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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미디어 생태학 - 인공지능이 재편하는 지식과 권력 ㅣ 방송문화진흥총서 252
이광석 지음 / 안그라픽스 / 2025년 9월
평점 :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이런 믿음이 사회를 지배할 때, 우리는 어느새 기술을 중립적 도구가 아니라 미래를 구원할 신앙처럼 대하고 있다. 《AI 미디어 생태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기술 혁신만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분위기 속에서 저자 이광석은 단호히 묻는다. “기술은 정말 누구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며 작동하고 있는가?”
이 책의 핵심은 단순한 기술 비판이 아니다. 저자는 인류세라는 거대한 위기 국면 속에서 AI가 인간 삶과 생태계를 어떻게 재편하는지 실증적으로 추적한다. 특히 책의 가장 큰 미덕은 AI의 ‘비물질성 신화’를 해체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흔히 AI를 깨끗하고 미래지향적인 기술로 여기지만, 그 이면에는 막대한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 희토류 채굴 과정의 환경 파괴, 남반구 광산 노동자와 데이터 라벨링 노동자의 착취가 켜켜이 붙어 있다. AI는 결코 청정하지 않으며, 투명해 보이지만 불투명한 생태적 비용을 떠안고 있다.

동시에 책은 기술 낙관주의와 기술 비관주의라는 낡은 이분법을 모두 거부한다. 미래를 낙관하는 해피엔딩 서사도, 파국을 예감하는 디스토피아적 상상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인간-기술-자연의 관계를 어떻게 다시 배열하느냐이다. 인공/자연, 생명/기계 같은 경계를 넘어 모든 존재의 복잡한 얽힘을 새롭게 배치하자는 제안은, 단순한 환경 담론을 넘어서는 철학적 사유를 요구한다.
특히 ‘감속주의’라는 개념이 인상적이다. 이는 단순한 속도 조절의 문제가 아니라, 가속·경쟁·확장으로 대표되는 현대 기술문명을 잠시 멈추고, 그 아래에서 일어나는 생태적 균열을 감각적으로 읽어내는 훈련이다. 새로움과 속도에 익숙한 우리에게 느림, 얽힘, 돌봄, 공생 같은 정서는 낯설다. 그러나 저자는 인류세 위기 앞에서 이러한 생태적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 생존의 윤리이자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이루다 챗봇 사례처럼 한국적 맥락의 분석도 책의 강점이다. 데이터 커먼즈, 파토스의 커먼즈, 돌봄의 정치 같은 개념들은 AI 시대의 새로운 윤리와 정치를 상상하게 한다.
《AI 미디어 생태학》은 결국 기술을 다시 인간의 삶과 지구 생태계 안으로 돌려놓는 작업이다. 기술 숭배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빠르고 더 강한 기술이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내는 관계적 세계를 다시 그려보는 능력이다. 미친 듯 질주하는 자본의 기술 가속을 멈춰 세우고, 겸손한 기술·공생하는 기술이라는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책.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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