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미래 - 언제나 최적의 선택을 찾아내는 우리 뇌의 비밀
정민환 지음 / 심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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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억을 보존이 아니라 설계로 재정의하며, 인간 혁신의 비밀을 기억×상상×추상의 결합에서 설명한다. 저자는 해마를 행동 없는 시뮬레이션 장치로 규정하고, CA3가 무작위성을 바탕으로 수많은 가설 경로를 생성하고 CA1이 맥락·효용을 표상해 그중 무엇을 취할지 고르는 모사-선택 이론을 제시한다. 이 구조 덕분에 우리는 과거의 파편을 유연하게 재배열해, 실행 전에 미래를 반복 리허설할 수 있다. 수면·휴식기에 관찰되는 경로 재생과 디폴트 네트워크 활성은 이러한 주장을 실증적으로 떠받친다. 정확 복제엔 불리한 무작위성이 오히려 새로운 조합과 다른 해석을 낳는다는 역설이 이 책의 설득력을 높인다. 기억의 오류와 망각도 잡음을 줄이고 핵심 패턴을 일반화하는 데 기여해 재조합의 재료가 된다.

 

인간의 힘은 상상을 추상으로 확장하는 데서 나온다. 진화 과정에서 신피질의 팽창은 해마가 시뮬레이션하는 내용을 공간 경로를 넘어 규범·제도·정책 같은 개념 차원으로 넓혔다. 전전두피질은 억제·전환·계획의 집행 기능으로 후보 해법을 묶고, 쐐기앞소엽은 연결성과 독창성을 북돋우는 허브로 작동한다. 다단계 구조를 가진 심층 신경망이 고차 특성을 스스로 발현한다는 사실은 인간 뇌의 계층 구조와 추상 능력을 직관적으로 비춘다. 요약하면 CA3가 다수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CA1·전전두엽계가 무엇을 취할지 고르며, 신피질이 그 선택에 의미와 언어를 부여한다.

 

책의 장점은 실천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창의는 새로움·가치·놀라움의 교집합이며, 연료는 다양한 경험·실패 허용·숙고와 수면이다. 교실과 조직에서 바로 적용하려면, 수업 말미 핵심을 스스로 꺼내게 하는 자유회상, 인접 단원을 섞어 재배열하는 간격·교차 학습, 원인메커니즘결과대안을 하나의 그림으로 묶는 개념 지도가 유효하다. 이 세 장치는 해마의 모의와 신피질·전전두엽의 추상을 동시에 자극하여 정답 맞히기에서 가능성 설계로 학습의 목적을 이동시킨다. 조직 맥락에서는 회고리허설빠른 실험의 루프를 설계해 경험을 즉시 재조합 가능한 재료로 전환하는 것이 포인트다.

 

인공지능 파트의 결론도 현실적이다. AI는 대체가 아니라 협력이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탐색과 고속 연산을 맡고, 인간은 맥락화·가치 판단·의미 부여를 맡을 때 전체 시스템의 성능이 높아진다. AI가 생성한 수많은 모사중 무엇을 선택할지그리고 그 선택을 어떤 규범으로 정당화할지는 인간의 과제다. 기술의 잠재적 위해를 다루려면 사회적 합의와 제도 설계라는 추상적 역량이 필수적이며, 이것 또한 기억·상상·추상의 협업으로만 가능하다.

 

결국 기억의 미래인간 혁신의 비밀을 해마전전두엽신피질의 협업으로 재구성하고, 개인의 공부와 조직의 일을 축적이 아니라 설계로 전환하자고 제안한다. 책을 덮고 남는 질문은 단순하다. 오늘 당신의 해마는 무엇을 모의했고, 당신의 전전두엽은 그중 무엇을 선택했는가그리고 그 선택을 세상을 바꾸는 설계로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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