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아이 꿈꾸는돌 36
이희영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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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65 소금아이(이희영 지음/돌베개)

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페인트의 이희영 소설가의 후속작.

작가는 이 책에서도 아이들을 붙잡고 있다.

 

주인공 이수의 기구한 삶의 역사, 그 삶의 무게와 책임에 관한 이야기.

이제 고작 고1인 아이의 이야기는 할머니의 삶과 이어져 있고, 이제는 사라진 엄마의 삶과 이어져 있다. 그러나 엮인 곳은 같을지 몰라도 그 끝은 너무나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새파란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여버린 6년 전의 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사건으로 이수는 할머니와 솔도라는 섬에서 살게 되었다.

밤마다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비강을 파고드는 물비린내가 익숙해진 이수는 630분에 떠나는 첫 배를 타고 우솔읍으로 나간다. 이수가 다니는 고등학교가 있는 우솔읍은 작은 어촌이다.

이수가 등굣길과 하굣길 그리고 집안에서도 내다보이는 바다는 이수에게 세상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세상이 비록 남루하고 조악하더라도.

 

우솔은 젓갈이 특산품이었다. 그중에서도 조개젓이 유명했다. 소금에 절여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건, 비단 젓갈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소문도 마찬가지였다. 삭힌 젓갈처럼 그저 익어 갈 뿐이었다.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1. 바다> 중에서

 

술만 마시는 엄마. 보육원에도 애를 맡겼던 엄마. 이수에게 엄마는 가끔 찾아오는 사람이었다. 가끔 머물다 사라지는 사람. 그러나 모습을 드러낼 때면 매번 주위 사람들과 언쟁을 벌였다. 아빠를 소개해 준다는 엄마를 따라 우솔로 내려온 게 초등학교 4학년 때.

그리고 우솔에서 솔도로 들어간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그때는 이미 엄마와 남자 모두 세상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바로 그 사건 이후.

 

엄마와 아빠,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며 사춘기도 겪고 친구도 사귀는 그런 평범한 생활이 정상이라면 할머니, 그것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할머니와 둘이 사는 이수는 비정상일까?

6년 전의 사건으로 힘없는 할머니와 갈 곳 없던 어린아이에게 쏟아진 감당하기 힘든 현실. 그리고 차별과 배제.

 

누군가 가위로 오려 낸 듯 그날의 기억만 사라져 버린 이수. 바다 위에 배가 지나가듯, 하늘에 새가 날아가듯,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고 트라우마로만 새겨졌다.

어릴 때부터 정말 조용한 아이였다는 것이 결국 운명이 되어 자신의 감정에 눈길을 주지 않는 아이가 된 것일까? 그래서 자신의 운명에 대항하거나 댓거리 하지 않는 못하는 아이가 되어 버린 걸까?


 

더는 상처받지 마. 절대 네 탓이 아니야.”

 

할머니. 구박받으며 태어나 평생을 고생만 하다가,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개차반이 되고, 아들이 데려온 여자와 아들의 끔찍한 사건을 겪고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릴 그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었다. 세상 전부를 떠나보냈다. 아이를 손주로 데려올 때 세상은 세상에 악연도 그런 악연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할머니의 사랑은 죄책감이었을까? 자신의 운명과 닮은 이수의 기구함. 순탄치 못하고 탈이 많다.

그 기구함을 끌어안고, 이수를 끌어안고 버텨내던 할머니는 결국 치매 진단을 받게 된다. 할머니는 이제 과거로, 과거로 달려만 간다.

 

어미는 평생 눈칫밥만 먹고 살았다. 어릴 때는 뱃일도 못 하는 쓸모없는 계집으로 태어났다고 눈치 주고. 결혼해서는 애 못 낳는다고 구박하고. 간신히 애가 들어서니까 이제 서장 잡아먹었다고 손가락질하고.

내가 원해서 계집으로 태어난 것도 아니요, 네가 들어서고 네 아버지가 떠난 것도 원한 적 없는데, 사람들은 왜 그리 나를 구박하고 미워했는지 모를 일이다. 내가 뭘 그리 큰 잘못을 했다고. -<9. 이수> 중에서

 

어른의 때가 묻어 사람의 약점을 물어뜯는 하이에나로 자라나는 아이 기윤.

썩은 고기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이수의 주위를 맴돌던 아이는 이수에게 폭력을 가한다.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괴롭힘을 재미로 여기는 아이다. 이수의 기억, 그 트라우마를 자신의 무기로 사용하면서 이수를 괴롭힌다.

기억도 소금을 먹어 확실히 염장된 모양이다.

하이에나에게 물어뜯겨도 신음하지 않는 이수. 이수는 자신의 아픔으로 할머니가 괴롭힘당하면 안 된다는 한 가지를 끝까지 지키며 고통을 떠안는다.

 

전학생 세아.

15세 남학생 주거 무단 침입. 혼자 사는 70대 노인 폭행 후 도주

무책임하고 분별없는 부모와 대비되는 보살펴준 가정부 이모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이 그 딸 지유에게 이어진다. 탐욕스런 어른의 욕심에 희생되는 지유. 그리고 세아의 폭주.

자신을 지켜서 이어가고픈 인생이 없어져 버린 아이 세아.

 

이수와 세아는 자신의 삶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을 욱여싸온 운명에 맞서 선한 자아를 키워왔고 그를 행동으로 증명한다.

극도의 고통과 절망에서 주인공은 과연 무슨 이유로 어떤 힘으로 선한 자아를 키워냈을까?

역학의 법칙이 인간 사이에도 작용하는가?

고통과 절망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행복과 희망을 주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이수는 문득 인간을 떠올렸다.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아프게 하고,

다른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는지를…….”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소금아이 #이희영 #돌베개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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