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밥그릇 상상 동시집 8
장동이 지음, 박종갑 그림 / 상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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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55 파란 밥그릇(장동이 시 / 박종갑 그림 / 상상)

고등학교 은사님께서 국어 수업 시간에 시인을 선지자라고 말씀하셨다. 현실의 아픔을 넘어 다음 세상을 가리키는 가장 단단한 용기를 가진 선지자.

동시에 시인은 가장 여린 가슴을 가진 어린이라고도 하셨다. 먹고 사느라 바쁜 사람들이 놓치고 지나가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에 탄성을 지르는 어린이.

 

요즘 몇 편의 시를 읽었다. 현실의 아픔을 토로하는 먹먹한 시도 있었고, 매일 보는 꽃과 나무, 구름의 아름다움을 꾸밈없이 묘사하는 시도 있었다. 이번 동시집은 후자에 해당한다.

나의 관점과는 다른 시인의 관점을 세상을 보는 시간이었고, 어린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시간이었다.

 

 

파란 밥그릇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뭉게구름이

아침 먹고 나와 보니

흔적도 없이 다 사라졌어요.

 

그사이 그 많던 뭉게구름 덩이를

누가 저렇게 게 눈 감추듯

깨끗하게 먹어 치운 걸까요.

 

하늘 어딘가엔 아랫집 몽실이처럼

먹성 좋은 늙은 개가

살고 있는지도 몰라요.

 

아직까지 몽실이만큼

반짝반짝 윤이 나게 비운 밥그릇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요.

 

 

파아란 하늘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뭉게구름이 사라진 모양을 하늘에 누군가가 먹어 치웠다고 설명하는 시인에게서 아이의 마음처럼 억눌리지 않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시인은 왜 그냥 시집이 아니라 동시집을 쓰게 되었을까? 그건 바로 독자인 어린이에 대한 믿음이었다.

 

시는 독자를 조금은 소홀히 하거나 아니, 아주 무시해서 불친절하기까지 할 수도 있겠지만, 동시는 독자에 대한 배려라는 짐을 숙명처럼 져야 한다. 달리 독자에 대한 친절함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동시는 아이들까지 읽어야 하는 시이니까.

믿는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아이들에 대한 믿음이다. 최소한 아이들한테는 편견이라는 게 거의 없다. 또 싫으면 바로 외면한다. 좋으면 훔쳐서라도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존재들이다. 그러니까 이런 독자들을 믿고 가 보는 것이다. 이런 독자들에게 공감받는 즐거움은 아무나 누릴 수 없으니까. -장동이

 

 

오늘 밤엔

 

하늘이 구름을 꼭꼭 여며 폭 뒤집어썼다.

 

오늘 밤에 모처럼 별들도 달도 푹 쉬겠다.

 

 

시를 읽으며 시인이 나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말이 무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 막내가 예쁜 그림을 그리고 나서 나에게 내미는 것과 같은 걸까? 아니면 기쁨이 차올랐을 때 나에게 보내는 커다란 웃음소리일까? 어떤 소리, 어떤 몸짓이든 막내와 내가 연결된다는 것이 기쁘고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작약의 봄

 

볼이 빨간 작약 싹이

옹기종기 올라왔다

 

꽃샘추위 탓인지

볼이 살짝 텄다

 

지난해 돌아가

뭘 그리 자랑했는지

 

다닥다닥 붙어

친구도 몇 같이 왔다

 

 

시인과도 그의 이야기, 그의 동시를 통해 연결되는 느낌이 기분 좋게 들었다. 시인이 가리키는 구름과 꽃과 나무와 강아지와 고양이와 염소와 개미, 달팽이까지 모두 한 번씩은 쓰다듬은 느낌이다. 매일의 번잡한 일상을 사는 도시인에게 그 느낌은 단출하면서도 고왔다.

다양한 기능의 첨단기기를 사용하며 편리하다고 느끼던 사람들에게 주는 아주 단순하고 편안한 선물 같은 시집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파란밥그릇 #장동이 #상상 #동시집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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