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못하는 사람들 - 우리의 인간다움을 완성하는읽기와 뇌과학의 세계, 2024 세종도서
매슈 루버리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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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열 권 이상을 읽어온 내게 읽기는 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책을 펼치면 눈이 줄을 따라가고 의미가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그것이 읽기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읽으며 처음으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나는 과연 제대로 읽고있었던 것일까?

 

이 책에서 퀸메리런던대학교 교수 매슈 루버리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읽기의 통념을 근본부터 흔든다. 그의 핵심 전제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읽기라는 단일한 활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지신경과학자 매리언 울프의 말처럼 문해는 인간이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라 문화가 발명한 능력이다. 읽기는 뇌의 여러 영역이 동시에 작동해야 가능한 복잡한 과정이며,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읽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저자는 이 기적의 복잡성을 드러내기 위해 여섯 가지 다른 읽기의 세계를 보여준다. 눈앞에서 글자가 춤추는 난독증 독자, 두 페이지를 순식간에 외우지만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과독증 독자, 어느 날 갑자기 읽기 능력을 잃어버린 실독증 환자, 글자에서 색과 냄새를 느끼는 공감각자, 읽기와 환각의 경계에 서 있는 독자, 그리고 기억과 자아가 희미해지는 치매 속에서도 책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 이 모두가 읽는 사람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의학 사례집이 아니다. 각 사례는 읽기의 한 요소를 극단까지 밀어붙이며, 평범한 독자가 무심코 지나치는 복잡한 과정을 드러낸다. 지각, 언어 처리, 주의력, 해독, 이해. 이 가운데 단 하나만 어긋나도 읽기는 불가능해진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매일 아무렇지 않게 책을 펼쳐온 내 독서 시간이 새삼 경이롭게 느껴졌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실독증을 다룬 장이었다. 뇌졸중 이후 읽기 능력을 잃은 심리학자 스콧 모스는 자신을 반쪽짜리 인간처럼 느꼈다고 고백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독서가 완전한 인간을 만든다는 말은 그 순간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읽기를 찬미해온 문화는 동시에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배제해왔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읽기를 예찬하면서도 그 이면의 배제를 조용히 드러낸다.

 

책의 결론은 따뜻하면서도 단단하다. 전형적인 독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독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읽으며, 그 의미에서 모든 독자는 비전형적이다. 읽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읽기의 본질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읽기를 잃은 자리에는 언제나 읽기를 향한 강한 열망이 남기 때문이다. 읽기는 하나의 능력이 아니라 인간 경험의 스펙트럼이다.

 

다독가를 자처해온 나에게 이 책은 뜻밖의 감정을 남겼다. 자부심이 아니라 겸손이었다. 나는 그동안 읽기의 아주 좁은 통로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읽기의 세계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깊고,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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