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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뇌 - 노화에 맞서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헤더 샌디슨 지음, 진영인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6월
평점 :

나이가 들수록 누구나 한 번쯤 치매를 두려워한다. 기억을 잃고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 그 어떤 신체적 불편보다 더 큰 공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매는 오랫동안 예방도 치료도 어려운 노화의 종착역처럼 여겨져 왔다. 헤더 샌디슨의 『회복하는 뇌』는 바로 그 통념에 도전하는 책이다. 저자는 치매 원인의 약 40%가 우리의 노력으로 조절 가능한 요인이라고 말한다. 유전적 운명에 체념하던 이들에게 치매의 절반 가까이는 스스로 방어할 수 있다는 거대한 희망의 선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치매를 의학적 질병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삶의 방식과 연결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뇌 건강의 문제를 신진대사와 염증, 수면, 환경까지 연결된 전신 건강의 문제로 확장한다. 특히 운동 중 분비되는 'IGF-1'이 신경가소성을 높이고 뉴런을 생성한다는 대목은 흥미롭다. 만약 이런 물질을 알약으로 만들 수 있었다면 ‘기적의 치료제’가 되었겠지만, 그 기적의 약은 이미 존재한다. 바로 운동이다. 또한 식단 관리의 목표가 체중 감량이 아니라 몸이 당과 지방을 자유롭게 에너지로 활용하는 능력을 회복하는 ‘대사 유연성’에 있다는 시각도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저자가 제시하는 장밋빛 희망 이면의 가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저자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이해한다며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실천을 권하지만, 그가 제시한 구체적인 매뉴얼들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보통의 개인에게 또 다른 강박과 스트레스라는 염증을 유발할 만큼 가혹하다. 예컨대 탄수화물을 극도로 통제하고 좋은 지방을 골라 먹어야 하는 '케톤식 식단'은 바쁜 직장인에게 엄청난 고통과 비용을 수반한다. 침실과 주방의 독소와 염증 환경을 완벽히 차단하라는 조언 역시 주거 환경을 마음대로 바꾸를 수 없는 이들에겐 다분히 중산층 편향적인 대안으로 읽힌다.
결국 뇌과학과 임상의 최전선에 있는 책조차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라’는 고전적인 정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인류가 아직 치매라는 거대한 괴물 앞에 뾰족한 기술적 지름길을 찾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울러 사회적·경제적 여건에 따라 뇌를 지키는 환경 개선의 기회가 불평등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씁쓸한 한계도 남는다. 이 책이 주는 과학적 로드맵과 팍팍한 현실의 괴리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는 결국 독자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묵직한 경종은 여전히 유효하다. “가장 좋은 것은 인지 건강을 최대한 오래 지키는 일이다”라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노후 준비라고 하면 흔히 연금과 자산 같은 재정 건강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재산이 있어도 기억을 잃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행복한 노년이라 말하기 어렵다. 통장 잔고만큼이나 중요한 진짜 노후 준비는 건강한 뇌를 유지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회복하는 뇌』는 치매를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지금의 생활습관을 점검하여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단서를 준다. 저자가 제시한 완벽한 매뉴얼에 지레 겁먹고 자괴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 다만 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는 오늘의 소박한 선택에 달려 있다는 사실만큼은 명밀히 기억해야 한다. 비록 현실은 만만치 않을지라도, 오늘 밤 당장 내 뇌가 기뻐할 아주 작은 습관 하나를 '선택'해 볼 용기는 생겼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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