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23일의 생존 기록
김지수 지음 / 담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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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7 3923일의 생존 기록(김지수 지음/담다)

보건의료 전문기자의 우울·공황·불안을 살아내는이야기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뉴스를 진행하던 기자. 연기자의 꿈을 접고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이루어가던 그 순간 찾아온 불청객.

바로 우울증과 공황장애.

이 책은 저자가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마주하며 펼친 치열한 싸움의 이야기이자 꿈 하나로 고난과 맞서 싸워온 희망의 아이콘에 관한 이야기다.

 

2012년 여름 저자는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후 그의 가방에 빠뜨리지 않고 챙기는 것들이 생겼다.

비닐봉지, 진정제와 물통, 스콧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

막 몰아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지는 공황장애를 넘기는 저자의 방법은 삶은 고해(苦海).”아직도 가야 할 길의 첫 문장으로 위안을 받는 것.

그리고 봉지를 챙기는 일은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의식이 되었다.

 

입원해서 푹 쉬면 좋아지실 겁니다. 다른 분들도 다 그랬습니다. 용기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같이 이겨 냅시다.” 첫 입원을 위해 병원에 도착한 저자에게 주치의가 전하는 이야기.

보건의료 분야를 취재해온 기자인 저자가 이제 이 익숙한 공간을 환자로 찾게 됐다.

이제 정신질환에 관한 우리 사회의 인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지만, 여전히 극히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그 시선을 뿌리치는 것, 그 부정적 시선과 평가보다 자신을 돌보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용기다. 우리 사회는 환자를 돌보기보다 환자에게 용기를 요구하고 있다.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은 조기에 치료해야 경과도 좋을뿐더러 재발 위험성이 줄어든다. 저자의 경우 오랫동안 방치한 까닭에 완치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치료받은 덕분에 증상을 조절할 수 있었고 큰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병이 호전되면서 저자가 갖게 된 생각, 늦게라도 치료받아 다행이라는 것과 좀 더 빨리 발견했다면 완전히 나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후회와 안타까움.

 

여기서 저자의 용기가 다시 한번 발휘된다.

바로 자신의 투병 과정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한 것.

우울증 등 정신질환과 관련된 잘못된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기사를 많이 쓰고, 생방송도 열심히 하고, 대내외 활동도 활발히 해냈다.

이를 통해 우울증이 있어도 치료를 잘 받고 관리하면, 일상에서 문제가 전혀 없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다. 우울증 치료의 좋은 사례가 되고 싶었다.

 

대학 시절 아버지의 병환으로 일과는 수업 시간을 빼놓고 과외 아르바이트로 채워졌다. 그러나 저자는 연기자로 성공하고 싶은 꿈으로 가슴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당시 지상파 대하드라마 PD에게 편지를 보내서 오디션을 보게 된다.

저자의 말에 진정성을 느낀 PD와의 첫 만남에서 캐스팅을 제의받는다. 결론적으로 캐스팅은 무산됐다. 이후 여러 이유로 연기자의 꿈을 접었지만, 오프라 윈프리를 알게 되면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아나운서가 되는 것

 

대학 생활부터 하루를 10, 30분 단위로 쪼개서 관리하며, 5분도 허비하지 않은 생활을 해온 저자. 이런 생활 태도는 방송아카데미 아나운서 과정을 수료하는 동안에도 이어져서 지독한 연습벌레로 불렸다.

라디오 방송사를 그만두고 보건의료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언론사로 이직한 저자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의료분야에 관한 전문성. 저자의 악착같고 집요한 성실성으로 전문성을 채워나가 병원과 언론 관계자에게 인정받는 의료보건 전문기자가 된다.

그리고 연합뉴스 경력 기자 모집에 최종 합격하고 생방송 <김지수의 건강 36.5>를 진행하게 된다. 건강 문제로 201811월 취재 현장을 떠나 국제 뉴스를 제작하는 부서로 옮기게 되는데 이때 저자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김지수의 글로벌브리핑>이란 코너를 맡게 되면서 국제 분야에 관한 새로운 공부와 도전을 하게 된다.

 

한번 일을 맡으면 목숨 걸고 도전하는 저자가 꿈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모른 척하다가 결국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불안장애 진단을 받고 오히려 저자는 후련했다고 한다.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 이 현상이 병적 증상이고 치료받으면 나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살 것 같았다. 탈출구가 보였다. 길고 긴 어두운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그러나 2015년 여름, 재발한 병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저자. 노력하는데도 재발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때 느꼈다. 평생 이럴 거 같다고. 이게 내 삶의 한 부분이 될 거라고. 거듭되는 재발에 저자는 받아들임을 선택했다.

나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 병 또한 사랑하기로.” 깨닫기까지 힘들었고 외로웠다.

 

최근 읽은 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메건 오로크 지음/부키)을 통해 만성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생애를 살펴봤다. 질병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고 질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병사의 모습이 아니라, 질병을 안고 가는, 질병과 함께하는 생애를 선택한 저자의 이야기였다.

이 책의 저자인 김지수는 질병을 이제 동반자로 설정하는 용기를 보인다.

 

서로 잡아 죽일 듯 싸웠던 나와 내 병, 이제는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 관계로 바뀌었다. 병은 내 아픈 손가락이다. 단순히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 아닌 애정을 쏟고 지켜봐야 하는 대상이 됐다. 병을 더 세심히 들여다보고 따뜻하게 대해 주기로 다짐했다. -김지수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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