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 학교수업이 즐거워지는 9가지 인지과학 처방
대니얼 T. 윌링햄 지음, 문희경 옮김 / 부키 / 2011년 7월
평점 :

학생들이 왜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이 도발적인 질문은 사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배우는 것을 좋아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라는 희망에서 출발한다. 인지과학자 대니얼 T. 윌링햄은 학습의 본질을 ‘뇌의 작동 원리’에서 찾자고 말한다. 이 책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첫 장에서부터 명확하다. 우리의 뇌는 생각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은 느리고, 에너지를 많이 쓰고, 실패의 위험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적당히 어려운 문제” 앞에 놓일 때 비로소 기쁨을 느낀다. ‘성공 가능한 도전’이 있을 때 배움은 즐거워진다.
하지만 현실의 교실에서 학생들은 선택권 없이 하루 종일 어려운 문제와 마주한다. 계속된 실패 경험은 수업을 지루하거나 고통스러운 시간으로 만든다. 교실 문 앞에서 발걸음을 떼기 힘든 학생을 볼 때마다, 이 책의 주장은 쓰게 다가온다. 학생들은 게으른 게 아니라, 실패로 예상되는 수업에서 도망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윌링햄은 너무 당연하지만 잊기 쉬운 사실을 상기시킨다.
“깊이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면, 생각할 재료(지식)를 먼저 넣어줘야 한다.”
인터넷이 있다고 지식 학습을 건너뛸 수 없다. 비판적 사고력은 공중에 뜬 능력이 아니라, 사실적 지식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인지과정이다. 교실에서 좋은 논술을 쓰기 위해서도, 깊이 있는 토론을 위해서도 결국 배경지식의 축적이 선결 조건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내용은 스토리의 힘이다.
학생들은 교사의 말을 잊지만 방송에서 본 장면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뇌는 이야기 구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념과 사실을 흩뿌리는 대신, 갈등–해결–의미로 연결할 때 학습이 오래 남는다. 교실에서 자료 제시형 문항을 구성할 때 ‘맥락’을 고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사들에게 익숙한 ‘학습 스타일’ 신화도 과학적 검증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청각·시각 학습자에 맞춘 교수법이 특별한 효과가 없다는 점은 교실 운영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학생에게 맞추기”보다 “내용에 맞는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핵심이다.
책의 마지막은 교사에게로 향한다. 교사도 인지적 존재이며, 수업 기술 또한 다른 기술처럼 연습을 통해 발전한다는 것. 수업 촬영, 동료 피드백, 지속적 성찰이 왜 필요한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우리의 뇌는 생각하는 용도로 설계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실패가 예상되는 수업에서 도망친다.”
“비판적 사고력은 장기기억 속 사실적 지식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자주 생각한 것이 기억된다.”
“내용에 맞는 방식으로 가르쳐야 의미가 남는다.”
이 책을 덮으며 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 수업은 학생들에게 적당한 도전과 성공의 쾌감을 주고 있는가?”
학생들이 “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배움은 시작된다. 교사인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조금 더 나은 수업을 위해 오늘도 한 걸음 내딛는다.
#왜학생들은학교를좋아하지않을까 #대니얼윌링햄 #부키 #학교수업 #학교를싫어하는이유 #생각하게하는수업 #수업혁신 #교육심리#인지과학 #책읽는샘 #함께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