구매한 콘텐츠와 데이터 자산을 다른 플랫폼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기술 자결권'이 보장되어야 디지털 인질극이 끝난다. 마지막은 테크 노동자의 힘이다. 알고리즘에 맞서 파업한 구글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움직임은 변화가 플랫폼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엔시티피케이션은 그냥 자본주의일 뿐일까." 나가는 글의 이 질문은 오래 남는다. 코리 닥터로는 플랫폼 기업을 도덕적 악당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독점적 환경 앞에서는 그 어떤 선한 기업이라도 부패의 경로를 밟을 수밖에 없음을 냉정하게 분석할 뿐이다. 따라서 해법 역시 개인의 앱 삭제나 소극적인 불매운동을 넘어 경쟁과 규제, 상호운용성, 그리고 시민과 노동자의 사회적 연대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설득한다.

 

오늘도 우리는 원하지 않는 광고를 넘기고, 반복되는 구독 결제를 확인하며, 플랫폼을 떠나기 어려운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엔시티피케이션은 그 막연한 불쾌감에 이름을 붙여준다. 이름을 안다는 것은 현상을 이해하는 일이고, 이해는 변화를 요구하는 첫걸음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플랫폼의 몰락을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때 인터넷이 사람과 사람을 자유롭게 연결했던 공간이었듯, 경쟁과 규제가 살아 있고 이용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좋은 인터넷'은 다시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플랫폼을 비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디지털 사회를 선택할 것인지를 묻는,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 모두를 위한 가장 설득력 있는 플랫폼 자본주의 분석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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