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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평등 - 부와 권력은 왜 불평등을 허락하는가
토마 피케티.마이클 샌델 지음, 장경덕 옮김 / 와이즈베리 / 2025년 5월
평점 :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학위를 얻으면 더 나은 삶으로 올라갈 수 있다.”
우리는 이 문장들을 너무 오래 당연한 진리처럼 받아들여왔다. 학교는 노력의 가치를 가르쳤고, 사회는 능력주의를 공정의 언어로 사용했다. 그러나 교사로 살아오며 나는 매년 교실에서 다른 현실을 목격한다. 학생들의 출발선은 결코 같지 않았다. 누군가는 부모의 자본과 정보력 속에서 미래를 기획했고, 누군가는 출발선에 서기 전부터 이미 지쳐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결과를 두고 너무 쉽게 개인의 “노력 부족”을 탓한다.
《기울어진 평등》은 바로 그 완고한 믿음에 균열을 내는 책이다. 토마 피케티와 마이클 샌델은 우리가 공정하다고 믿어온 시스템이 어떻게 불평등을 합법적으로 정당화해왔는지 폭로한다.

▮ 능력주의가 무너뜨린 연대와 노동의 존엄성
두 석학의 결론은 불편할 정도로 명확하다. 삶의 기본재인 교육과 의료조차 상품화된 구조 속에서, 능력주의는 기득권을 옹호하는 무기가 된다.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성취를 오롯이 능력의 대가라 여기며 오만에 빠지고, 실패한 사람은 그 원인을 자신의 무능으로 돌리며 패배감에 짓눌린다.
결국 공동체는 분열되고, 대학 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평범한 이들의 노동의 존엄성은 서슴없이 부정된다. 이 ‘사회적 격차’와 배제의 공간이 이미 우리 교실과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에,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 성역에 던지는 질문, '대입 추첨제'가 흔드는 것
책은 진단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누진세, 기본재의 탈상품화, 그리고 ‘대입 추첨제’라는 대담한 처방을 내놓는다. 교육 현장에 있는 나에게 대입 추첨제는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 제안의 본질은 하나다. 부모의 배경이 기회를 선점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과연 지금의 입시 제도를 얼마나 순수하게 '실력'이라 믿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대담한 상상은 단순히 제도를 바꾸자는 제안을 넘어, 승자독식의 경쟁 체제 자체를 흔드는 철학적 돌직구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늘 상상하기 힘들었던 대안을 수용하며 진보해 왔다.

▮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책을 덮고 질문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나는 그동안 학생들에게 어떤 세상을 이야기해왔는가.
노력의 가치를 가르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출발선의 차이와 구조적인 불평등 또한 함께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개인이 사다리를 홀로 오르게 만드는 사회가 아니라, 운동장 자체를 함께 평평하게 재설계하는 사회를 꿈꿔야 한다.
평등은 결과의 수치를 맞추는 일이 아니다. 서로를 동등한 존엄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고, 노동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하는 태도의 문제다.
세상의 격차를 단번에 없앨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방관하는 대신, 그 불평등의 파도에 맞서 연대의 키를 함께 잡는 것. 그것이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책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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