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는 사람들
김희영.류정희 지음 / 담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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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만 힘든 거 아니야! 나도 힘들고, 세상 사람 다 힘들어.”
이 한 문장은 천천히 걷는 사람들의 정서를 정확히 보여준다. 김희영 작가의 이 그래픽 노블은 육아를 낭만으로 포장하지도, 가족의 아픔을 과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모두가 저마다의 무게를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꺼내 보인다.

 

돈 많이 벌어 좋은 집으로 이사 가고 유명한 곳에 여행하는 게 행복인 줄 알았어.” 그렇게 믿고 달려왔지만, 어느 순간 가족은 무너지고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제주에서의 백일살이다. 특별한 계획도 없이 무작정 달렸다. 눈길이 머무는 곳에 차를 세우고, 저녁을 먹었다. 이 책의 전환은 공간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속도를 늦추겠다는 결심에서 시작된다.

 

이 책의 힘은 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데 있다. 제주에 가도 아이는 여전히 예민하고, 남편은 여전히 아프며, 일상은 여전히 버겁다. 하지만 삶의 리듬을 바꾸자 작은 변화들이 조용히 시작된다. 천천히 걷는다는 선택은 문제를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일이었다.

 

섬세한 수채화 터치의 그림과 여백은 말보다 많은 것을 전한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형식 덕분에 독자는 설명 대신 장면 속에 머물며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완벽한 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매일 다정하게 질문을 던지는 일.” 이 책은 부모됨의 본질을 그렇게 다시 정의한다. 무엇을 더 해주어야 하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너무 많은 목표를 세운다. 그 목표는 과연 누구의 것일까. 나를 위한 것일까, 사회가 말하는 성공을 따라간 것일까. 이 질문은 바쁜 일상 속에서는 잠잠하다가, 문득 삶을 돌아볼 때 한꺼번에 몰아친다. 천천히 걷는 사람들은 그 혼돈을 먼저 겪은 작가의 이야기다. 이 책은 답을 주기보다 손을 내민다. 그 손을 잡고 천천히 걸으며, 나는 내 삶의 중심을 다시 묻게 된다.
그 시작은, 천천히 걷는 데서 비롯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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