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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망할 소행성 ㅣ 다산어린이문학
세라 에버렛 지음, 이민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10월
평점 :

긴급 속보! 거대 소행성 경로 변경, 지구를 향해 돌진 중!!
나사 공식 발표:
“침착하십시오! 30분 후 기자 회견이 열립니다!”
“앰플러스는 84.7퍼센트의 확률로 지구에 충돌할 것입니다.”
《나의 망할 소행성》은 확률과 통계를 사랑하는 열한 살 소녀 케미가 상실과 사랑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어린이 소설의 틀을 넘어서 모든 연령대의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케미의 평온한 일상은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 ‘앰플러스-68’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함께 예기치 않은 변화 속에 놓이게 되는데, 소행성 충돌 확률 84.7%라는 수치는 피할 수 없는 재앙을 뜻하지만, 동시에 그녀에게는 마지막으로 기억을 남길 기회로 다가온다. 소행성이 지구를 덮친다면 사라질 모든 것—가족, 친구, 일상—을 위해 케미는 타임캡슐을 만들어 소중한 추억을 담아가기로 결심한다.
소행성 충돌까지 남은 4일 동안 케미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순간의 가치에 눈을 뜬다. 그녀는 단순히 추억을 남기기 위한 타임캡슐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세상에 증명할 무언가를 남기고자 한다.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모으며 어른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습을 마주하는 케미는, 가족 구성원들의 물건 속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그들에 대해 몰랐던 면모와 소중함을 하나씩 알아 간다.

지금까지 챙긴 기념물은 내 퍼트리샤 식당 메뉴판, 제러마이어 삼촌의 탑승권, 미리엄 이모와 스티브 이모부의 동판과 양말이었다. 여전히 엄마, 할머니, 로, Z, 사촌들, 그리고 물론 아빠의 기념물이 필요했다.
아빠를 위한 계획이 남아 있었지만, 우선 엄마 것부터 구할 생각이었다. 엄마 말대로 모든 것을 챙길 순 없어도 중요한 것들은 챙길 수 있었다. -p141
그렇게 물건을 모으는 과정은 단순히 타임캡슐을 채우기 위한 일이 아니라, 남기고 싶은 순간과 기억을 담아두려는 애틋한 마음의 표현이자, 스스로를 위한 다짐이 된다. 슬픔과 두려움 속에서도 삶의 마지막을 마주하는 어린 케미의 여정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나의 망할 소행성>은 단순히 지구의 종말을 두려워하는 이야기를 넘어, 일상의 작고 소중한 순간들이야말로 우리 삶을 빛내는 진정한 의미라는 교훈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공감과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지만, 이 소설의 서평을 쓰기 어려운 이유는 스포일러 때문이 아닐까?
2부를 강타하는 반전은 어느 작품보다 강하다. 그 반전은 이 소설의 힘을 더욱 강하게 한다.
“나는 잠의 고수로서, 스펙타큘러스의 일원으로서 언제까지나 너희와 함께할 거지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는 함께할 수 없어. 어제 별을 보면서 내가 했던 말 기억나니? 사람들은 가까워지거나 멀어질 수는 있어도 영영 사라지지는 않아. 난 좀 더 멀리 떨어져 있을 뿐이야. 넌 나 없이도 강하고, 멋지고, 똑똑하고, 엉뚱한 통계 소녀가 되어야 해. 그게 날 가장 행복하게 해 줄 거야.”
아빠는 우리의 맞잡은 두 손을 내려다봤다. -p289

이 책은 예측할 수 없는 충격적인 반전 속에서도, 삶의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이들과 나눈 기억이야말로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가치임을 일깨운다. 케미가 발견하는 “우리에게 그다음이 있을 확률 100%”라는 메시지는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사랑으로 살아가라는 격려가 되어 다가온다. 그가 남긴 타임캡슐은 우리에게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순간들이 가장 빛나는 가치임을 상기시킨다.
지구 종말의 시간뿐 아니라 가족에 대한 사랑은 언제나 소중하다는 진리를 사무친 그리움으로 그려내는 작품이다. 더불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 문제까지 돌아보게 하며, 사랑의 힘으로 슬픔을 이겨내고 삶을 지탱해 나가게 한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2024년 이제껏 읽은 여든네 권의 책 중 가장 가슴을 울리는, 가을의 눈물 같은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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