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감에 압도될 때, 지혜문학 - 무의미한 고통에 맞서는 3,000년의 성서 수업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4
김학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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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던 오후였다.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런 날. 우연히 펼친 책이었지만, 제목을 보는 순간 마치 오늘의 내 마음을 예견한 듯했다. 허무감에 압도될 때, 지혜문학》—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 정확히 필요한 책이었다. 인생명강 시리즈의 스물네 번째 책인 이 저작에서 신학자 김학철 교수는 성서의 지혜문학 네 편, 잠언·욥기·전도서·야고보서를 현대인의 언어로 다시 읽어낸다.

 

책은 저자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나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감과 마주해야 했다.” 강의를 만들고, 수많은 학문을 넘나들며 삶의 의미를 탐구했던 그의 지난 시간은 우리 모두가 마음 깊은 곳에서 품어 본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왜 우리는 무기력한가, 왜 삶은 허무한가, 고통은 왜 찾아오는가, 그리고 결국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책은 이 오래된 질문들에 대한 지혜문학의 대답을 들려준다.

 

잠언은 혼돈 속에서도 세상이 질서를 지니고 있다는 믿음을 건넨다. 저자는 윤동주의 시를 통해 한 가지 통찰을 끄집어낸다. 우러름은 부끄러움을 낳고, 부끄러움은 윤리적 태도를 낳는다. 지혜는 바로 그 윤리적 떨림에서 시작된다. 두려움과 불안이 삶을 지배하는 시대에 지혜라는 질서가 어떻게 우리 내면을 바로 세우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욥기는 한층 더 깊은 절망을 마주한다. “죽기를 기다려도 죽음이 오지 않는다는 욥의 탄식은 시대를 초월해 우리의 가슴을 찌른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고통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 설명보다 관점의 확대가 더 큰 위로가 된다는 점이다. 욥이 결국 얻는 것은 해답이 아니라 태도다.

 

내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장은 전도서였다. 코헬렛은 말한다. 삶의 범위를 줄여라, 즐기는 것이 허락되었다.” 더 멀리, 더 많이를 요구하는 시대에 지금으로 돌아오라는 역설적 지혜. 흘러간 과거도, 오지 않은 미래도 아닌, “살아 있는 동안에 집중하라는 문장은 비 오는 오후의 정적 속에서 더욱 묵직하게 울렸다.

 

마지막 야고보서는 전체 지혜 여정의 종착지다. 자연과 사회, 관계 속에서 우리가 이미 받은 것들을 떠올리게 하며 감사와 품격을 회복하는 삶을 말한다. 혼돈과 고통과 허무를 외면하지 않되, 그 속에서도 의미를 빚어내는 사람. 그것이 위로부터 온 지혜를 품은 삶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기독교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저자 스스로 말하듯, 우주의 크기와 역사의 넓이 앞에서 고개 숙일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 지혜문학을 읽을 수 있다. 번아웃과 무기력,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날이 책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지혜로 우리에게 조용히 말한다. “괜찮다, 너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책을 덮고 창밖을 보니,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마음은 훨씬 가벼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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