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창비청소년문학 135
이라야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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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때로 링 위 같다. 예상치 못한 킥에 고개가 돌아가고, 중심을 잃고도 다시 일어서야 한다.

이라야의 청소년소설 파이트는 열일곱 하람이 그 링 위에서 혼자 버티고 흔들리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하람은 선교사인 아빠와 무심한 엄마 곁에서 늘 외로웠다.

내 눈은 늘 엄마를 찾는다그런데도 엄마는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 (본문 46-47)

캄보디아에서 자라다 한국으로 돌아와 격투기 선수라는 꿈을 좇지만, 낯선 한국의 겨울은 혹독하다.

 

하지만 파이트는 버티기만 하는 성장소설이 아니다. 홀로서기만을 강요하지 않는다.

패딩을 벗어 주는 할머니, 등록비가 없어도 받아 주는 관장님, 필요할 때마다 곁을 지켜 주는 재수 없는 오지라퍼권 경위, 그리고 같은 링 위에서 함께 땀 흘리고 스텝을 맞추는 무하와 원지.

누군가 내 옆에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그건 내겐 사치라고 생각했다.” (123)

하지만 친구들이 전해 준 우정과 위로는 하람을 다시 스텝 위로 올려 세운다.

 

씩씩한 사람도, 잘 웃는 사람도, 용감한 사람도 모두 한 점씩은 아픈 구석이 있지.” (193)

이 소설은 말한다.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고, 그 상처 때문에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질 수 있다고.

 

하람은 결국 엄마가 끝까지 덮어둔 가족의 비밀과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파이트는 손쉬운 화해를 강요하지 않는다.

용서하려고 애쓰지 마. 조금 이해했다면, 안됐네 하고 바라봐. 너는 너대로 살아.” (193-194)

상처는 덮는 게 아니라 거리 두고 바라보는 것임을 하람은 배운다.

 

격투기 장면들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다.

킥이 날아오는 순간, 머리를 흔든 게 잘못이었다.”

휘청거리고 비틀거리면서도 다시 중심을 잡는 하람의 몸짓은 삶과 맞서는 우리의 자세다.

혼자 싸우지만,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하람은 말한다.

달려가 안기고 싶은 엄마 아빠 품보다 내가 품고 싶은 세상이 있다는 걸 알았다.” (196-197)

받기만 갈구하던 아이가 자신의 세계와 함께할 사람들을 품을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스스로 품고 싶은 세계를 찾는 순간, 진짜 라운드가 시작된다.

 

파이트는 흔들리며 버티는 청소년에게, 그리고 각자의 링 위에서 쓰러졌다가도 다시 스텝을 밟아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다정한 환대와 용기를 건네는 소설이다.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스텝을 밟는 용기를 알려준다. 휘청여도 괜찮다. 함께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현실적인 청소년 성장소설을 찾는 부모와 교사

외롭고 흔들리는 십대에게

📌 기억하고 싶은 문장: “누군가 내 옆에 있다는 기분그건 내겐 사치라고 생각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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