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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쓸모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스튜디오오드리 / 2023년 5월
평점 :

2023-62 《여행의 쓸모(정여울 글 이승원 사진/스튜디오오드리)》
유독 목소리가 끌리는 사람이 있다.
글이 소리로 들리는, 다시 만나 반가운 작가 정여울의 여행 에세이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많은 것 중 하나가 여행이 아닐까?
이전이라고 아무 때나 떠날 수 있던 여행은 아니었지만, 강제로 여행이 제한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여행 이야기는 더욱 반가웠다.
서른 권의 문학 작품과 떠났던 여행인 《문학이 필요한 시간》. 정여울 작가의 문학 이야기로 우리의 호흡을 바라보고 마음과 정신을 돌보는 시간을 얻었다. 이야기의 힘, 문학의 힘으로 나의 생활에 힘을 얻었다. https://blog.naver.com/jaytee0514/222985084113
이번은 여행의 힘이다. 일상에서 벗어난 시간과 공간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여행이다. 그곳에서 더 나다운 나로 살아갈 용기를 얻어 다시 돌아온다.
내가 꿈꾸는 여행은 멋지고 아름다운 곳으로의 여행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다른 여행을 추천한다. 그 모든 일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꿋꿋하게 버텨준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한 여행.
소비를 위한 여행, 사진찍기를 위한 여행에 그치지 않고, 더 깊고 풍요로운 나 자신의 삶을 만나는 여행자가 되기를 응원하고 있다.
전작에 이어 이승원 작가님의 사진이 함께 한다. 어디를 펼쳐도 예술 작품이다. 우리에겐 여행인 그곳은, 일상이지만 그저 예술 작품이다. 그렇다면 내가 사는 이곳도 예술 작품이 된다. 우리가 모두 작품이다.
정여울 작가의 이야기가 사진 작품을 배경으로 잔잔히 들려온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작가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의 여행이 나의 여행이 되고 나의 이야기가 되고 나의 모습이 된다.

<1 순간은 힘이 세다>에서는 작가가 여행에서 만난 장면과 그 장면에 관한 단상이 잔잔히 소개된다. 한 장의 사진과 한쪽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맞아요. 나도 그래요. 멋져 보여요.’ ‘그렇게 보니 또 그래 보이네요.’
<2 떠남의 미학>에서는 여행에 관한 저자의 감상과 여행에서 만나는 ‘나’에 관한 11가지 이야기가 소개된다.
<3 내가 사랑한 여행지>는 작가가 꼽은 치유의 여행지 TOP 15다. 그곳에서 만난 풍경과 아름다움 그리고 사람들. 예술적 감성이 풍성한 작가님의 시선으로 예술 작품과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페이지는 계속 넘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필로그에 도착한다.
세계적인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은 이렇게 말했다. 삶은 뿌리이고 예술은 꽃이라고. 삶에 뿌리내린 예술의 아름다움이야말로 그가 추구하는 이상이었다.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힘은 단지 예술적 재능이 아니다. 파리를 파리답게 만들어 주는 것, 파리를 늘 사랑과 낭만과 예술의 도시로 완성해주는 화룡점정의 에너지는 바로 파리지엔이다. 언제나 예술을 향한 열정으로 충만한 사람들, 예술가들을 그 자체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린 마음이야말로 파리를 파리답게 만드는 찬란한 주역이다. -<사람 자체가 풍경이 되는 순간> 중에서
여행조차도 마치 모범생이 기말고사 준비하듯 철저히 계획을 짜던 작가가 베를린에서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경험한 변화를 고백한다. 완벽한 스케줄표를 먼저 세워놓고 어떻게든 그것에 몸을 끼워 맞추려 했던 과거와 달리, 베를린에는 자신의 몸과 마음에 스케줄을 맞췄다고 한다. 스케줄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이 주는 달콤한 휴식이 자신을 비로소 편안히 숨 쉬게 한다고 고백한다.

유럽 여행을 다니다 보면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카페에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왁자지껄하게 건배를 청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옆 테이블은 물론 앞 테이블, 뒤 테이블에서도 온갖 언어들로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마음의 빗장을 닫아두겠는가. 여행을 할 때마다 점점 말랑말랑해지는 내 영혼은 스스로를 이렇게 타이른다. ‘아직은 느낄 수 있어, 이 세상의 온갖 아름다움을. 감정이 풍부한 것은 죄가 아니야. 섬세한 감정은 강인함의 또 다른 징후야.’ -<마음이 스르륵 열리는 시간> 중에서
집순이 집돌이 성향이 강한 우리 가족도 지난 코로나 시기에는 답답함을 많이 겪었다. 하물며 여행이 전문 영역급인 작가는 얼마나 답답했는지는 책의 여러 곳에 드러나 있다.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사건이 지나면서 여행에 대한 태도 역시 변하게 되었다는 작가의 이야기에 동의한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에 비례한다는 말을 여행에 대입해보면 어떤 말이 될까? 여행을 자주 가면 행복해질까? 빨리빨리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눈도장 찍고 사진으로만 남기는 여행이 아니라 한 곳이라도 많이 느끼고 많이 경험하는 여행이 행복한 여행이 아닐까?

작가는 ‘느리게 살기’와 걷기를 추천한다.
우리가 천천히 여행할수록, 세상은 더 그윽한 삶의 향기로 우리를 반겨준다. 우리가 비행기나 자동차의 속도가 아닌 천천히 걸어가는 속도로 세상을 바라볼수록, 세상은 더욱 눈부신 축복의 언어로 말을 걸어온다.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마다, 천천히, 깊이, 더 오래 바라보는 여행의 추억은 아픔을 치유하는 내면의 빛이 되어준다.
‘나를 넘어선 나’를 만나기 위해, 이제는 떠나자!
여행자의 걷기는 칼로리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태우고, 후회를 태우고, 원망을 태워, 마침내 마음 깊은 곳의 오랜 상처까지 태워버린다.
떠나고 싶다는 이야기는 잘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지금의 마음으로, 지금의 정신으로, 지금의 힘으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고백이 아닐까?
그래서 이곳이 아닌 그곳에서 나다운 나를 찾아보고, 내 안의 자유로움도 채워보고, 더 찬란한 내가 되기를 소망하는 것은 아닐까?
유랑이 아닌 여행이기에 돌아와야 하는 이곳에서 내 안의 자유로움으로 더욱 단단하게 살아가기를 꿈꾸는 것은 아닐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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