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고 침해하는 - 12345 Family Story
이기영 지음, 구름이 그림 / 담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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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5 Family Story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인간극장 희극판 가족에세이!

 

오 남매의 복작거리는 집안 분위기가 파편화하지 않고 단란한 애정으로 엮여가는 비밀 스토리가 쾌활하게 펼쳐진다.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양극화의 심화와 사회적 갈등이 심화 등 어두운 사회적 분위기로 우울감을 느끼고 있던 차에 모처럼 책이 주는 행복감에 빠지게 됐다.

책하고 담을 쌓고 지내는 아저씨 아줌마들도 재미있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책이다.

 

오 남매를 하나하나 돌보기엔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버거워하셨던 부모님. 친애하되, 침해하지 말아야 할 나의 틈. 오 남매들은 그 틈을 존중했고 그 틈을 통해 자기만의 색깔과 개성을 지닌 한 사람 한 사람으로 성장했다.

 

저자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상황으로 주인공인 오 남매를 소개한다. 이를 통해 각자의 캐릭터를 짐작할 수 있었고, 이어지는 에피소드에서의 역할이 이해됐다.

1번 큰언니는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자신은 비트코인을 사서 하루 만에 몇 배의 수익이 올랐으며, 앞으로도 비트코인으로 대박을 낼 것이라고 부산을 떤다. 일주일 뒤, 비트코인에 관해 물어보면 한숨만 내쉰다.

2번 둘째 언니는 비트코인을 살까 말까 망설이며 투자 득실을 꼼꼼히 살핀다. 일주일 뒤, 비트코인에 5만 원을 투자한다.

3번 오빠는 처음에는 비트코인에 큰 관심을 가지고 1번의 가이드를 제일 먼저 따르는 듯하다가 복잡한 인증 절차를 마주하는 순간 금세 귀찮아한다. 일주일 뒤, 그의 휴대전화에는 비트코인 앱만 깔려있다.

4번 나는 비트코인에 매달리는 시간이 아까워 애당초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일주일 뒤, 수익을 낸 1번을 은근히 부러워한다.

5번 남동생은 1번보다 더 많은 돈을 비트코인에 투자한다. 투자로 발생할 수익으로 뭘 살지도 벌써 정해 둔다. 일주일 뒤, 수익과 상관없이 명품을 사 온다.

 

그래, 그랬었지.

그땐 부족한 것 투성이였지만, 어떻게 어떻게 지냈어. 그걸 결핍이라기보다는 다른 차원의 자원으로 메꿔가곤 했다. 엄마나 할머니의 눈물 같은. 그리고 오 남매의 웃음으로.

철모르던 어린 시절 느꼈던 서러움이나 미움을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 돌이켜본다. 그때의 눈물 자락이 이제는 잔잔한 진동으로 가슴에 남는다.

 

비야 오지 마~ 비야 오지 마~ 비야 오지 마~”

빈 깡통을 두들기면 비가 오지 않는다는 설이 있었다. 소풍 가기 전날, 동네 아이들과 그렇게 빈 깡통을 두들겨 댔다.

아버지 오셨어.”

아버지가 뭘 사 왔는지 알아?”

그날 아침, 여느 날과 다른 풍경이 벌어졌다. 누가 깨우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눈이 떠졌다. 평소 엄한 아버지였기에 그렇게 좋아할 일은 아니었음에도 그들의 표정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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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에 들어선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아이들이 소풍 갈 때 뭘 사 가나요?”

음료수, 과자, 사탕 같은 거 가져가죠?”

! 그러면 사장님. 다 똑같은 것으로 다섯 꾸러미 만들어 주세요.”

다섯 개나요?”

애들이 다섯이거든요. 그런데 하나라도 다른 게 들어가면 안 됩니다. 무조건 똑같은 것으로 부탁드립니다.” -<소풍가는 날> 중에서

 

흔히들 지지고 볶는다는 표현을 한다. 세련되고 깔끔한 것보다 번잡하고 소란스럽지만 맛깔나는 음식이나 분위기. 바로 그 분위기가 가득한 이야기들. 부족함 없이 각자 자기 방 자기 침대에서 생활하는 요즘 아이들이 모르는 그때 그 시절의 정서. 비슷한 시기를 지내서일까?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낯설지 않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집안에서 민주주의로 살아가는 법

11: 남의 것을 탐내지 않는다.

22: 음식 앞에서 모두 평등하다.

33: 다수결 원칙을 준수한다.

44: 방귀 예절을 준수한다.

55: 자유를 누리되, 임무를 완수한다.

66: 2외국어를 구사해야 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지만, 집안만의 독특한 ..’(이 집안에서 민주주의로 살아남는 법)을 통해 그리고 소유보다 나눔을 먼저 하는 태도를 통해 침해하지 않고 친애하며 살아가게 됐다.

가족끼리도 그 틈을 인정하며 다양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이 더 많아지게 된다면 우리 사회도 더 멋진 모자이크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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