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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 재팬 - 경제 성장이 멈춘 일본과 미래가 없는 청년들의 충격적인 선택
이성범 지음 / 생각정원 / 2025년 7월
평점 :

“일본은 안전하지만, 제 미래는 위험합니다.” 베트남에서 창업한 일본 청년 모리의 한마디가 《엑소더스 재팬》의 핵심을 뚫는다. 저성장 30년을 통과한 일본에서 청년들이 왜 떠나는가를 이 책은 통계가 아니라 얼굴과 일상의 결로 증명한다. 도쿄대 출신이 대기업을 그만두고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무료 급식소 줄에 청년이 서며, 호주 라멘집 알바가 일본 대기업보다 나은 임금을 받는 역설이 이어진다. 떠남은 방황이 아니라 계산이 된다.

구성은 명확하다. 1부 ‘일본호의 침몰’은 부러진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2부 ‘탈출해야 하는 이유들’은 임금·주거·노동 문화가 만든 체념과 거부를, 3부 ‘떠난 자와 남은 자’는 해외로 향한 청년과 흔들리는 내수·지역을, 4부 ‘난파선 위에서’는 지역살리기협력대·재택 의료·다문화 전환 같은 작은 구조선을 담는다. 장면 전환이 빠르고 인터뷰가 촘촘해 독자는 구조적 문제를 ‘살아 있는 서사’로 따라가게 된다.

현장의 디테일은 냉혹하다. ‘연 소득 103만 엔의 벽’이 만든 비자발적 파트타임, 덴츠 신입 다카하시의 과로사, 플로피 디스크와 워드프로세서에 갇힌 아날로그 함정, 교토의 빈집과 돗토리 ‘쇼핑 난민’은 지표로는 가려진 일상의 파손을 드러낸다. 엔저는 관광을 살리지만 장바구니 물가도 밀어 올리고, 주가가 34년 만에 뛰어도 청년의 체감 임금은 제자리다. 결과적으로 일부는 프리터로 생존을 택하고, 다른 일부는 워홀·해외취업·창업으로 국경 밖을 향한다.

이 기록이 한국 독자에게 날카로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리 역시 저성장·주거난·자산 양극화의 그늘이 짙어지고, 장시간–저생산성의 습관을 끊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해법을 분명히 못 박는다. 애국심이 아니라 제도, 구호가 아니라 설계다. 임금·주거·시간을 한 묶음으로 복원하고, 노동의 질을 끌어올릴 디지털 전환을 병행해야 한다. ‘청년을 위한’이 아니라 ‘청년과 함께’ 설계할 때만 탈출은 필연이 아닌 선택이 된다. 정치는 얼굴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삶을 바꾸는 일이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 보자면, 이 책은 사회·정치·경제를 연결해 토론으로 번역하기 좋다. 예컨대 “청년의 첫 5년을 지탱하는 최소 보장 패키지는 무엇인가(초기 주거 보증+경력 안전망+노동시간 규범)”, “엔저·물가·임금이 가계에 미치는 경로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지역살리기협력대·재택 의료·다문화 전환 같은 ‘작은 구조선’을 한국형으로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학생들과 그려볼 수 있다. 또한 기업·정치·지역이 서로 책임을 떠미는 사이에 생기는 ‘삶의 간극’을 인터뷰 장면으로 확인하게 해, 데이터가 감정과 만나게 한다는 점에서도 수업 자료로 탁월하다. 결국 메시지는 단순하다. 청년이 남을 만한 이유를 설계하지 않으면, 어떤 사회도 미래를 설득할 수 없다.
《엑소더스 재팬》은 일본의 몰락을 구경하는 책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언제,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알려주는 경고등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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