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오늘의 젊은 작가 40
정대건 지음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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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건 작가의 급류를 읽었다. 제목처럼 거센 물살 같은 사랑이 가슴 깊이 스며들어 오는 소설이다. 열일곱 도담과 해솔의 만남은 물에서 시작된다. 진평강 용소 깊은 곳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손깍지를 끼던 순간, 두 사람은 이미 소용돌이에 함께 빠져들고 있었다. 그들은 세상에 둘만 있는 것처럼 웃었지만, 그 맑음 아래에는 이미 예기치 못한 급류가 돌고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뒤흔든 건 사랑이 아니었다. 어른들의 욕망이 남긴 상처가 아이들의 첫사랑을 비틀어놓는다. 해솔의 엄마와 도담의 아빠의 은밀한 관계를 뒤쫓던 그 밤 이후, 모든 것이 달라진다. 도담은 묻는다. 사랑이 교통사고 같은 거라면 책임도 안 지고 벌도 안 받으면 그건 뺑소니잖아.”
이 대목은 이 소설이 다루는 사랑의 윤리, 상처의 책임, 그리고 성장의 본질을 정확히 드러낸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사랑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도담은 그 질문을 들고, 동시에 해솔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그들과 어떻게 다른지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열여덟에 헤어진 두 사람은 스물하나에 우연히 재회한다. 그러나 상처는 아물지 않았고, 재회는 기쁨이면서도 비극의 복기. 그들은 서로를 다시 사랑하고 싶지만, 서로의 얼굴을 보면 그날이 떠올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 사랑하는 가족이 남긴 거대한 물음표 앞에서, 한 사람은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되고, 다른 한 사람은 죄인처럼 살아간다. 두 사람의 삶이 어떻게 어긋났고, 어떻게 다시 이어지려 하는지를 따라가는 과정이 이 소설의 진짜 감정선이다.

 

급류는 말한다. 소용돌이에 빠지면 수면으로 나오려 하지 말고, 밑바닥까지 잠수해서 빠져나와야 한다.”
사랑도, 상처도 마찬가지다. 회피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고통의 바닥까지 내려가야만 비로소 빠져나올 수 있다. 도담과 해솔은 각자의 방식으로 깊이를 견디며, 몇 번이고 서로에게 다시 끌리고, 애처로움을 느끼고, 죄책감과 사랑 사이에서 흔들린다. 그들의 관계는 깨진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헝클어진 관계. 헝클어진 건 다시 풀 수 있다.

 

사랑은 다이아몬드처럼 단일한 성질의 결정체가 아니다. 시간의 압력 아래 감정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지는 퇴적암 같은 것이다. 기쁨, 상실, 분노, 오해, 용기, 그리고 다시 손을 내미는 마음까지—《급류는 그 복잡한 감정의 지층을 성실하게 그려낸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청춘의 사랑을 순수함의 미화가 아닌 세상의 폭력 속에서 버텨낸 연대의 이야기로 그린다는 점이다. 상처에 흠뻑 젖은 이들이 각자의 몸을 말리고, 서로의 흉터를 감싸며, 다시 무지개를 보기까지의 여정. 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듯한 슬픔과, 그 끝에서 발견하는 따뜻함이 긴 여운을 남긴다.

 

이 겨울,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성장담을 만나고 싶은 이에게 급류를 조심스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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