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런 말 안 써요 창비청소년시선 49
권창섭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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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마지막 책으로 읽은 권창섭 시인의 우리 그런 말 안 써요는 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교실에서 피어난 청소년들의 성장 서사를 담은 시집이다. 시인은 교단에서 마주한 학생들의 생생한 언어를 시적 언어로 승화시키며, 청소년들의 내밀한 고민과 성장통을 섬세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한 학년도의 시간을 따라 흐르며 청소년들의 일상과 내면을 담아낸다. 특히 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라는 특수한 공간 속에서 시를 쓰며 성장해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자기소개에서 "시를 쓰기 시작한 이유는/숨기고 싶은 게 많아서가 아니라/말을 고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이어서"라고 말하는 화자의 목소리처럼, 이들에게 시쓰기는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이 시집의 특별함은 예비 시인이면서 동시에 수험생이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지닌 청소년들의 복잡한 내면을 진솔하게 담아냈다는 점이다. 꿈틀!에서 "시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무엇이 시가 아닌지만 알다가" 졸업해버릴까 두려워하는 학생들의 고민이 드러나고, 모의고사에서는 부모님의 성적 핀잔에 너스레를 떨며 넘기는 평범한 수험생의 모습도 보인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오늘날 청소년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민들을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일에서는 "가르쳐 주는 것보단/가르쳐 주지 않는 것들이 더 궁금"하지만 오로지 "학업에 충실해야" 하는 현실을, 한 번 더, 12에서는 "들어야 할 말들을 듣다가 너무 많은 말을 들어서" 정작 "내 맘속 말은 하나도" 듣지 못하는 답답함을 토로한다.

 

시인의 언어는 기발하고 독특하다.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을 활용한 언어유희와 반복되는 문장의 변주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며, 이는 청소년들의 재기발랄한 감성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4에서 "남의 일을 너무 오래 생각하면/나의 일처럼 느껴지듯이/나의 일을 너무 오래 내팽개치면/남의 일처럼 느껴지는데"라는 구절은 타인과 자신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소년기 정체성의 혼란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관계성에 대한 시인의 섬세한 사유를 보여준다.

 

이 시집의 가장 큰 미덕은 청소년들을 스테레오타입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그런 말 안 써요"라고 말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어른들이 자신들을 쉽게 규정짓는 것에 대한 부드러운 저항이면서 동시에 자신들만의 언어로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한 번 더, 2에서 "올해는 그냥/열아홉 살 하기로 했다/(스무 살 되는 게 넘 어려워서)"라는 구절은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의 불안과 두려움을 담담하게 드러내며, 청소년기의 마지막 순간을 지나는 이들의 심정을 절실하게 전달한다. 이처럼 시인은 성장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불안과 고민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이겨내려는 청소년들의 의지와 용기를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우리 그런 말 안 써요는 단순히 청소년들의 일상을 기록한 시집이 아니다. 이는 예술가를 꿈꾸는 동시에 수험생으로서의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청소년들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 성장의 기록이자,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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