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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퇴근길
ICBOOKS / 2025년 4월
평점 :

목차부터 남다른 『수상한 퇴근길』. 각 에피소드의 제목이 모두 "~~해서 미안해"로 시작된다. '잘려서 미안해', '문과여서 미안해', '능력도 노력도 어중간해서 미안해'...
이 반복되는 "미안해"는 현대 직장인의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고해성사 같다.
회사를 지키려 했으나 결국 모든 것을 잃었다. 그리고 그제야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수상한 퇴근길』은 하루아침에 해고된 직장인 고 대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는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삶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또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들을 쉽게 놓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고 대리의 이야기는 마치 거울 같다. "보통 사람들에게 너무도 흔한, 평범한 저녁 식사를 같이했을 뿐인데… 왜 나는 미안한 마음부터 드는 걸까?" 이 한 문장에 많은 직장인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회사를 위해 달려왔지만, 정작 소중한 가족과의 시간은 점점 멀어져 갔던 우리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다.
그러나 고 대리의 상실은 가족과의 거리감에서 끝나지 않는다. 인간관계 역시 허상에 불과했음을 깨닫는다. “500개가 넘는 이름이 있는데 누구 하나 자신을 위로해 줄 사람이 없다.”(p.97)라는 문장에서 드러나듯, 회사에서 잘리고 나자, 그는 하루 만에 주변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회사라는 공동체는 철저한 이해관계 속에 존재하는 것이었고, 그는 한순간에 소속감을 잃는다.

책의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은 아내에 대한 그의 고백이다. “아무것도 없는 내게 시집와서 이제껏 같이 산 세월이 얼만데… 나는 아직도 고생만 시키는구나….”(p.104)라는 고백에서 그의 후회와 미안함이 절절히 묻어난다. 가장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회사에 충성했지만, 정작 가족에게는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했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좌절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관한 질문이다. "가족의 행복을 지키면서 즐겁게 일할 순 없는 걸까?"라는 질문은 우리 모두에게 던져지는 화두다. 리는 안정된 삶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가? 삶의 균형,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마지막 희망의 메시지 "언젠가 좋은 날 오겠죠."라는 말은 막연한 위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진실이기도 하다. 좋은 날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지킬지 깨닫는다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우리에게 여전히 기회가 있음을, 변화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따뜻한 위로다.
『수상한 퇴근길』은 우리에게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다. 고 대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그저 한 직장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며, 우리 사회의 이야기다. 지금 이 순간,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되묻게 하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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