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읽는 새로운 방식, 지리 교사와 함께 떠나는 여행

지리를 알면 여행이 보인다 - 청소년을 위한 세계 여행 가이드 ㅣ 창비청소년문고 44
최재희 지음 / 창비 / 2025년 9월

지리를 아는 여행은 풍경을 보는 여행이 아니다. 세상을 읽는 여행이다.
현직 지리 교사이자 EBS 강사인 최재희 저자의 《지리를 알면 여행이 보인다》는 세계 도시와 자연, 문화를 지리의 언어로 읽어내는 책이다. 뉴욕의 마천루, 파리의 도로망, 도쿄의 메트로폴리스를 탐구하며, 여행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배우는 수업임을 알려 준다.

책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한다. 세계로 향하는 관문에서 우리와 지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살피며, 1부에서는 자본이 만든 수직의 도시 뉴욕, 혁명과 권력이 얽힌 파리, 고속열차가 엮은 도쿄를 통해 도시의 구조가 품은 의미를 보여준다.

2부에서는 사람이 빚은 문화 경관이 펼쳐진다. 인도 바라나시의 생사 공존, 빌바오의 미술관 도시 재생, 방콕의 물 축제처럼, 각기 다른 삶의 방식이 하나의 문화 지리로 엮인다. 이 장면들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와 정체성이 새겨진 ‘의미의 공간’이다.

3부에서는 자연을 배우는 여행이 시작된다. 지오투어리즘(Geotourism)의 시선으로 리우데자네이루, 바이칼호, 뉴질랜드의 화산섬을 살피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탐구한다. 바이칼호의 고유종 이야기는 ‘러시아의 갈라파고스’라 불릴 만큼 자연이 품은 시간의 깊이를 전한다.

4부는 여행의 윤리를 묻는다. 콜롬비아 메데인의 도시 재생, 에티오피아의 공정 여행과 공정 무역, 폴란드 아우슈비츠의 다크투어리즘까지—저자는 우리가 밟는 땅의 의미와 세계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차분히 생각하게 한다. 여행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공존의 태도를 배우는 과정이다.

마지막 장에서 제주를 ‘여행 박물관’으로 소개하며 세계의 시선에서 다시 우리 땅을 바라보게 하는 구성도 인상적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저자의 설명 방식이다. 블록 쌓기로 마천루의 원리를 설명하고, 프랑스혁명과 도시 설계를 연결하는 대목은 복잡한 개념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다.
각 장의 ‘여행자를 위한 지리 상식’과 ‘지식 정거장’ 코너, 풍부한 사진과 모식도 구성은 마치 현장을 함께 걷는 듯한 생동감을 더한다.

이 책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선택 과목 <여행지리>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교과서를 넘어선 확장된 시야를 통해 청소년 독자들에게 세상을 입체적으로 읽는 법을 가르친다.
저자의 이전 저작인 《이런 캠퍼스 투어는 처음이야!》(https://blog.naver.com/jaytee0514/223874061753)가 대학이라는 공간을, 《바다거북은 어디로 가야 할까?》(https://blog.naver.com/jaytee0514/223155070225)가 생태적 공간을 탐색했다면, 이번 책은 그 시야를 세계 전체로 확장한 여정이다.

낯선 땅에서 뇌가 팔딱팔딱 뛰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감수성을 얻는다.
이 책과 함께라면 그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배움의 시작이 될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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