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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헌법 에세이 - 일상 속 헌법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한 안내서 ㅣ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정필운 지음 / 해냄 / 2025년 6월
평점 :

두 차례 대통령 파면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가능하게 한 것은, 헌법이 '살아 있는 규범'이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계엄령 선포와 해제, 탄핵 심판의 과정을 통해 시민들은 헌법이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실질적 기준임을 절감했다. 정필운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헌법 에세이》는 바로 이 감각을 교실로 가져온 책이다. 헌법은 법률가만의 언어가 아니라, 이제 교사와 학생, 시민 모두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친절하지만 가볍지 않고,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헌법의 무게를 온전히 전달하는 드문 입문서다. 근대 헌법의 탄생부터 대한민국 헌법의 역사, 기본권의 구조, 국가기관의 운영 원리, 헌법재판소의 역할까지 6장에 걸쳐 체계적으로 다룬다. 특히 각 장 도입부에서 고등학생들이 벌이는 현실적 토론—학생회장이 재무부장을 겸직해도 되는지, 체육복 이름표가 인권 침해인지—은 추상적 헌법 원리를 일상의 언어로 번역하는 탁월한 장치다.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은 '헌법 마인드'다. 헌법을 단지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문제를 헌법의 기준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는 힘이다. "교육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학생을 대부분 배제하고 교육감 선거를 하는 것이 민주주의 관점에서 정당할까?"라는 날카로운 문제 제기는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유도한다. 18세 선거권 도입 과정을 통해 헌법이 시대와 함께 진화하는 살아있는 규범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각 장 말미의 '재미있는 헌법 판례' 코너는 이 책의 백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구치소 수형자 처우 문제, 사립학교의 종교 강요 등 실제 헌법재판소 판례를 수록하여, 헌법이 작동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바이마르 공화국과 대한민국의 헌법 수호 과정을 비교한 분석은, 헌법재판소가 단순한 사법기관이 아닌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임을 깨닫게 한다.

마지막 6장에서 다루는 촛불집회에 대한 해석이 특히 인상적이다. 저자는 촛불집회를 "국민 주권을 구체화하고 실질화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대의제와 직접민주제의 관계를 균형 있게 설명한다. 헌법 전문에 담긴 3·1운동과 4·19 민주이념의 계승 의미를 현재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통찰력이 돋보인다.
33년차 사회과 교사로서 이 책은 단지 헌법 입문서가 아니다. 중고등학교 사회 교과에서 다루는 헌법과 법치주의의 모든 것을 촘촘하고 체계적으로 담으면서도, 단순 지식 암기를 넘어 헌법적 감수성과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교실에서 시작된 작은 질문이 헌법이라는 큰 기준에 닿을 때, 우리는 진짜 교육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헌법이 '두꺼운 법전'에서 벗어나 일상의 언어가 될 때, 청소년들은 비로소 이 사회를 "조금 더 멋있게 디자인"할 수 있는 시민으로 성장한다. 이 책은 그런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든든한 동반자이자,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시민 교양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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