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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루프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11
박서련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4월
평점 :
2024-12 《고백루프(박서련/창비교육)》
박서련의 첫 청소년소설집
작가로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단지 독자를 통해서만은 아니다. 한겨레문학상, 문학동네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이미 그의 글이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음을 증명한다. 주목받는 작가의 선택은 청소년이었다. 그의 소설에도 자신의 배경이 묻어있다.
확정되지 않은 미래를 가장 확정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이야기. 그 시절의 흔들리는 감정과 불안 그리고 간혹 찾아오는 환희의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일곱 편의 단편을 3부에 걸쳐 소개한다. <작가의 말>을 통해 소설을 통해 말하려 했던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한다.
솔직한 마음
안녕, 장수극장
엄마만큼 좋아해
보름지구
고-백-루-프
가시
발톱
학교에서 당하는 왕따를 아이돌 멤버. 다소 이기적이고 생각이 짧은 주인공이 일련의 사건들을 통과하며 하는 생각들을 솔직하게 쓰려했다는 ‘솔직한 마음’
작가의 고향인 철원에 잠시 있다가 사라진 극장에 관한 기억이 초중고 시절의 추억과 버무려져서 등장하는 ‘안녕, 장수극장’
작가가 어린 시절 다녔던 어린이집과 놀이방이 토대가 되어 만들어진 아이들의 사소하지만 온전한 관계 맺기에 관한 ‘엄마만큼 좋아해’
이 세 편이 1부에 실린 단편이다. 작가가 당시에는 지나쳤지만 어른이 되고 다시 담아낸 어린 시절의 진지했던 관계들의 이야기. 어른이 되면 아이 시절의 순간들을 그저 스쳐지나는 것이란 것을 알지만, 그때의 그 아이들에게는 그 순간이 자신들의 진심을 꾹꾹 담아내는 온전한 시간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무시할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진지하고 밤을 새우도록 고민하는 것이다. 그 순전한 마음을 어른은 잊은 것이다. 그래야 편하게 살 수 있어서일까?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어른이 아니어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마음에는 어른을 넘어서는 어른스러움이 스며들기도 하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 자동으로 되는 어른이 아니라, 현명함과 강인함을 갖춘 이상적인 어른을 마음의 지향점으로 삼아서일 것이다.
청소년은 소설을 쓸 수 있고, 소설 쓰던 청소년이 결국 소설가가 되는 일도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아직 소설을 써 본 적 없는 어떤 청소년이 이 작품들을 보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 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거칠고 서툴지만 이것이 내 원점이다. 약소하고 부끄럽지만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내 고유한 원형이다. -박서련
‘보름지구’는 ‘달에 살기 때문에 달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은 무엇을 보며 추억에 소원을 빌까?’라는 의문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만든 대답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지구라는 행성에서만 생활하는 존재를 벗어나보는 잠깐의 즐거운 일탈이다.
‘고-백-루-프’는 소설집의 하이라이트. 청소년기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사랑이 아닐까? 작가는 이 사랑에 루프라는 장치를 사용해서 극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학교마다 있다는 그 선망의 대상이 뜬금없이 나를 좋아한다고? 이걸 좋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싫다고 거짓으로 거절해야 하나? 딴 친구들의 질투는 또 어떻게 감당하나? 이 온갖 고민과 감정들이 루프라는 장치를 거쳐 이리저리 움직인다.
완벽해 보이는 애가 왜 나를 좋아하지? 라는 자격지심이나 콤플렉스에 대해 작가는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이 처음으로 자신을 긍정할 근거가 되는 것이 사랑이라고 얘기한다.
‘가시’와 ‘발톱’은 작가의 고향에 대한 생각이 스며 있는 작품이다. 자랑할 것 없는 부끄러워 보였던 고향이 소재로 등장한다. 부끄러워도 내 것을 쓰자는, 그래야 진정성 있는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작가의 고교 시절의 작품이다.
솔직한 청소년기의 생각을 담백하게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선생입네 하며 혹은 잰 체하며 듣지 않으려 했다. 어른이 된 지금이 그때보다 낫다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그때의 시간이 찬란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의 시간이 허접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때에만 흐르는 시간이고 그 시간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몰랐을 그 시간의 의미 말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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