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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샐리 페이지 지음, 노진선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3월
평점 :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는 자신의 상처를 숨긴 채 타인의 이야기를 수집하던 한 청소 도우미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따뜻한 성장 서사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발견되는 비범한 가능성과, 이야기가 가진 치유의 힘을 담백하고도 섬세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재니스는 케임브리지 외곽에서 청소 도우미로 일하며 고객들의 집을 정리하고, 그 속에 깃든 삶의 흔적과 이야기를 수집한다.
“재니스는 자신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받아주는 그릇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녀는 특히 “평범한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일을 해내는 이야기, 그들이 용감하고 재미있고 친절하고 이타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간직한 여자일지도 모른다.

자존감이 낮은 재니스는 무시하는 남편 마이크에게 "네 염병할 커피는 네가 직접 타서 마셔"라는 말을 속으로만 삼킨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에 익숙해져 있지만, 그 안에서 자기 삶을 바꾸려는 용기를 내지 못한다. “재니스는 청소를 아주 잘했어”라는 말이 자신의 인생을 요약하는 문장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현실을 뒤집을 힘은 없다.
전환점은 ‘B 부인’과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괴팍하지만 매력적인 아흔두 살 노부인은 재니스에게 정면으로 묻는다.
“그래, 자네의 이야기는 뭐야?”
그 질문은 재니스의 내면에 감춰져 있던 문을 열어젖히고, 오랫동안 봉인해 둔 이야기를 끌어올리게 한다.
“자네는 이 이야기를 해야만 해.”
재니스가 반문한다.
“말하면 뭐가 달라질까요? 제가 결말을 바꿀 수도 없는데.”
그러자 노부인은 단호하게 말한다.
“바로 그 대목에서 자네가 틀렸다는 거야.”

이 소설은 청소 도우미라는 평범한 직업을 가진 한 여성이 타인의 이야기를 수집하다가 마침내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고,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재니스가 머릿속 도서관에 차곡차곡 모아온 이야기들처럼,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반짝이는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어쩌면 인생에서 중요한 일은 이야기를 갖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훗날 되돌아보며 자랑스럽게 여길 일을 한 가지 해내는 것일지 모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는 일.”
이 구절은 책의 핵심을 응축한 메시지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것을 기꺼이 나누는 용기야말로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야기를 한 것만으로도 변화가 일어났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또한 모든 것이 변했다.”
재니스가 이 진실에 다다르는 순간, 독자 역시 울컥하는 감동을 마주하게 된다.
세상에는 “눈물로 씻어낼 수 없는 후회도 있는 법”이지만, 때로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약간의 희망뿐”이라는 B 부인의 말처럼, 이야기는 희망을 건넨다.
샐리 페이지의 이 소설이 50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분명하다.
보잘것없다고 여겼던 우리 각자의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나만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나누는 일이 얼마나 깊은 울림을 주는지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없다고 믿었던 여자가, 결국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로 성장해가는 이 여정은,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는 모든 이에게 따뜻한 위로와 조용한 용기를 건넨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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