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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민주주의 다시 보기 - 민주주의를 마주하는 시선
김광민 지음 / 현암사 / 2025년 12월
평점 :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목격했다. 당연하다고 믿었던 제도가 권력자의 결단 하나로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K-민주주의 다시 보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민주주의를 찬미하거나 선언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믿어온 민주주의가 어떤 조건과 선택 위에 놓여 있었는지를 근본부터 다시 묻는다.
저자 김광민은 식탁 위의 ‘오렌지’라는 단어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본래 이름은 ‘나랭기’였지만, 유럽으로 건너가며 기원이 지워졌다. 저자는 이를 ‘기원의 삭제’라는 정치적 은유로 확장한다. 민주주의와 철학의 기원을 오직 서구, 특히 그리스에서만 찾는 사고방식 자체가 하나의 지적 폭력이라는 문제의식이다. 서구 중심의 민주주의 모델을 보편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한국 민주주의를 설명할 언어를 스스로 포기해 왔는지도 모른다.

이 책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대한민국 정치의 구조적 취약성을 역사적 기원에서부터 짚어내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통령제는 순수한 제도적 선택이 아니라, ‘독재를 막으려는 의회’와 ‘강력한 권력을 원했던 이승만’ 사이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었다. 이 불안한 출발은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와 대통령–국회 간의 상시적 충돌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낳았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바로 이 대통령제의 ‘이원적 정통성’이 지닌 위험성과 동시에, 국회가 이를 저지할 수 있었던 순기능을 함께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은 현재의 정치에서도 반복된다. 저자는 윤석열 대통령 사례를 통해 한국 정당정치의 취약성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정당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인재 양성을 포기하고 손쉬운 ‘열매 따기’에 집중할 때, 그 결과는 개인의 실패를 넘어 체제의 위기로 돌아온다. 더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통치 방식을 ‘경쟁적 권위주의’와 ‘스핀 독재’의 결합으로 분석하며, 선택적 법 집행과 이를 정당화하는 여론 조작 담론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잠식하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대목은 1987년과 2024년의 대비다. 1987년 시민들이 민주적 제도를 ‘만들기’ 위해 싸웠다면, 2024년의 시민들은 이미 존재하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국회라는 물리적 공간을 방어했다. 이는 지난 37년 동안 시민들이 체화해 온 ‘학습된 민주적 대응’의 성과였다. 한국 민주주의는 주어진 결과가 아니라, 끊임없는 위기 속에서 행위자들의 선택과 참여로 만들어지고 지켜져 온 역동적 과정이었다.
저자는 민주주의를 “끊임없는 설계와 보수를 통해 유지되는 지속적인 정치적 프로젝트”로 정의한다. 완성된 종착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를 민주적 제도 안에서 해결하는 것,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회복하고 권력 감시 시스템을 복원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의 참여를 확장하는 일이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미래를 다시 선택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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