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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존재는 말이 없다
정의동 지음 / 어티피컬 / 2024년 10월
평점 :
조형작가가 쓴 에세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겼을까?
그 작가의 활동 분야가 ‘멸종동물’ 조형이라면 사라져가는 동물들의 안타까운 이야기와 동물 보호에 관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전하겠지. 생명과 생태계에 관한 애정과 안타까움 그리고 관심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그런데 작가가 정의동이다. 2020년 <하트시그널>에 출연했던 그 젊은이가 기억난다.
맞다. 그때 그의 직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과 그의 조용하고 다정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본 적 있는 인물의 일생과 그의 노력이 책에 담겨있다.
“사라져가는 동물들을 알려야 좨. 잊혀지면 안 돼. 사라지면 안 돼.”
우리 중에서 의도적으로 동물을 멸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동물들은 멸종하고 있다. 그 원인, 이유는 대부분 무관심이다.
멸종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난다. 마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대부분은. 작은 관심이면 충분하다.
작가가 상괭이 굿즈를 만들 때만 해도 상괭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상괭이에 관한 기사와 관심이 늘어날수록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행동이 늘어났다.
작가의 첫 완성작은 금개구리였다. 2017년 여름, 덜컥 금개구리가 많이 서식한다는 당진으로 찾아가서 고생하며 사진 촬영을 한다. 자신이 만들기로 한 동물을 직접 찾아 떠난 의미 있던 여행을 작가는 소중하게 기억한다.
우리 땅에서 살아가는 생명체 중 가장 연약한 존재는 바로 멸종위기의 소동물들일 것이다. 이 작은 존재들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 사회의 민낯에 가까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동물들의 서식지나 환경을 파괴해도 동물들은 저항하지 않는다. 아무 말이 없다. 단지 사라지는 것이 유일한 반응이다. 사라짐으로써 우리에게 메시지를 준다. 힘없고 소외된 존재들에게 말하고 싶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우리가 너희를 잊지 않겠다고. -정의동
첫 작품을 지나 이제 작가의 첫 데뷔작 후보는 두꺼비, 도롱뇽, 표범장지뱀, 3종이었다.
작가가 스스로 정한 선정 기준은 네 가지.
한국의 동물인가?
완성 모습이 실물처럼 보일 수 있는가?
크기가 작은가?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가?
제작에 쉬운 동물이나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동물이 아니라 관심이 적은 동물이라니! 멸종동물 조형작가인 작가의 정체성이 진하게 드러나는 기준이다.
4일 만에 두꺼비 원형이 완성되고, 색칠 작업을 거쳐 만족할 만한 작품이 탄생한다.
“멸종동물 만들다가 우리가 멸종하겠어.”
코로나19로 인한 생계의 위협을 작가는 스스로의 멸종위기로 표현한다. 코로나19 시기가 지나간 오늘 그 위기는 여전히 작가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작가의 작품을 장난감 정도로 여기는 시선 역시 작가에게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성장한 작가는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작품에 관한 시민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동물을 보존하자는 말이 동물만을 남기고 사람을 희생시키자는 말이 아니다.
동물과의 공존에는 인간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공존과 연대가 어려워진 것은 동물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다. 인간끼리도 점점 공존이 어려워지는 현실이 동물에게도 반영된 것일 것이다. 지역 간, 세대 간 갈등이 심해지고, 고립을 스스로 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현실은 동물의 멸종만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다. 소외되는 것은 무엇이든 멸종 위기종이다.
존중하고 양보하는 마음은 동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작가는 소외되어 사라지고 있는 작은 동물을 만들고, 또 알리고 싶다고 항상 말한다. 작은 동물을 택한 이유도 소외되어 있다고 생각해서다. 소외된 존재는 더 빠르게 사라진다. 사라진다고 멸종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빠르게 사라지는 존재가 많아질수록 멸종에 가까워진다.
사람을, 생명을 살리는 데는 큰 것이 필요한 게 아니라. 작은 관심이면 충분하다. 상황이 변한 게 없어도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살아갈 힘과 생명력을 얻는다. 잊지 못할 겨울, 기대했던 하트시그널을 받지는 못했지만, 많은 사람의 응원이 나의 마음에 하던 일을 힘내서 계속해 보라는 신호를 주었다. -정의동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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