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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1월
평점 :

1인가구가 1,000만을 넘고 전체 가구의 42%를 차지한다는 통계는 이제 놀랍지 않다. 하지만 《필연적 혼자의 시대》에서 김수영 교수는 이 익숙한 숫자 뒤에 숨은 진짜 질문을 드러낸다. 1인가구의 증가는 누군가의 ‘취향’이나 ‘선택’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사회 구조가 만든 필연적 결과라는 사실이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1인가구를 “자유를 선택한 사람” 또는 “결혼을 못 한 사람”이라는 단순한 프레임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저자가 100명의 1인가구를 직접 만나 기록한 이야기는 이 통념을 전면적으로 뒤집는다. 이들은 비혼주의자도, 관계를 회피한 개인도 아니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를 충실히 살아낸 결과, 구조가 그들을 ‘혼자’라는 삶의 형태로 밀어낸 것이다.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라는 거대한 판 자체가 이동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구조의 움직임은 노동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IT 디자이너 서경수 씨는 말한다. “쉬고 있지 않으면 대부분 일을 하고 있어요.” 1인가구의 자유는 ‘야근할 자유’, ‘주말 자기계발 자유’로 포섭된다. 커리어는 치밀하게 계획하면서도 관계는 운명에 맡겨진 채 뒤로 밀린다. 결국 이들의 삶은 성취를 위해 스스로를 갈아넣는 신자유주의적 생존 패턴 속으로 흡수된다.


책이 드러내는 가장 인상적인 역설은 ‘돈’의 문제다. 고소득 전문직 1인가구들이 오히려 결식률이 높고, 고립·우울 지수가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가 등장한다. 중소기업 대표 강진모 씨의 고백처럼 “가진 게 돈밖에 없다”는 감정은 많은 이들의 공통된 고립 경험과 맞닿아 있다. 돈은 편리함을 사줄 뿐, 삶의 질이나 관계를 만들어주지 못한다. 가족이라는 중간 매개가 없는 1인가구는 경제력이 높아도 건강한 식사·정서적 교류·돌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분석이다.
이 고립은 죽음의 순간에서 더욱 적나라해진다. 1인가구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는 순간이 아니라, 죽은 뒤 ‘어떤 모습으로 발견될 것인가’라는 관계적 죽음이다. 존엄을 지키지 못한 채 발견되는 죽음은 “내 삶 전체가 의미 없었다”는 선언처럼 느껴진다는 고백이 이어진다. 죽음은 그저 개인의 생물학적 마지막이 아니라, 관계의 단절이 만들어낸 사회적 사건이다.


저자는 지금의 한국을 ‘사이의 시간’이라고 진단한다. 사회 구조는 이미 바뀌었지만, 이를 받치는 제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과도기. IMF 때처럼 시스템은 결국 균형을 찾겠지만, 그 사이의 시간 동안 누군가는 조용히 다친다. 경제적 결핍이 아니라 관계적 결핍이 1인가구의 가장 큰 위험이라는 지적은 오늘의 한국을 가장 정직하게 비춘다.
그러나 결국 저자는 “숙명”을 말하지 않는다. 혼자의 시대는 필연이지만, 고립의 시대는 필연이 아니다. 신자유주의적 구조는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인공물이며, 그렇기에 우리는 ‘적응’이 아닌 ‘수정’을 선택할 수 있다. 결혼이라는 전통적 틀 바깥에서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돌볼 수 있는 새로운 연결을 설계하는 것. 그때 비로소 우리는 혼자의 시대를 지나 연결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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