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윤정은 지음, 송지혜 북디자이너 / 북로망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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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의 저력과 K-문학의 위상을 드러낸 윤정은 작가의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은 현대사회에서 잊혀가는 인간의 정과 따뜻함을 담은 작품이다. 출간 이후 30만 부 판매를 기록하며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펭귄랜덤하우스를 통해 해외로 수출되며 K-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 전작인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에 이어 이번 작품 역시 독자들에게 감동과 치유를 선사하며 그 감동의 여정을 확장했다.

 

소설은 두 면이 바다이고 두 면이 도시인 언덕 위의 작은 마을 메리골드를 배경으로 한다. 이 마을은 서로 밥을 나누어 먹고 대가 없이 돕는 사람들의 따뜻한 공동체로, 현대사회의 삭막함과는 대조적으로 그려진다. 여기에서 이야기는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전작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사장 지은이 더 이상 등장하지 않고, 그 자리에 새로운 사진관이 생기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진관의 주인은 속은 따뜻하지만 슬픔을 품은 한 남자. 그는 손님들의 마음을 사진으로 찍어, 그들이 보고 싶은 미래나 잊어버린 과거의 행복을 찾아주는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을 운영한다.

 

이 사진관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각자의 인생에서 겪은 슬픔과 상처를 안고 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해 삶의 끝에 내몰린 부부와 그들의 어린 딸, 세상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가졌지만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여자,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20대 청년, 그리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자신을 잃어버린 워킹맘까지, 이들의 이야기는 소설 속 캐릭터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현실 속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지우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가요.

마음의 얼룩을 행복한 기억으로 바꾸어 찍어드려요.

보고 싶은 마음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줄 수도

보고 싶은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줄 수도 있어요.

당신이 행복할 수 있다면

당신의 슬픔이 안녕할 수 있다면

얼룩진 마음을 행복한 마음으로 바꾸어 드립니다.

어서 오세요, 행복한 마음을 찍어드리는 마음 사진관입니다. -사진관 주인 백

 

소설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결국 치유위로이다. 사진관을 찾은 손님들은 자신도 모르게 오랜 상처를 마주하며, 그 상처를 토로하는 과정에서 감정을 풀어낸다. 사진을 통해 자신이 행복한지, 불행한지 확인하려고 하는 그들의 모습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안과 불확실함을 반영한다. 그리고 그 불안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결심이 담겨 있다.

 

윤정은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삶의 슬픔을 직시하면서도 그 속에서 희망을 찾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는 삶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럼에도 기쁨을 찾고 슬픔을 보듬어 주면서 살아가는 것 역시 삶이라고 말하며, 독자들에게도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특히 사진관에서 손님들이 사진을 찍는 장면은 극적으로 긴장감을 유발하며, 그들이 찍힌 사진 속에서 무엇을 보게 될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어떻게 변화할지를 기대하게 만든다. 사진을 통한 변화의 여정은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의 결말까지 몰입하게 하며, 그 과정에서 따뜻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이 소설은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소외와 고독, 자기 자신과의 화해를 중요한 주제로 삼고 있다. 각 인물들이 사진관을 찾게 된 이유는 다르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마주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돌보지 못한 결과로 인한 상처이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이며, 소설 속 인물들은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극복해나가려 한다. 특히 워킹맘이나 20대 청년의 이야기 등은 세대와 성별을 초월하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확장되며,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사진 한 장으로 인생을 바꿔드립니다

 

이 소설이 주는 또 하나의 큰 매력은 송지혜 작가가 그린 표지 일러스트에 있다. 전작의 따뜻한 분위기를 이어받으면서도 몽환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은, 책을 펼치기 전부터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표지 속에 숨겨진 의미가 서서히 풀리며 책과 독자가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은 단순한 소설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그것은 독자들에게 단순한 휴식이나 재미를 넘어서, 삶 속에서 잊어버린 감정을 되찾고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을 선물한다.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행복을 찾고자 하는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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