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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필사책 ㅣ 폴폴 시리즈 5
이가을 지음 / 책폴 / 2025년 1월
평점 :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필사책』은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 비상계엄 선포라는 충격적 순간에서 시작된 절실한 기록이다. "계엄이 뭐야? 무서워. 전쟁이라도 나는 거야?"라는 딸의 질문 앞에서, 저자는 "단순한 무서움 대신 마땅한 다른 감정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자 펜을 들었다.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던 대학 시절과 민주주의를 학생들에게 가르친 30년이 넘는 시간. 그 시간 동안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고 가장 중심이 되는 가치를 민주주의라고 여겨왔다. 그런데, 한순간에 우리 공화국의 기본이 무너지는 처참함을 느꼈다.
그 상황에서의 혼돈과 아노미를 붙잡은 것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힘이었다.
이번 필사책도 개인적으로는 큰 힘이 되었다.

이 책은 단순한 필사 노트가 아닌, 민주주의를 '쓰고 읽고 말하는' 총체적 학습서다.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 '기나긴 과거로부터'에서는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제1조부터 시작하여 민주주의의 역사적 토대를 탐구한다. 2장 '두려움 없이 바라보기'에서는 플라톤의 "무관심의 가장 큰 벌은 자신보다 못한 자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는 경구를 통해 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강조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저자의 선별 기준이다. "진보라 불리는 이도, 보수라 칭해지는 이도" 모두 등장하지만, '주체성'을 갖고 '불의를 부정할 수 있는' 목소리만을 엄선했다. 3장 '존엄을 지켜 내기'에서 만나는 넬슨 만델라, 마하트마 간디, 백범 김구의 메시지들은 모두 이 기준을 충족하는 것들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선량함'이라는 단어의 오용에 대한 저자의 예리한 지적이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의 '선량한 국민들'이라는 표현에 대해 "굴복하라는 것"이라고 일갈하며, "그들의 '선량한' 시민이 되는 것을 기꺼이 거부"한다는 저자의 결연한 의지가 돋보인다.
이 책의 특별함은 학습 방식에 있다. 각 글귀마다 기본 어휘를 익히고, 이를 활용해 자신만의 문장을 만들어보도록 한다. 저자는 "처음엔 쓰면서 읽고, 그다음엔 쓰면서 뜻을 되뇌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쓰면서 나의 기록으로 남겨" 보기를 권한다. 각 장 말미의 '생각의 힘 키우기' 코너는 초등 5~6학년, 중등 1학년 사회 교과 내용과 연계되어 있어 실질적인 학습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 4장 '다시 만나는 미래'에서는 김대중의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 마틴 루터 킹의 "선한 사람들의 침묵" 경계, 칼 세이건의 "스스로 생각하고, 의문을 던지자"는 제안을 통해 미래 세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책의 말미에 수록된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법은 그 자체로 어렵지 않지만, '법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저자의 통찰을 뒷받침한다.
결국 이 책은 "어른들이 문제"였던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간절한 기록이자, 다음 세대가 "세상을 긍정하며 꿈꿀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다. 민주주의를 쓰고, 읽고, 말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이며 언제나 지키고 살펴야할 가치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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