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기억책 -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 최원형의 사라지는 사계에 대한 기록
최원형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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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9 사계절 기억책(최원형 글·그림/블랙피쉬)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 최원형의 사라지는 사계에 대한 기록

잡지사 기자와 EBS, KBS 방송 작가로 활동한 저자는 현재 생태·에너지·기후변화와 관련한 집필과 활발한 시민교육을 펼치고 있다.

대개 사람들은 세계 모든 나라에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열대와 한대기후에도 봄·여름·가을·겨울이 있을까?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과 겨울 날씨 변화의 진폭이 커지고,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는 있지만 사계절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런데 책 제목에 기억책이란 단어가 우리의 기후와 환경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먹고 사는 게 바쁘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다르다 보니, 우리 주변의 자연과 환경에 대해 무심하게 지낸다. 앞뒤로 온통 아파트밖에 볼 수 없는 곳에 살던 저자가 숲이 보이는 아파트로 이사 가면서 새에 관한 관심이 폭발했다. 베란다 밖에 있는 화분 거치대에 모이대를 마련하고 새 관찰을 시작했다. 관심과 애정이 있으면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애정과 관심이 새뿐 아니라 나무와 꽃과 온 생명으로 확장된다.

 

저자의 특기이자 취미인 그림으로 우리 주변의 사계절의 생명을 선물한다. 조류도감이나 생물도감에나 나오는 생명체가 아니라 우리가 공원이나 산책길에서 볼 수 있는 꽃과 나무, 곤충과 새 등이 그들의 특징과 함께 소개된다. 그리고 우리가 잊고 지낸 생명의 무게를 함께 전달한다. 저자의 글들이 내게는, 너무나 무심하게 지나친 생명들이 전하는 이야기처럼 읽힌다.

 

저자가 답사를 다니고, 여행을 다닌 곳에서 만난 새와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여행지와 겹치는 곳에서는 반가움이 일렁였고, 나의 여행을 추억했다. 그때 나는 어떤 새를 보았었나, 어떤 꽃을 보았었나. 앞으로 떠나는 여행의 모습이 달라질 것 같다. 꽃과 나무, 새와 곤충이 자꾸 눈에 들어올 것 같다.

 

우스갯소리로 폴더 이름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직박구리.

직박구리가 부리로 사과를 쪼아 먹는 모습을 저자는 뛰어난 조각가의 예술 작업으로 표현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새였다는 걸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과일의 단맛을 좋아하는 직박구리처럼 물까치 역시 단맛 과일을 좋아한단다. 새들도 각기 자신의 입맛이 있어서 머무는 곳도 다르고 환경을 가린다고 한다. 인간의 필요에 따른 개발이 환경의 변화를 가져오고 그 환경변화에 따라 새들이 사라지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새를 비롯해 곤충이나 식물이 자라기 힘든 땅에서 인간이 산다면 인간은 행복할까?

 

이 책은 기후위기의 희망이 될 생명 연대에 관한 이야기다.” -최원형

 

지방 소도시에 살면서 광역시에서 일하다 보니 직장까지 30km 운전을 하는데, 2/3 정도는 자연의 모습을, 1/3 정도는 인공구조물을 본다. 운전하면서 바라보는 산과 나무의 모습, 동네에서 들을 수 있는 새소리와는 다른 도시의 환경은 분명 다르다. 그나마 학교 정원에서 자라는 나무와 꽃들이 직장에서 접할 수 있는 자연이다. 자연과 차단된 생활을 한다는 것은 마치 선물을 빼앗긴 아이의 모습과 흡사하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에 적응하며 성장하던 인류가 이제 자연을 정복하고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이루어놓은 바벨탑과 같이 인류의 문명은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시험을 앞두고 공부보다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어린 학생처럼 현재의 편리함과 즐거움, 물질적 풍요에만 매몰되는 현대인은 머지않은 미래에 바로 그 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

 

20233월 얼룩말 세로가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을 탈출했다. 동물원이라는 폐쇄되고 좁은 공간에서 무리와 동떨어져 생활하는 동물에 대한 연민은 단지 세로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15년 넘게 수족관에서 돌고래쇼를 하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는 방사된 후에 행복해졌을까?

 

벌은 우리보다 훨씬 이전부터 지구에 존재했다. 벌은 수분 매개자로서 식물의 진화에 기여해왔고 그 틈바구니에서 인류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예측할 수 없이 뒤죽박죽인 기상현상은 여러모로 꿀벌에게 혹독하다. 꽃 피는 봄날이 연일 고온 건조하면서 꿀벌에 기생하는 응애 발생률이 폭증하고 이로 인한 살충제 사용은 돌고 돌아 또다시 꿀벌의 생존을 위협한다. 꿀벌 실종은 하나의 원인이 또 다른 피해의 원인이 되면서 빚어진 총제적 난제를 우리에게 안겨줬다. 꽃 속에 파묻혀 꿀을 따고 탱글탱글 꽃가루를 뒷다리에 붙여 모으는 벌의 모습을 보려면 얼마나 많은 조건이 필요한지 새삼 느낀다. -<꽃가루를 옮기는 작지만 중요한 존재> 중에서

 

봄이면 자주 그리고 많이 보이던 제비를 본 게 언제인지우리나라에서 봄과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까지 이동하는 여름 철새인 제비. 강남 갔던 제비가 왜 돌아오지 않을까? 처마가 있던 집이 콘크리트 아파트로 바뀌고 동네를 흐르던 하천은 복개되어 꼭꼭 숨어버린 데다 수확량을 늘리겠다며 뿌려댄 농약이 이 땅에서 제비를 몰아내고야 말았다. 전국에서 볼 수 있었던 제비는 이제 보기 힘든 새가 되었다. 내가 가르치는 중학생의 대부분이 제비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 그들이 보았다는 까치와 까마귀, 비둘기, 참새 중에도 못 보게 될 새가 있을지 모른다. 맞다, 참새도 위기다.

 

어릴 때 가지고 놀았던 땅강아지, 버들피리, 꽃반지를 요즘 아이들은 모른다. 그래서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함께 살도록 해야 한다. 함께 살기 위해서 우리가 불편해져야 하는데, 요 지점에서 목소리가 갈라진다. 인간 중심, 인간의 편의 중심, 물질적 풍요가 중심에 있으면 이제 자연의 생명은 우리의 기억과 책 속에만 남게 될 것이다. 지구라는 커다란 순환 시스템에서 다른 생명들이 사라지면 인간은 과연 어떻게 될까?

인간의 책임이니까 벌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생태계의 파괴를 중지하고 환경을 되돌려야 하는 의무는 단지 우리가 원인 행위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생태계의 존립과 우리의 생존이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얘기를 너무 많이 했나 싶다. 너무 무겁지 않게, 가볍게 환경을 되돌리는 방법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 정도면 경쾌하게 생명을 살리는 길에 동참할 수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유홍준 선생님이 그랬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저자가 이야기한다 기억하는 만큼 함께 오래 할 수 있다.”라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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