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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분은 사과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1
김지현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6월
평점 :

김지현 작가의 《오늘의 기분은 사과》는 사춘기의 복잡한 마음을 ‘사과’라는 단순하지만 다층적인 상징으로 풀어내며, 청소년들의 상처받기 쉬운 내면을 다정하게 비춘다. 친구들과의 다툼이 두려워 늘 감정을 삼켜버리는 열일곱 살 이경은 영화 시나리오를 쓰며 꿈을 키우지만 정작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를 찾지 못해 외로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이경 앞에 성격도 마음 씀씀이도 다른 세 친구가 나타난다. 강단 있고 정의로운 강유림, 밝고 유쾌하지만 종종 예민한 전솔, 그리고 직설적인 임규리까지. 이들과의 관계는 이경에게 새로운 해방감과 상처를 동시에 안겨준다. 상대의 진심을 믿고 싶지만 예상치 못한 배신과 오해, 무례한 태도 앞에서 마음은 쉽게 흔들린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경 곁에는 따뜻한 말로 마음을 다잡아주는 ‘고모’가 있다.

작가는 고모라는 인물을 통해 청소년이 관계 안에서 감정과 상처를 다루는 방식을 다정히 일깨운다. “친구 머리 위에 어떤 이모지가 떠 있을지 상상해 봐.” 고모가 알려준 ‘머리 위 구름 상상법’은 표정만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마음의 모양을 가늠하게 한다. “감정은 전해지는 거고 저절로 느껴지는 거야.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가 있잖아.” 고모의 말은 늘 자신을 숨기던 이경에게 작은 용기를 준다. 타인의 마음을 온전히 알 수 없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다시 믿어보는 용기’라는 걸 이경은 깨닫는다.
이 소설의 큰 울림은 이경이 관계의 갈등과 배신 속에서 ‘화해’를 새롭게 배워가는 과정에 있다. “나에게 상처를 준 무언가와 계속 부대끼며 살아보려는 것 자체가 화해 아닐까?”라는 문장은, 무조건적인 용서가 아니라 다시 믿어보기 위해 애쓰는 용기, 나를 지키기 위해 상대를 이해해보는 성숙함을 담고 있다.

또 하나, 할머니가 건네준 ‘매실 한 알’ 이야기는 이경을 불안으로부터 한 발 떼어내 준다. “마음이 여기 있으면 불안할 게 없지.” 과거의 상처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흔들릴 때, 지금 손에 쥔 매실 하나에 집중하는 연습은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 이경은 그렇게 차츰 스스로의 마음을 인정하고, 다시 누군가를 믿어보고,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용기를 얻는다.
이경은 고모와 할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관계에도, 자신의 꿈에도 더 진심을 다해본다.
《오늘의 기분은 사과》는 청소년들에게 친구 관계의 복잡함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한다. 좋아하는 마음은 결국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그리고 마음은, 고모의 말처럼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전해질 수 있다는 믿음도 건넨다. 서로 다른 표정들에 가려진 진심을 향해 작은 사과 하나를 올려두듯, 우리 모두의 마음에 오늘 어떤 이모티콘이 떠 있는지 살피며 관계를 이어가자고 속삭인다.

이 책은 마음속 열일곱을 품고 사는 어른들에게도 묻는다. 오늘의 기분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마음을 솔직히 꺼내놓을 용기가 있나요? 《오늘의 기분은 사과》는 그 용기를 다정히 응원하는 성장소설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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