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인생 수업
장재형 지음 / 다산초당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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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한다. 이 책은 플라톤을 고전 폴더에 보관시키지 않고, 매일 실행하는 삶의 사용설명서로 데려온다. 전작 마흔에 읽는 니체로 현대적 독해의 감각을 증명한 저자는, 플라톤 전집을 관통해 뽑아낸 24개의 키워드로 질문무지의 자각지성영혼의 조화실천이라는 플라톤식 삶의 공식을 단단히 복원한다.

 

우리는 외부의 시선과 비교가 일상을 규정하는 시대를 산다. 화려한 피드 뒤에서 자존감은 쉽게 흔들린다. 이때 플라톤이 권하는 첫걸음은 자기 돌봄그러나 그것은 위로가 아니라 관계의 재구성, 나와 나 자신의 관계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소크라테스의 가르침 무지를 깨닫는 자만이 스스로를 돌본다는 문장이 정확히 여기에 박힌다. 모르는 것을 인정할 때만 배움과 회복이 시작된다.

 

가장 인상적인 안내는 동굴의 비유. 우리가 실재라고 믿어온 많은 것들이 사실 벽에 비친 그림자일 수 있다. 동굴 밖의 빛에 눈이 시린 통증 구간을 통과해야 한다는 설명은, 고정관념을 깨는 학습이 왜 늘 불편한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어지는 선분과 태양의 비유는 보이는 것과 아는 것을 구분하는 법, 즉 지성(노에시스)에 이르는 단계를 생활 언어로 풀어낸다.

 

저자는 난해한 체계를 24개 아포리즘으로 끊어 현대의 고민과 직결한다. 이데아·영혼 삼분설·플라토닉 러브 같은 키워드는 다이어트 중독, 한탕주의, 시선 의존적 우울감 같은 증상과 만나 실천적 해법으로 번역된다. 욕망은 억압 대상이 아니라 상승의 사다리로 재배치해야 하며, 절제는 결핍의 미덕이 아니라 집착에서의 자유 기술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라는 로고스가 삶의 중심에 들어선다.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태도와 훈련이다.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감정의 노예가 아니다. 불안을 부정하는 대신, 원인을 식별하고 다루는 지성의 습관으로 흔들림을 줄인다. 이 대목에서 책은 비관이 일상화된 시대정신을 정면으로 비튼다. 현실과 이상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이상(이데아)을 눈금으로 삼아 현실을 조율하는 것그게 플라톤식 -의 핵심이다.

 

무엇보다 울림이 큰 문장은 이것이다.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플라톤이 말한 인간의 세 소유물(영혼··) 중 영혼을 최상위로 대접하는 태도가 모든 관계의 출발점임을 일깨운다.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위로해 줄 수 없다는 선언은 자기 의존적 치유의 문을 연다. 교실과 생활에서의 적용도 분명하다. 토론의 목표를 반박이 아니라 정의의 조립으로 재설계하고, 감정 폭주가 올 때 지금 내 영혼의 어느 부분이 과잉인가?”를 묻는 루틴을 넣어보라.

 

요컨대 이 책의 가치는 플라톤을 박제된 지식이 아닌 살아 있는 기술로 되살린 데 있다. 고전은 위로가 아니라 훈련이며, 희망은 낙관이 아니라 기술임을, 이 책은 친절하고도 단단하게 증명한다. 오늘 할 일은 간단하다. 동굴 벽의 그림자에서 잠시 눈을 떼고, 내 삶의 로고스를 한 줄로 써보는 것. 그 순간, ‘-사람의 좌표가 정렬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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